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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일란을 파괴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기원전 2200년, 오늘날 시리아 북동부에 해당하는 하부르 평원에 자리한 이 도시는 약 90헥타르에 걸쳐 있었고, 아카드 제국 북부 곡창 지대를 다스리는 주요 행정 중심지였다.

예일대학교의 하비 와이스가 이끈 발굴단은 그다음에 일어난 일을, 아니 정확히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밝혀냈다. 파괴층도, 정복이나 화재의 흔적도 없었다. 한 층위에서 지층 기록은 행정이 한창 돌아가던 도시를 보여 준다. 곡물 저장 용기와 제분 시설이 있고, 쓸 준비를 마쳤지만 아무것도 새기지 않은 점토판이 있다. 그 위로 얇은 화산재 층과, 이후 수십 년 동안 바람에 실려 와 쌓인 건조화 퇴적층이 덮여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아카드 도시의 기록은 끊긴다. 폐허가 된 행정 구역 위에 지어져 수십 년간 사람이 살았던 안뜰 딸린 집 한 채만이 예외다. 마지막 결산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먼지층 아래 하던 일을 멈춘 채 남겨진 물건들뿐이다.

와이스와 동료들은 기후를 원인으로 지목했고, 이후 레일란 일대를 조사한 결과 정주 면적이 87%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은 서로 독립된 여러 프록시 기록에서 추적되는 범인은 오래 이어진 극심한 가뭄, 곧 4.2킬로이어 건조화 사건이었다. 이 가뭄은 이 지역의 천수(天水) 농업이 기대던 강우를 크게 줄였다.

빈 점토판은 이 유적이 남긴 마지막 기록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그만큼 길거나 그만큼 가차 없는 가뭄이 지금 미국 남서부와 비옥한 초승달 지대, 아프리카의 뿔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다.

메가가뭄이란 무엇인가

“가뭄”이라는 말은 아우르는 범위가 너무 넓어서 단서를 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가뭄이 든 한 해는, 그것이 아무리 혹독해도, 농경 사회가 관리하도록 적응해 온 정상적인 변동 범위 안에 있다. 잉여 곡물 비축, 작물 다변화, 교역 같은 완충 장치는 어느 선까지는 통한다.

메가가뭄에는 합의된 단일 정의가 없지만, 이 말은 대개 정상적인 해마다의 변동을 벗어나는 강도로 20년 이상 지속되는 가뭄에 쓰인다. 비가 많은 해가 끼어들어 흐름을 끊을 수는 있어도 가뭄을 끝내지는 못한다. 그 정도 기간이면 어떤 비축 잉여도 바닥난다. 20년에 걸친 부족분에 대비해 비축량을 쌓는 곡물 창고 체계는 없고, 마른 해가 비 오는 해보다 훨씬 많은 20년에 적응하는 유목 주기도 없다. 복잡한 사회가 가뭄 든 해를 견디려고 발전시킨 적응 기제는 가뭄이 수십 년 이어지면 무너질 수 있으며, 증거는 그것이 무너질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 준다.

그 증거는 물리적 프록시에서 나온다. 땅속에 보존된 기록 보관소로, 누군가 관찰해서 적어 두지 않아도 강우를 기록한다. 일의 대부분은 세 계열이 맡는다. 나이테 연대기는 각 나이테의 폭에 가뭄을 해마다 기록한다.

동굴 석순에서 얻는 동굴생성물 기록은 강우 신호를 산소 동위원소 비율로 보존하는데, 좋은 표본에서는 이 신호가 1년보다 짧은 해상도로 방해석에 새겨져 있다.

해양 퇴적물 기록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베네수엘라 앞바다의 산소가 결핍된 해양 분지인 카리아코 해분에서 채취한 코어에서는 티타늄 함량이 하천 유출량을 따라간다. 비가 적으면 분지로 쓸려 들어오는 퇴적물이 줄고 티타늄 농도가 낮아지며, 이 신호는 계절 단위 해상도로 보존된다. 호수 퇴적물 코어도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고, 꽃가루 기록은 식생 변화 자료를 더해 준다.

세 기록은 서로 다른 물리 과정과 서로 다른 보관소에 바탕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간 해상도로 읽힌다. 이들은 거듭 같은 가뭄 연대기로 수렴하고, 그럴 때마다 우연이라는 설명은 버티기 어려워진다.

가뭄 지도집

북미 가뭄 지도집은 평년보다 얼마나 건조하거나 습한지를 재는 표준 척도인 파머 가뭄 심도 지수를 나이테 연대기로부터 북미 전역에 걸쳐 복원하며, 일부 기록은 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대륙 가뭄 지도집은 유럽과 지중해를 비슷한 시간 규모로 다룬다. 둘 다 공개되어 있으며, 각 지역에서 기기 관측 이전의 가뭄 변동을 복원하는 주된 도구다. 해상도에는 알려진 한계가 있다. 나이테 연대기가 드문 곳에는 지리적 공백이 있고, 오래 사는 수종이 없는 지역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수십 년 규모의 가뭄 사건을 가려내는 데 쓸모가 줄지는 않는다.

4.2킬로이어 사건: 두 제국, 하나의 가뭄

기원전 2200년 무렵 아카드 제국은 그때까지 세계가 만들어 낸 국가 가운데 행정적으로 가장 정교한 축에 드는 나라였다. 북부 속주들의 곡물 생산력이 떠받치는 중앙집권적 관료제였다. 하부르 평원은 제국의 곡창이었다. 북부 지대의 천수 농업이 내놓는 잉여가 군대에 급료를 주고, 관료 조직을 채우고, 국가 권력을 드러내는 기념비적 건축에 자금을 댔다. 와이스의 발굴단은 텔레일란에서 그 비가 끊길 때 일어나는 일을 기록했다. 대략 한 세대 안에 북부 속주들에서 사람이 빠져나가고, 행정망이 무너지고, 복잡한 국가 체제의 고고학적 흔적이 멈춘다.

텔레일란의 가뭄 신호는 고립된 것이 아니다. 4.2킬로이어 사건은 오만의 포리테스 산호 기록에도, 킬리만자로 빙하 코어에도, 중동과 동아프리카 곳곳의 호수 퇴적물 기록에도, 중국과 인도의 동굴에서 얻은 동굴생성물 기록에도 나타난다. 인도 북동부 마움루 동굴의 석순 하나는 이제 이 사건과 함께 시작되는 지질시대인 메갈라야절의 시작점을 공식적으로 표시한다. 이처럼 넓게 퍼져 있다는 사실은 메소포타미아를 훨씬 넘어서는 대기 순환의 변화를 가리킨다. 다만 지구 전체로 보면 약 4,200년 전 무렵의 이상 현상들은 하나의 일관된 패턴이라기보다 조각조각 흩어져 있고, 건조화는 어떤 지역을 다른 지역보다 훨씬 세게 덮쳤다.

남서쪽으로 1,200킬로미터쯤 떨어진 이집트에서는 거의 같은 시기에 고왕국이 무너지고 제1중간기로 들어섰다. 나일강 삼각주 코어의 스트론튬 동위원소와 퇴적암석학 분석은 약 4,200~4,000년 전 사이에 강의 범람과 기저 유량이 급격히 바뀌었음을 보여 준다. 고왕국의 종말과 맞물린 나일강의 실패였다. 그 뒤에 온 것은 중앙 권력의 해체였다. 지방 총독들은 독립 영주처럼 통치하며 서로 싸웠고, 중앙집권적 재분배는 무너졌으며, 후대의 이집트 저술가들은 이 시대를 기근과 혼돈의 시대로 기억했다.

두 제국 모두 국가의 다른 모든 기능이 기대던 농업 기반을 잃었다. 어느 쪽도 가뭄 하나 때문에 무너지지는 않았다. 아카드의 왕들은 반란을 연이어 진압해야 했고 구티인이 자그로스산맥에서 밀고 들어왔으며, 이집트에서는 지방들이 멤피스에서 떨어져 나갔다. 반란과 침입은 가뭄이 이미 고갈시킨 국가를 덮쳤다. 북부에서조차 피해는 고르지 않았다. 하부르 분지의 세 유적에서 나온 사람의 치아와 뼈는 이 사건 동안에도 식단이 흔들리지 않았음을 보여 주며, 그곳 농업이 가뭄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는지는 아직도 논쟁 중이다.

이런 실패를 겪은 것은 아카드 제국과 이집트 고왕국만이 아니며, 충격이 늘 가뭄의 모습으로 오는 것도 아니다.

량주: 같은 이야기, 물로 쓰다

동아시아는 의미심장한 변주를 보탠다. 고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신석기 사회 가운데 하나였던 양쯔강 하류의 량주 문화는 약 4,300년 전, 그러니까 본격적인 4.2킬로이어 사건보다 한 세기 이상 앞서 거대한 도시를 버렸다. 중국 남동부의 석순이 그 이유를 보여 준다. 붕괴는 짧고 이례적으로 습한 시기 안에 일어났으며, 이는 대규모 홍수가 사람들을 도시에서 몰아냈다는 해석과 들어맞는다. 가뭄은 그 뒤에 왔다. 약 4,000년 전부터 시작된 긴 건기 동안 이 지역에 남아 있던 신석기 문화들이 사그라졌다. 충격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와는 반대 방향으로 왔지만 결과는 같았다. 강우의 변화가 농업 체계를 한계 너머로 밀어낸 것이다.

기원전 1200년: 연결된 세계의 종말

기원전 1200년 무렵 후기 청동기시대의 동지중해는 상당히 정교한 상호 연결된 교역 체계였다. 미케네 그리스, 히타이트 제국, 가나안의 도시국가들, 시리아 해안의 우가리트, 그리고 이집트가 곡물과 구리, 주석, 사치품이 오가는 하나의 그물망으로 묶여 있었고, 그 흐름을 다국어를 쓰는 상인 가문들이 굴렸다. 그들이 주고받은 서신은 쐐기문자로 남아 있다. 약점은 상호 의존 그 자체에 있었다. 그만한 규모에서는 체계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모든 곳으로 번지며, 하나하나는 건전한 마디까지도 관통한다.

대략 기원전 1200년에서 1150년 사이, 동지중해 주변의 주요 궁전 문명은 거의 모두 동시에 무너졌다. 히타이트 제국은 국가로서 사라졌다. 미케네 궁전 문화는 자취를 감췄다. 우가리트는 불에 타 파괴되었다. 이집트는 살아남았지만 크게 위축되었고, 신왕국 시절의 세력권을 끝내 되찾지 못했다. 이 붕괴에 관한 통설은 정체가 여전히 논쟁거리인 이주 전사 집단, 곧 “바다 민족”을 원인으로 내세운다.

물리적 기록은 가뭄을 가리킨다. 동지중해 자체가 변했다. 후기 청동기시대에 바다가 빠르게 식으면서 주변 육지에 비가 끊겼고, 더 건조한 초기 철기시대가 열렸다. 키프로스의 라르나카 소금호수에서 채취한 코어를 비롯해 키프로스와 시리아 해안에서 이루어진 꽃가루 연구는 약 3,200년 전에 시작되어 대략 300년 동안 이어진 가뭄을 추적한다. 가장 해상도 높은 직접 증거는 튀르키예 중부의 고르디온에서 나온다. 그곳의 고대 향나무 목재에서 얻은 나이테 폭과 안정 동위원소 기록은 히타이트 국가가 무너진 시점에 가까운 기원전 1198~1196년경(±3년)에 이례적으로 혹독하고 끊김 없는 건기가 있었음을 드러낸다.

우가리트의 기록 보관소는 그 이야기를 스스로의 말로 들려준다. 그곳 점토판 가운데에는 히타이트 왕이 자기 땅의 기근을 덜고자 곡물을 보내라고 우가리트를 다그치는 편지들이 있다. 그러고 나서 도시는 불탔다. 텔레일란의 끝이 조용했던 데 비해 우가리트의 끝은 폭력적이었지만, 불길이 닥치기 전에 가뭄이 이미 도시의 속을 비워 놓았다.

이집트가 버틸 수 있었던 데는 그 농업이 현지 강우가 아니라 멀리 상류에 내리는 비로 불어나는 나일강의 범람에 기댄 덕도 있었다. 이집트는 이 지역의 마지막 곡창이 되었다. 파라오 메르넵타는 “이 하티 땅을 살리기 위해” 곡물을 실어 보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강 하나로 한 지역 전체를 먹일 수는 없었고, 교역을 조직하던 궁전들이 하나둘 무너지자 잉여를 모자란 곳으로 옮기던 그물망도 더는 그 일을 할 수 없었다.

바다 민족으로는 붕괴가 설명되지 않는 이유

후기 청동기시대 붕괴의 일차 원인을 가뭄으로 보는 견해에 대한 표준적인 반론은 다중 원인론이다. 바다 민족이 침입했고, 내부 반란이 궁전 경제를 흔들었으며, 공급망은 이미 끊겨 있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그러나 어느 것도 내부 정치 상황이 전혀 다른 사회들에 걸쳐 붕괴가 동시에, 그리고 전면적으로 일어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다중 원인론은 오히려 가뭄 논증을 더 구체적으로 만든다. 가뭄이 유일한 압박 요인일 필요는 없다. 논지는 가뭄이 나머지 요인들을 치명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가뭄의 압박과 군사적 압력, 교역 단절을 한꺼번에 감당하던 사회는 이미 가뭄 때문에 재정과 식량 안보의 여유를 잃은 사회이며, 따라서 나머지 두 가지를 흡수할 능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고르디온의 향나무는 가뭄의 최악의 시기를 히타이트 몰락과 같은 몇 해 안에 놓는다. 이는 그 순서를 그럴듯하게 만들지만 증명하지는 않는다.

마야: 가뭄이 곧 증거일 때

대략 서기 760년에서 910년 사이 저지대 주요 도시 대부분이 버려진 고전기 말 마야 붕괴는 농민 반란, 전염병, 토양 고갈 탓으로 여겨져 왔다. 고기후 기록은 이런 설명들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순위에서 밀어냈다. 이제 가뭄의 연대를 정치사 연표와 나란히 놓을 수 있을 만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아메리카 북부 열대 지역의 강우를 보여 주는 해양 퇴적물 프록시인 카리아코 해분의 티타늄 기록은 더 넓은 카리브해 기후도 함께 따라가며, 고전기 말 전체에 걸친 가뭄을 계절 단위 해상도로 복원한다. 이 기록은 대략 서기 810년, 860년, 910년에 극심한 가뭄 사건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 이 연대는 정치적 해체가 가장 심했던 시기들과 가깝다. 서기 800~820년 무렵 코판과 남부 도시들의 붕괴, 9세기 중반 중부 저지대 정치체들의 해체, 9세기 말과 10세기 초의 마지막 도시 포기가 그것이다. 버려짐의 물결은 가뭄의 박동과 맞아떨어진다.

서로 독립된 두 번째 증거는 멕시코 유카탄반도에서 가장 정밀한 기록 네 가지에서 나온다. 테코 동굴 석순의 산소 동위원소, 치찬카나브호와 푼타라구나호에서 나온 껍데기의 산소 동위원소, 그리고 치찬카나브호의 퇴적물로, 모두 해양 프록시와는 별개다. 이들을 함께 모델링하면 고전기 말 가뭄 동안 연간 강우량은 25~40% 줄었다.

패턴은 “가뭄이 붕괴를 일으켰다”보다 더 구체적이다. 붕괴는 전반적인 건조화를 배경으로, 하나하나가 극심한 일련의 가뭄 사건에 걸쳐 전개되었다. 급성 가뭄 사이사이에는 부분적인 회복기가 있었고, 그때는 최악이 지나갔다고 여길 만큼 강우가 나아졌다. 그러다 농업과 재정 체계가 다시 안정되기도 전에 다음 가뭄이 닥쳤다. 남부 중심지가 가장 먼저 비었다. 해안 교역로에 닿을 수 있었던 치첸이트사와 다른 북부 도시들은 그 뒤로도 오래 이어졌다. 가뭄은 누가 버틸 수 있는지의 지도를 다시 그렸다. 그렇다고 어디서나 가뭄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었다. 남서부 저지대에서는 호수 퇴적물 속 잎 왁스가 안정된 기후 아래에서 토지 이용과 인구가 크게 요동쳤음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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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순은 강우를 어떻게 읽는가

동굴생성물 기록이 통하는 것은 동굴의 점적수가 위쪽의 흙과 암반을 스며 내려온 빗물의 동위원소 특징을 물려받기 때문이다. 강우가 적은 시기에는 그 물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δ¹⁸O)이 증발과 토양수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며, 좋은 동굴계에서는 이 신호가 자라나는 석순의 방해석 층에 1년보다 짧은 해상도로 보존된다. 유카탄의 동굴과 호수 기록이 마야 문제에 잘 맞는 것은 그것이 마야 세계 자체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카리아코 해분 기록은 해양 퇴적물 속 티타늄이라는 다른 방법으로, 다른 해안에서 얻은 것이다. 두 기록이 고전기 말 가뭄의 시기에 대해 일치한다는 점 때문에, 그 시기를 어느 한 방법이 빚어낸 허상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메커니즘

세 사례는 수 세기와 두 반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으며, 정치 체제도 농업 체계도 매우 다른 사회들이다. 그런데도 그 안에서 비슷한 순서가, 고르지는 않게, 되풀이된다.

시작은 천수 농업이다. 그 잉여가 재정 체계를 먹여 살리면서도 기댈 강이 없는 지대다. 하부르 평원에서 그것은 아카드 제국 북부의 곡창 지대였고, 후기 청동기시대에는 히타이트 아나톨리아와 레반트 해안의 건지 농업 지대였으며, 마야 저지대에서는 남부 도시들의 빗물에 기대는 밀파 농업이었다.

곡물 생산이 줄면 군대에 급료를 주고, 기반 시설을 유지하고, 관료 조직을 채우고, 행정 경로를 통해 식량을 재분배하는 국가의 능력이 무너진다. 조지프 테인터는 복잡한 사회는 복잡성에서 수익을 내는 능력, 즉 행정 기구를 통해 수취 비용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주는 능력으로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오래 이어지는 가뭄은 그 계산이 기대는 잉여를 없애 버리고, 복잡성의 비용이 그 수익을 앞지르게 된다.

엘리트의 정당성도 함께 사라진다. 국가가 더는 식량을 재분배하지 못하면 엘리트의 수탈을 정당화하던 사회계약이 깨진다. 행정 기록이 멈추는 것은 그 기록을 요구하던 제도가 더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텔레일란의 빈 점토판은 바로 이 단계에 속한다.

텔레일란 일대에서 정주 면적이 87% 줄었다는 것은 대량 사망이 아니라 대량 이탈을 뜻한다. 농업이 실패할 때 이주는 개인으로서는 합리적인 대응이지만, 남겨진 사회에는 재앙이다.

이 과정이 어디까지 가는지는 지속 기간이 결정한다. 수십 년 이어지는 가뭄은 회복이 오기 전에 잉여 비축분을 바닥낼 수 있고, 그 시점에 이르면 국가가 예전 같으면 견뎌 냈을 압박도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압박은 곡창 속주의 천수 농업을 통해 올 수도 있고, 교역망의 공급망 실패를 통해 올 수도 있으며, 저지대 농업 체계의 누적된 고갈을 통해 올 수도 있다.

지금 진행 중인 메가가뭄들

4.2킬로이어 사건을 읽어 낸 도구들로 우리 시대도 읽을 수 있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에서 자라는 나무의 나이테는 북미 가뭄 지도집을 현재까지 이어 주는 연간 생장 기록을 만들어 내고 있다. GRACE와 GRACE-FO 임무의 위성 중력 측정은 지상과 지하에 저장된 물의 총량 변화를 추적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상 관측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넓은 지역의 대수층 손실을 추정할 수 있다. 고대 가뭄을 기록한 바로 그 물리적 프록시들이 이제 현대의 가뭄을 기록하고 있다.

나이테 기반 가뭄 복원에 따르면 2000~2021년은 미국 남서부에서 적어도 1,200년 만에 가장 건조한 22년이었다. 2000~2021년 토양 수분 부족분의 약 42%(그리고 이례적이었던 2021년 한 해 가뭄의 약 19%)는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 탓이고, 나머지는 자연적인 수십 년 규모 변동이다. 이 기간은 이미 메가가뭄을 가늠하는 통상의 기준인 20년을 넘어섰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끊김 없이 수십 년 이어지는 가뭄 하나가 아니라 구조적인 건조화로, 파국적인 가뭄의 해가 기본값이 되고 회복기는 사라질 지경까지 짧아졌다. 2007~2010년 시리아 가뭄은 기기 관측 사상 최악이었고, 내전에 앞서 일어난 대규모 농촌 인구 이탈에 한몫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더 긴 흐름 속의 급성 국면이었다. 강우 부족은 1990년대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2020년 중반부터 2025년 중반까지는 5년 가뭄이 이어졌으며, 급성 사건은 매번 앞선 사건의 피해가 흡수되기도 전에 닥쳤다. World Weather Attribution은 이 5년 가뭄이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산업화 이전 기후에서보다 약 31배 더 일어나기 쉬웠다고 추산한다. 마야의 사례도 같은 패턴을 보여 준다. 가뭄 사건이 회복이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보다 빨리 닥치면서, 단 한 번의 지속적인 타격이 아니라 여러 주기에 걸쳐 적응 능력을 소진시킨다.

중국 북부는 또 다른 경로를 보여 준다. 중국 겨울밀 재배 지대의 심장부인 화베이평원은 수십 년 동안 대수층을 끌어 썼고, 그 손실은 GRACE 위성이 궤도에서 측정했다. 이곳에서 위험은 땅 밑에 있었다. 비가 채워 줄 수 있는 양을 넘어선 수십 년간의 양수가 농업이 마른 해를 넘길 수 있게 해 주는 지하수 완충 장치를 갉아먹었다. 2020년 이후로는 남수북조 사업으로 끌어온 물, 양수 규제, 그리고 연이은 습한 해 덕분에 지하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완충 장치가 살아남은 것은 이제 국가가 그것을 다시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남쪽에서는 2022년 양쯔강 가뭄이 1961년 관측 시작 이래 최악이었다.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유역 전체의 강우량은 평년보다 약 45% 적었다. 중국에서 가장 습한 농업 지역에 닥친 지표 가뭄이었다.

아프리카의 뿔에서는 2020년 말부터 2022년 말까지 다섯 번의 우기가 연달아 실패했다. 40년 만의 최장 가뭄이었다. 2023년의 비가 가뭄을 끝냈지만 유예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4년 말부터 2025년 내내 비가 부족한 뒤 가뭄이 돌아왔고, 2026년 2월에는 소말리아에서 약 650만 명, 케냐에서 약 370만 명이 위기 수준 이상의 식량 불안에 처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고기후학의 정의로 보면 이것은 메가가뭄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작동하는 메커니즘, 곧 회복할 틈도 없이 되풀이되는 가뭄 주기를 거치며 농업 비축과 재정 능력이 점차 고갈되는 과정은 역사 기록이 묘사하는 바로 그 과정이다.

콜로라도강 협약과 강의 법

1922년 콜로라도강 협약은 강의 연간 유량을 약 1,640만 에이커피트로 가정하고, 상류 유역 주들에 연간 750만 에이커피트, 하류 유역에 750만 에이커피트를 배분했으며, 하류 유역에는 100만 에이커피트를 추가로 쓸 권리를 주었다. 거듭 확인된 나이테 복원 결과는 이 협약이 콜로라도강의 수백 년 기록에서 가장 비가 많았던 시기 가운데 하나에 협상되었음을 밝혀냈다. 첫 복원은 장기 평균을 약 1,350만 에이커피트로 잡았고, 이후의 복원은 이를 약 1,460만 에이커피트로 수정했지만, 이 역시 멕시코 몫을 따지기도 전에 협약이 두 유역에 나누는 1,500만 에이커피트에 못 미친다. 이 격차는 가뭄이 서류상 배분량과 실제 유량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한 2000년부터 눈에 보이게 되었다. 주 간 협약과 국제 조약, 수십 년에 걸친 기반 시설 투자에 새겨진 현재의 배분량은 장기 기록 속에 존재한 적도 없고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 강을 반영하고 있다.

프레임의 문제

지금의 메가가뭄을 말하는 공적 어휘는 물 안보, 적응, 기후 회복력 같은 말들이다. 이 용어들은 오래 이어지는 가뭄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관리라고 전제한다. 배분 조정, 효율 개선, 담수화 투자, 수요 감축을 통한 관리 말이다.

역사 기록은 그보다 관리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묘사한다. 일정한 기간을 넘어서면 가뭄 위기를 다루려고 만든 제도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 제도들 자체가 가뭄이 없애고 있는 잉여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식량 교역과 지하수 채굴 능력, 더는 생산하지 못하는 것을 수입할 재정 능력을 갖춘 현대 국가에게 그 문턱이 어디에 있는지는 열린 질문이다. 애리조나가 아카드 제국처럼 끝나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여러 주요 농업 지역에서 동시에 수십 년간 이어지는 가뭄에 맞서 이 완충 장치들이 한없이 늘어날 수 있다는 가정은 시험된 적이 없다. 그것은 예외주의의 가정이다. 그것을 마주한 산업화 이전 사회 다수를 해체한 메커니즘이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낳을 만큼 충분히 다른 무언가를 만나리라는 믿음이다. 그 가정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대의 증거는 그것을 뒷받침하지 않으며, 현대의 증거는 세계 주요 농업 지역 몇 곳에서 같은 압박이 쌓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미국 남서부는 적어도 1,200년 만에 가장 건조한 22년을 지나며 2020년대에 들어섰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점점 심해지는 가뭄이 간간이 끼어드는 구조적 건조화를 수십 년째 견뎌 왔다. 중국 북부는 밀 재배 지대 아래의 대수층을 수십 년 동안 캐내다시피 써 왔고, 이제는 그것을 다시 채우려고 끌어온 강물에 막대한 돈을 쓴다. 아프리카의 뿔은 40년 만에 최악이었던 연이은 우기 실패가 끝난 지 3년도 안 되어 다시 가뭄에 빠졌다.

그 재충전은 돈과 공학 역량이 충분한 국가라면 한번 바닥난 완충 장치를 다시 쌓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얼마나 많은 국가가, 동시에 몇 개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그렇게 할 수 있는지가 고대 기록이 던지지만 답하지는 못하는 질문이다.

텔레일란의 곡물 계량 용기들은 지금 박물관 소장품과 발굴 사진 기록 속에 보관되어 있다. 새기지 않은 점토판과 마지막 거주층 위의 건조화 퇴적층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거기에 수수께끼 같은 것은 없다. 그것들은 비가 곡물 창고가 버틸 수 있는 기간보다 오래 끊겼을 때 천수 농업 국가가 남기는 것이다.

프록시 기록에 따르면 그것들을 낳은 가뭄은 한 세기에서 세 세기 사이 이어졌다. 하부르 평원은 약 두 세기 동안 거의 텅 비어 있었고, 비는 기원전 1900년 무렵에야 돌아왔다. 비가 돌아오자 농민들이 평원으로 돌아왔고, 아모리인 왕 샴시아다드는 점토판이 빈 채로 남겨진 지 약 400년 뒤 텔레일란을 수도 슈바트엔릴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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