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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약 8%에 이르렀다. 절대 규모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듬해에는 중국마저 완전히 제치고 세계 최대가 됐다. 이 기록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리스는 위기 이전 생산의 약 4분의 1을 날려 버린 불황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22%를 넘었다. 독일 재무장관이자 그리스 구제금융에 붙은 긴축 조건을 누구보다 강력하게 밀어붙인 볼프강 쇼이블레는 2010년부터 해 온 말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었다. 적자국들은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탓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쇼이블레의 비난은 장부의 양쪽을 함께 묶는 회계 항등식에 부딪혔다. 전 세계의 경상수지를 모두 더하면 0이 되어야 한다. 차변과 대변이 일치해야 하듯, 회계상의 정의에 따라 정확히 그렇다. 모든 흑자는 어딘가의 적자를 뜻한다. 그리고 정부의 재정 선택은 정치가 가장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이므로, 지속적인 재정 흑자는 이를 상쇄할 만큼 민간 차입이 늘지 않는 한 기계적으로 경상수지를 흑자 쪽으로 밀어 올리는 경향이 있다. 재정 선택은 정책이고, 대외 포지션은 그 결과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살펴볼 노르웨이, 싱가포르, 독일은 서로 다른 메커니즘으로, 서로 다른 명분을 내세워 지속적인 흑자를 내 왔다. 어느 경우든 흑자는 선택에서 나오고, 다른 누군가의 장부 반대편에 내려앉는다. 문제는 누가 그 선택을 했고 누가 그 비용을 치르느냐다.
노르웨이: 가장 깔끔한 사례
셋 가운데 가장 변호하기 쉬운 것은 노르웨이의 흑자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글로벌(GPFG)은 2025년 말 약 2조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자산 기준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다. 이 펀드는 전 세계 상장 기업 지분의 약 1.5%를 소유하고, 그 밖에도 세계 주요 시장 곳곳의 국채와 회사채, 알짜 부동산을 갖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상수지 흑자는 2024년 GDP의 약 15%였고, 유럽 에너지 가격이 침공 직후의 정점에서 내려온 2025년에는 14%였다.
석유와 가스 수입은 운영 예산으로 흘러들지 않는다. GPFG로 들어가 해외에 투자되며, 펀드에서 꺼내 쓰는 돈은 장기적으로 펀드의 기대 실질수익률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그 기준은 현재 펀드 가치의 3%로 정해져 있다. 이 장치는 석유 횡재가 국내 경제를 부풀려 임금을 왜곡하고 비자원 산업을 밀어내는 것을 막는다. 앙골라에서 아제르바이잔까지 천연자원 수출국들의 속을 텅 비게 만든 네덜란드병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장치는 또한 우연히 유전 위에 살게 된 세대가 유산을 써 버리는 것도 막는다.
그러나 2026년 노르웨이의 비석유 구조적 재정적자는 본토 추세 GDP의 약 12.6%로 편성돼 있다. 석유 부문을 빼면 노르웨이는 적자를 내는 나라다. 그러니 이 흑자가 기대는 것은 제도가 강제하는 재정 규율보다는 신중하게 관리된 지질학적 행운이다.
흑자는 으레 “재정 규율”이라는 언어로 칭송받고, 노르웨이는 규율이 안전을 낳는다는 증거로 자주 거론된다. 석유 수입을 걷어 내면 남는 것은 잘 관리된 유산이다. 규율은 진짜지만, 그 규율이 다루는 대상은 노르웨이의 무릎에 굴러떨어진 자산이다. 북해 유전이 없는 나라에는 규율을 적용할 그런 자산이 없다.
GPFG의 자산은 가만히 잠들어 있지 않다. 약 2조 달러에 이르는 이 돈은 나머지 세계 경제에 대한 청구권이다. 채권은 외국 정부와 기업에 빌려준 돈이고, 주식과 건물은 그들의 사업과 부동산에 대한 소유 지분이다. 노르웨이의 펀드가 영국 국채(길트)를 사면 영국 정부의 적자에 돈을 대는 것이다. 독일 제조업체의 주식을 사면 독일의 생산 자본에 대한 청구권을 쥐게 된다.
재정 준칙의 개정
2017년 노르웨이는 펀드 지출의 기준이 되는 기대 실질수익률을 펀드 가치의 4%에서 3%로 낮췄다. 준칙이 만들어진 2001년 이후 전 세계에 분산된 포트폴리오의 기대 실질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원래의 가정이 더는 들어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 개정은 스스로 적응하는 체계를 보여 준다. 동시에 출범 당시에는 충분해 보였던 규칙도 여건이 바뀌면 스스로 내건 목적에 어긋나게 작동하기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싱가포르: 압착 기계
싱가포르의 경상수지 흑자는 2024년 GDP의 약 17%, 2025년에는 16.7%였다. 정부 예산은 2025 회계연도에 GDP의 약 2%에 이르는 흑자를 기록했다. 노르웨이와 달리 싱가포르에는 석유도, 가스도, 캐낼 자원도 없다. 면적 약 744제곱킬로미터의 도시국가인데, GDP 대비 흑자는 노르웨이를 웃돈다.
그 뒤에 놓인 가장 뚜렷한 정책은 중앙적립기금(CPF)이다. 55세 이하 시민과 장기 영주권자의 CPF 납입금은 임금의 37%에 이른다. 근로자가 20%, 고용주가 17%를 내고, 이 돈은 정부가 관리하는 계좌로 들어가 주로 노후와 의료, 승인된 주택 구입에 꺼내 쓸 수 있다. 고용주 몫은 급여에 얹어서 내므로, 일반 근로자 총보수의 3분의 1 가까이가 강제 법률에 따라 원천에서부터 따로 떼어지는 셈이다. 인출 조건과 이자율은 모두 정부가 쥐고 있다. 싱가포르의 GDP 대비 가계소비 비중은 고소득 경제의 전형적인 수준보다 꾸준히 낮고, 그 밑에 깔린 저축률은 문화적 선호만이 아니라 입법 설계로도 유지된다.
싱가포르 재무부는 그 논리를 숨기지 않는다. “천연자원이 없는 작은 나라”인 싱가포르는 준비금을 쌓아 두었고, 덕분에 정부는 코로나19 같은 위기에 “대규모로 빚을 내 재정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완충 장치가 없던 역내 경제들을 휩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싱가포르의 제도적 기억 속에서 추상적인 일이 아니다. 이 전략적 논리는 그 자체로 타당하지만, 뒤따르는 산술은 조금도 바꾸지 못한다.
싱가포르는 그만한 소득 수준에서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한다. 회계 항등식에 따라 그 격차는 나머지 세계에 대한 흑자로 나타나고, 나머지 세계는 전체적으로 꼭 그만큼 생산보다 더 많이 지출한다. CPF를 설계할 때 이를 의도했든, 부작용으로 받아들였든, 아예 고려하지 않았든 대외적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싱가포르 내부에서 그 비용은 노동자가 지금 쓸 수 있는 돈에 떨어진다. CPF 자금이 꽁꽁 묶여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돈으로 아파트 값과 주택담보대출, 병원비를 내고, 나중에는 노후 자금으로 쓴다. 그러나 언제, 무엇에 쓸 수 있는지는 법이 정한다. 월 5,000싱가포르달러를 버는 노동자라면 그중 1,000싱가포르달러가 자유롭게 쓰기도 전에 의무 계좌로 빠져나간다. 수백만 노동자를 합치면, 이는 그러지 않았다면 대외 흑자를 줄였을 가계 지출을 억누른다.
빠듯한 재정의 회계
싱가포르의 공식 정부 예산은 토지 매각 수입을 제외한다. 이 수입은 운영 계정이 아니라 과거 준비금(Past Reserves)에 편입되고, 그 준비금의 투자 수익 가운데 일부만 예산으로 되돌아온다. 정부가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땅이 극도로 귀한 도시국가에서 그 금액은 막대하지만, 대표 예산 수치에 수입으로 잡히는 일은 없다. 비유하자면 도시의 땅은 싱가포르의 북해다. 노르웨이와의 유사성은 흔히 인정되는 것보다 크다. 두 나라 모두 유한한 국가 자산을 운영 예산 바깥의 준비금으로 바꾸고 그 수익의 일부만 쓴다. 그래서 어느 나라의 대표 예산 수치도 재정의 전모를 말해 주지 않는다.
독일: 훈계하는 나라
노르웨이와 싱가포르의 흑자에 대응하는 적자는 전 세계 시장에 얇게 흩어져 있다. 유로 출범 후 첫 10년 동안 독일의 상대편은 이름을 대기 쉬웠다.
1999년 유로화가 출범할 때 독일의 경상수지는 대체로 균형, 정확히는 소폭 적자였다. 2007년에는 흑자가 GDP의 6%를 넘었고, 2016년에는 9%에 가까운 수준으로 절대 규모에서 중국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가 됐다. 2008년 위기 이전 몇 해 동안 독일 장부의 적자 쪽에 선 나라들은 같은 유로존 회원국인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였고, 프랑스도 적자로 미끄러졌다. 이들은 구조적 선택으로 격차를 벌리고 있던 나라와 통화와 통화정책을 함께 썼고, 그 격차를 바로잡을 환율 메커니즘은 없었다.
흑자를 굳히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한 힘은 둘이었다. 첫째는 임금 억제였다. 슈뢰더 총리가 2003년부터 도입해 2005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한 어젠다 2010과 하르츠 개혁은 노동시장의 밑바닥에서 이를 강화했다. 이 입법은 실업급여를 개편해 소득대체율과 수급 기간을 줄였고,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시켰으며, 미니잡과 임시 계약을 확대했다. 독일의 임금 억제는 그보다 앞선 1995년에 시작됐다. 높은 실업률, 세계화, 생산기지 해외 이전의 위협이 그 동력이었고, 노조와 직장평의회는 임금 자제를 받아들였다. 하르츠 입법은 주로 임금 분포 맨 아래쪽의 임금을 끌어내렸다. 기원이 무엇이든 결과는 갈수록 벌어지는 경쟁력 격차였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독일의 명목 단위노동비용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약 22%,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는 둘 다 약 27% 올랐다.
단일 통화 안에서는 그만한 격차를 평가절하로 바로잡을 수 없다. 격차는 상대적인 임금과 물가, 생산성을 통해 좁혀질 수밖에 없다. 독일 쪽이 더 빨리 오르거나, 적자국 쪽이 더 느리게 오르거나 둘 중 하나다. 실제로는 두 번째 길이 짐의 대부분을 떠안았다. 그것은 수년간의 대량 실업을 뜻했고, 청구서가 날아올 때 집권하고 있던 쪽은 누구든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임금 억제는 독일의 소비와 수입도 낮게 묶어 두었고, 그래서 무역 흑자는 상대국 상품에 대한 수요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돈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대차대조표에 쌓였다가 자본이 되어 밖으로 흘러나갔고, 그중에는 당시 독일을 상대로 적자를 내고 있던 남유럽 시장에 대한 대출도 있었다.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은 주변국에 돈을 빌려준 최대의 외국 대출자였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이들 은행의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익스포저는 1조 달러에 육박했고, 그 대부분은 정부가 아니라 은행과 부동산 개발업체를 비롯한 민간 차입자에 대한 것이었다.
자본 유입이 역전되자 적자는 비상사태가 됐다. 2008년 스페인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약 9%였고,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그보다 높은 약 15%와 12%였다. 조정의 부담은 나뉘지 않았다. 독일의 내수는 다른 곳의 삭감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조금 늘었고, 부담을 나눠 질 유로존 재정 장치도 없었다. 긴축과 내부 평가절하, 대량 실업은 모두 적자국 쪽에 떨어졌다. 그리스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GDP의 약 4분의 1을 잃었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2013년 1분기에 26%로 정점을 찍었고, 같은 시점의 청년 실업률은 55%를 넘었다. 한 세대 전체가 최악의 시기에 노동시장에 발을 들였고, 그 상처를 그 뒤로도 짊어지고 갔다. 2016년이 되자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저마다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었고, 독일의 흑자는 여전히 불어나고 있었다.
볼프강 쇼이블레는 독일의 기록적 흑자를 관장하면서 그리스 구제금융의 조건을 누구보다 강하게 밀어붙였다. 내수를, 그리고 그와 함께 세수까지 무너뜨릴 만큼 혹독한 긴축이었고, 그 탓에 재정 목표는 오히려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훗날 다름 아닌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그 프로그램들의 바탕이 된 전망이 삭감이 성장에 입힐 피해를 크게 과소평가했음을 보여 주었다. 위기 내내 되풀이된 쇼이블레의 공식 입장은 주변국들이 분수에 넘치게 살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서 빠진 것이 있었다. 그렇게 사는 데 든 돈의 상당 부분을 독일 은행들이 빌려주었다는 사실, 그 나라들이 조정할 길이 없는 통화동맹을 유럽 각국 정부가, 그중에서도 독일 정부가 앞장서 설계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구조가 무너지자 베를린이 교정 비용을 압도적으로 채무자에게 지워야 한다고 고집했다는 사실이다. 2012년 채무 재조정에서 민간 채권자들은 그리스 국채에 대해 53.5%의 원금 감축(헤어컷)을 실제로 떠안았지만, 긴축과 불황은 채무국에 그대로 남았다.
둘째 힘은 붕괴 이후에 찾아왔다. 2009년 기본법에 새겨진 독일의 헌법상 부채 브레이크(Schuldenbremse)는 연방정부의 구조적 적자를 GDP의 0.35%로 제한한다. 2014년부터 메르켈-쇼이블레 정부는 슈바르체 눌(schwarze Null), 곧 “블랙 제로”로 그 상한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연방정부의 순신규 차입을 아예 0으로 묶은 것이다. 이제 국가까지 가계, 기업과 나란히 저축하게 되면서 흑자는 2016년의 기록을 향해 계속 불어났다.
슈바르체 눌은 국내에서도 자체 청구서를 쌓아 가고 있었고, 그 이야기는 쇼이블레의 발언에 등장하지 않았다. 독일 지방자치단체들이 보고하는 투자 적체는 2024년까지 한 해 만에 거의 16% 늘었고, 최신 추정치는 2,310억 유로다. 학교 건물에서만 689억 유로, 도로와 교통 인프라에서 537억 유로의 투자가 미뤄졌다. 독일의 교량과 병원, 수도 인프라, 디지털 네트워크는 바로 그 재정 틀 아래에서 낡아 가고 있었다. 제 나라의 그것조차 감당할 여력이 없던 나라들에 상당한 도덕적 권위를 앞세워 처방했던 그 틀이었다.
그리스 경제가 위기 이후의 바닥을 찍은 2013년으로부터 12년 뒤, 독일은 자신의 규칙을 고쳐 썼다. 2025년 3월 18일, 임기 말의 연방하원은 특별 회의를 열어 찬성 512표, 반대 206표로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GDP의 1%를 넘는 국방비를 부채 브레이크에서 제외하고, 인프라와 기후 투자를 위해 부채 브레이크의 적용을 전혀 받지 않는 5,000억 유로 규모의 기금을 신설했다. 독일 2024년 GDP의 11%가 넘는 규모다.
공식적으로 내세운 계기는 러시아가 계속 이어 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서양 관계의 악화, 그리고 누가 봐도 뚜렷한 독일 경제의 정체였다.
재정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회계상의 연결 고리
슈바르체 눌은 정부 예산 정책이었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수치로, 모든 부문을 통틀어 국민 저축이 국내 투자를 넘어서는 총량이다. 둘은 연관돼 있지만 같지는 않다. 부문별 수지 항등식은 그 산술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민간 부문 수지 + 정부 수지 = 경상수지. (같은 말로, 국내 민간 부문, 정부 부문, 해외 부문의 수지를 합하면 0이 된다.) 적자를 내는 정부도 민간 부문의 저축이 그 적자를 넘어설 만큼 크면 큰 경상수지 흑자를 거느릴 수 있다. 독일이 2009년과 2010년에 정확히 그랬다. 정부는 GDP의 3~4.5%에 이르는 적자를 냈지만 경상수지 흑자는 5% 위를 지켰다. 블랙 제로 시절에는 정부와 민간 부문이 모두 순저축자였다. 가계는 저축을 많이 했고 기업은 이익을 사내에 유보했다. 공공과 민간 부문이 모두 순저축자일 때 경상수지 흑자는 둘의 합이 된다. 재정정책이 독일 흑자의 유일한 동인은 아니었지만, 정치가 가장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동인이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국제 체제의 어떤 장치도 독일에 멈추라고 강제하지 않았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로 이어진 협상에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무역 불균형을 다스릴 새로운 국제 통화 단위, 방코르를 제안했다. 이 제안을 남다르게 만든 것은 대칭성이었다. 적자국이 지속적인 적자에 벌칙을 받듯, 흑자국도 초과 방코르 보유액에 이자를 물게 되어 있었다. 이 장치는 조정 압력을 장부 양쪽에 나눠 지워, 채무국이 수축을 강요당하는 동안 채권국이 끝없이 쌓기만 하는 일에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것이다. 해리 덱스터 화이트가 수석 협상가였던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 미국은 세계 최대의 흑자 경제였고, 채권국을 벌하는 체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브레턴우즈에서 탄생한 IMF는 적자국에는 광범위한 조건을 부과하지만, 흑자국에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희소 통화” 조항은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적자국은 흑자국이 겪지 않는 시장 규율을 마주한다. 국채 금리 상승, 자본 이탈, 그리고 정치적 선호와 상관없이 조정을 강제하는 통화 위기의 가능성이다. 흑자국에는 그에 견줄 장치가 없다. 오히려 자산 가격이 오르고 차입 비용은 내려간다. 조정 압력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며, 전후 국제 금융 체제는 애초에 그렇게 짜였다.
유로존은 부분적인 교정 수단이던 환율마저 없애 이를 더 악화시켰다. 변동환율 통화를 쓰는 나라들 사이에서 흑자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 메커니즘이 단일 통화 안에서는 독일의 경쟁 우위를 깎아 낼 수 없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거시경제 불균형 절차는 3년 평균 GDP의 6%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더 면밀한 점검 대상으로 지목한다. 독일은 거듭 지목됐다. 그러나 집행 장치가 흑자국을 상대로 의미 있는 효과를 낼 만큼 쓰인 적은 한 번도 없다.
2012년부터 내놓기 시작한 연례 평가에서 IMF는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경제 기초여건과 바람직한 정책 설정으로 정당화되는 수준보다 상당히 크다고 거듭 지적해 왔다. 2019년 IMF는 그 초과분을 GDP의 약 4~5%로 추산했다. 유럽 경제학자 패널의 3분의 2 이상이 독일의 흑자가 유로존 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데 동의했다. 베를린은 한결같이 정중한 무대응으로 답했다.
독일은 이제 돈을 더 빌리고 있다. 특별기금은 12년에 걸쳐 5,000억 유로를 도로와 학교, 교량, 디지털 네트워크에 쏟아붓게 된다. 회계 항등식은 이제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투자하려고 돈을 빌리는 정부는 내수를 늘리고, 민간 저축이 그만큼 늘지 않는 한 수출에 비해 수입이 늘어 흑자는 줄어들 것이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2025년에 이미 GDP의 약 4.5%, 약 2,030억 유로로 줄어 있었다. 전년보다 520억 유로 감소한 수치다. 그 일부는 경기 부진을 반영한다. 지출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2025년 개혁이 열어 둔 질문은 왜 하필 그때였느냐는 것이다. 10년에 걸친 그리스의 긴축도 독일의 재정정책을 바꾸지 못했다. 5년 동안 20%를 넘은 스페인의 실업률도, 정중하게 흘려들은 IMF의 거듭된 경고도, 똑같이 정중하게 무시당한 설문 속 경제학자들의 뚜렷한 다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이 움직인 것은 미뤄 둔 수리가 자국의 학교와 도로에 쌓이고, 유럽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자국 군대의 허점을 드러냈을 때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구상된 케인스의 방코르였다면 독일 같은 흑자가 쌓여 가는 동안 그 흑자에 이자를 물렸을 것이다. 세계가 그 대신 얻은 체제는 시점을 흑자국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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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출처 및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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