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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CIA가 발간을 중단하기 전까지, 월드 팩트북은 영국의 해안선 길이를 12,429킬로미터로 적었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그 약 1.6배인 19,717킬로미터로 본다. 어느 쪽도 오기가 아니다. 같은 이름표 아래에서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 육지측량부(Ordnance Survey)는 1791년부터 이 나라의 지도를 그려 왔고, 영국은 GPS 인프라와 위성 영상, 빠짐없는 수로 측량 자료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영국은 어느 축척에서나 통하는 자국 해안의 길이를 하나로 내놓지 못한다. 이 질문에는 하나뿐인 답이 없기 때문이다. 팩트북은 자기 수치가 어떤 지도에서 나왔는지 밝힌 적이 없다. 해안선을 섬을 포함해 육지와 바다가 맞닿는 경계의 총길이라고 정의했을 뿐이다. WRI는 밝혔다. 이 수치는 2000년에 미국 국방지도국이 만든 전 지구 데이터셋인 1:250,000 축척의 World Vector Shoreline을 바탕으로 계산한 값이다.

게다가 확대할수록 그 차이는 커진다. 더 정밀하게 재서 만과 곶, 하구의 가장자리를 더 많이 세면 해안은 더 길어진다. 어떤 지도 축척도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공학이 발전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들쭉날쭉함은 해안 자체의 성질이고, 아주 넓은 범위의 축척에 걸쳐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들어 본 사람은 대부분 이를 신기한 이야깃거리로 여긴다. 제논의 역설과 몬티 홀 문제 사이 어딘가에 꽂아 둔, 프랙털에 관한 재치 있는 잡학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해안선은 국가가 어업권과 광물 자원에 대한 권리, 그리고 주권 영역의 경계를 긋는 곳이기도 하다.

조약은 그 경계를 언급하고, 법원은 그 경계를 둘러싼 분쟁을 판결하며, 보험사는 그 경계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긴다. 선이 재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 선 위에 세워진 모든 제도는 누군가가, 아마도 밝히지 않은 채 내린 선택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해안선은 어떻게 길이를 얻는가

CIA는 자기 수치가 어떤 지도에서 나왔는지 기록으로 남긴 적이 없다. WRI는 GIS 소프트웨어에서 World Vector Shoreline의 개별 선분 길이를 모두 더했다. 디지털 해안은 직선 선분으로 이어진 점들의 사슬이다. 데이터셋이 꼭짓점을 많이 보존할수록 해안의 복잡함도 더 많이 살아남고, 측정된 해안도 길어진다. 각주가 달린 것은 하나뿐이다. WRI는 출처와 축척을 밝히고, 더 상세한 지도일수록 해안이 길게 나온다고 경고한다.

리처드슨이 발견한 문제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은 퀘이커교도 기상학자였다. 여러 업적 가운데 수치 일기 예보를 개척했고, 수십 년 동안 전쟁의 원인을 이해하려 애썼다. 1940년대 후반 그는 구체적인 가설 하나를 검증하고 있었다. 두 나라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일어날 확률이 두 나라가 맞댄 국경의 길이와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었다. 논리는 충분히 직관적이었다. 국경이 길면 마찰이 많고, 마찰이 많으면 전쟁도 많다.

이를 검증하려면 국경의 길이가 필요했다. 알고 보니 스페인은 포르투갈과의 국경을 987킬로미터로 기록했고, 포르투갈은 같은 국경을 4분의 1 가까이 더 긴 1,214킬로미터로 기록했다.

어느 나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어느 나라도 낡은 측량에 기대지 않았다. 두 나라 모두 공인된 방법을 쓰는 유능한 지리학자를 두고 있었다. 다만 서로 다른 측정 축척을 썼고, 그 축척이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처드슨은 어디를 보든 같은 패턴을 발견했다. 그가 검토한 모든 국경과 해안선은 자가 짧아질수록 길어졌다.

오늘날 리처드슨 효과라 불리는 그의 발견은, 측정 단위가 바뀔 때 측정된 국경 길이가 거듭제곱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자를 짧게 쓰면 더 많은 세부가 잡힌다. 산비탈의 작은 홈, 강어귀의 굽이, 조수가 드나드는 후미를 따라 해안선이 되돌아 꺾이는 모양까지. 자를 길게 쓰면 그런 지형은 평균에 묻혀 사라진다.

리처드슨 효과는 육지 국경보다 훨씬 불규칙한 해안선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다. 영국 서해안에서는 자를 절반으로 줄일 때마다 측정 길이가 대략 5분의 1씩 늘어난다. 자를 10분의 1로 줄이면 해안은 약 80% 길어진다. 킬로미터 단위의 자로 잰 그레이트브리튼섬의 해안에 이 추세를 맞춘 뒤 1미터짜리 막대까지 연장하면, 모델은 총길이를 15,000킬로미터 이상으로 계산한다. 자를 더 줄이면 모델이 내놓는 숫자는 계속 커진다.

리처드슨이 하려던 일은 전쟁을 세는 것이었고, 국경 길이에 관한 그의 연구 결과는 그가 세상을 떠나고 8년이 지난 1961년에 유고로 발표되었다. 그보다 한 해 앞서 출간된 더 폭넓은 전쟁 통계에서는 실제로 연관성이 드러났다. 이웃 나라가 많은 국가일수록 전쟁을 더 많이 치렀다는 것이다. 후대 연구자들은 몇 가지 단서를 달아 이 결과를 대체로 확인했다. 하지만 그 발견은 국경을 잰 것이 아니라 센 것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가 정말 원했던 검증, 즉 국경 길이와 전쟁 가능성을 맞대어 보는 일은 좀처럼 일치하지 않는 숫자들 앞에서 멈춰 섰다.

망델브로가 찾아낸 것

리처드슨이 세상을 떠나고 14년 뒤인 1967년, 브누아 망델브로는 영국의 해안이 얼마나 긴지 묻는 짧은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답했다.

리처드슨은 현상을 기술했다. 망델브로는 그것을 수식으로 정리했다. 그가 보여 준 바에 따르면 해안선의 길이는 측정 축척과, 그가 곡선의 프랙털 차원이라 부른 것에 달려 있다. 프랙털 차원은 D로 표기하는 수로, 직선의 1과 꽉 찬 평면의 2 사이에 놓인다. 해안선의 D는 1보다 크다. 망델브로는 리처드슨이 직접 잰 측정값과 그의 디바이더 방법을 이용해, 수십 킬로미터에서 약 1,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자 길이에 걸쳐 영국 서해안의 프랙털 차원이 약 1.25라고 계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해안선은 1.02에 가깝다. 거의 매끄러워서 직선보다 아주 조금 더 복잡할 뿐이다.

D가 1보다 크면 자의 길이를 줄여도 측정 길이는 한 값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망델브로의 이상화된 곡선에서는 한없이 늘어난다. 실제 해안에서는 자가 바위와 자갈 크기로 줄어들 때까지 계속 늘어나는데, 이는 지도 제작자가 쓸 법한 어떤 축척보다도 한참 아래다.

직선이나 완만하고 매끄러운 곡선은 더 정밀하게 잴수록 길이가 안정된 값에 자리 잡는다. 프랙털 곡선, 즉 모든 축척에서 자기 유사적인 불규칙성을 지닌 곡선은 자리를 잡지 않는다. 그러니 더 나은 기구가 찾아낼 참된 길이란 없다.

프랙털 차원 계산하기

망델브로가 리처드슨에게서 가져와 다듬은 방법은 디바이더 방법이다. 자 길이 G에 맞춰 벌린 컴퍼스로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끝까지 가는 데 필요한 걸음 수 N을 세고, 둘을 곱한다. 측정 길이 L = N × G다. 이를 여러 축척에서 반복한 뒤 log(L)을 log(G)에 대해 그래프로 그린다. 선은 오른쪽 아래로 기울고, 그 기울기는 1 − D다. 영국 서해안에서 리처드슨의 데이터는 여러 축척에 걸쳐 약 −0.25라는 일관된 기울기를 보이고, 망델브로는 이를 D ≈ 1.25로 읽었다. 수십 킬로미터에서 약 1,000킬로미터까지 같은 기울기가 유지되는 그 일관성이 바로 자기 유사성의 의미다. 해안의 어느 부분을 확대해도 통계적으로 전체를 닮았다는 뜻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D ≈ 1.02는 훨씬 완만한 기울기, 약 −0.02를 뜻한다. 더 정밀하게 재도 길이가 천천히 늘어난다. 대서양을 마주한 영국의 들쭉날쭉한 해안은 빠르게 늘어난다. 데이터의 전 범위에 걸쳐, 길이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축척은 없다.

일반적인 측정 오차와 프랙털 차원은 종류가 다른 문제다. 줄자로 방을 재는데 결과가 들쭉날쭉하다면 더 좋은 기구가 도움이 되고, 더 정밀하게 재면 문제가 풀린다. 프랙털 곡선에서는 더 정밀하게 잴수록 문제가 악화된다. 들여다보는 모든 축척에서 곡선 자체에 더 많은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리처드슨은 분쟁을 국경 길이와 상관 지어 왔는데, 망델브로가 이제 보여 주었듯 국경 길이는 안정된 값을 갖지 않는 변수였다. 그의 데이터셋에 있는 모든 국경을 같은 자 길이로 재면 서로 일관된 숫자를 얻는다. 자를 바꾸면 숫자도 바뀐다. 그의 국경 길이 검증이 멈춘 것은 이론이 틀렸거나 데이터가 나빠서라기보다, 독립 변수가 그가 가정한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는 추측이다. 리처드슨의 방법에는 다른 한계도 있었고, 국경은 전쟁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법은 해안을 어떻게 긋는가

1994년에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기선에서부터 해양 수역을 정한다. 영해는 그 기선에서 12해리, 접속수역은 24해리까지 뻗는다. 국가가 생물 자원과 광물 자원에 대해 주권적 권리를 갖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200해리까지 이른다. 이 모든 것이 기선을 어디에 긋느냐에 달려 있다.

UNCLOS는 두 가지 주요 방법을 제시한다. 제5조는 “통상기선”을 정한다. 연안국이 공인한 대축척 해도에 표시된 해안의 저조선이다. 제7조는 해안이 깊게 굴곡진 곳이나 섬들이 해안을 따라 늘어선 곳에 “직선기선”을 허용한다. 가장 바깥쪽 지점들을 이어 선을 긋고, 거기서부터 잰다. 직선기선과 각 수역의 바깥 한계에 대해서는 국가가 해도나 지리적 좌표 목록을 공표하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탁해야 한다.

제5조가 요구하는 것은 “연안국이 공인한 대축척 해도”뿐이므로, 해도를 어떤 축척으로 그릴지는 국가가 정하고, 그와 함께 기선이 해안의 세부를 얼마나 따라갈지도 정한다. 수역은 선의 가장 바깥쪽 지점들에서부터 바다 쪽으로 재기 때문에, 기선이 더 길고 복잡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바다가 넓어지지는 않는다. 한계선을 움직이는 것은 어떤 바위와 작은 섬과 곶을 해안으로 치느냐다.

제7조의 직선기선은 이 점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복잡한 해안을 가진 국가는 구불구불한 저조선을 따라가는 대신 바깥쪽 지점들을 직선으로 이어 거기서부터 잴 수 있다. 그 선 안쪽에 갇힌 모든 홈과 피오르는 내수가 되고, 선이 저조선 해안보다 바깥으로 지나가는 곳마다 그 선에서 잰 한계선도 바다 쪽으로 밀려난다. 제7조는 직선기선이 “해안의 일반적 방향으로부터 현저히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제한을 두기는 하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 선을 긋는 것은 국가다.

UNCLOS가 기초되기 전인 1951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판결한 영국-노르웨이 어업 사건은 노르웨이 같은 해안에는 직선기선이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선례를 세웠다. 노르웨이의 셰르고르, 즉 이 나라의 대서양 해안을 따라 늘어선 섬과 작은 섬, 바위, 암초의 “바위 성벽”은 지구에서 가장 복잡한 해안 지형 가운데 하나다. 노르웨이 정부는 셰르고르에 크고 작은 개별 섬 지형이 약 12만 개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영국은 노르웨이가 섬과 바위 위의 고정된 지점들 사이에 직선기선을 그어 어업 수역을 획정한 1935년 칙령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ICJ는 1951년 12월 노르웨이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소는 셰르고르가 연속된 해안 띠를 이루는 곳에서는 안쪽 본토 해안이 아니라 그 띠의 바깥 가장자리가 기선 설정상의 해안이 된다고 판단했다. 노르웨이는 더 넉넉한 경계 획정을 지켜 냈다.

1951년 판결이 실제로 한 일은 영토적 결과를 낳는 방법론을 승인한 것이었다. 재판소는 해안을 재는 틀을 골랐고, 그 선택에는 수혜자가 있었다. 노르웨이는 얻었고, 영국의 어선단은 얻지 못했다. 판사들은 이를 공개적으로 논증했다. 노르웨이의 지리와, 그 바다에 오랫동안 기대어 온 연안 공동체의 사정을 저울질했고, 그런 한계선 설정이 결코 연안국의 의지만으로 정해질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판결의 힘은 어느 선을 해안으로 칠지 결정한 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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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이 무너지는 세 가지 사례

러시아령 알래스카와 영국령 북아메리카 사이의 경계를 정한 1825년 영러 협약에는 선 긋기 문제가 숨어 있었다. 그 문제가 드러나기까지는 78년과 한 번의 골드러시가 필요했다.

조약은 해안과 나란히 뻗은 산맥을 따라 경계를 정했고, 산맥이 내륙으로 너무 멀리 들어가 있는 곳에서는 “해안의 굴곡과 나란히”, 내륙으로 10해상리그, 약 56킬로미터를 넘지 않게 긋도록 했다. 그 땅에 아무도 관심이 없는 동안에는 이 문구로 충분했다. 1897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가 터지고 경계선이 갑자기 항구와 교역로로 가는 길목을 쥐게 되자 문제는 다급해졌다. “해안”은 긴 만의 안쪽 끝까지 본토 해안을 따라가는가, 아니면 섬들의 바깥 가장자리를 따라 만의 입구를 가로지르는가? 캐나다는 바깥쪽 선을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린 운하 같은 만의 안쪽 끝이 캐나다 손에 들어왔을 것이다. 미국은 경계선이 만을 휘감아 돈다고 주장했다.

1903년 중재재판소는 미국이 원한 것을 대체로 들어주었다. 캐나다는 자기 힘으로 바다에 닿는 길을 잃었다. 팬핸들의 해안 띠는 미국 땅으로 남았고, 유콘 금광 지대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가장 직접적인 길들도 함께 남았다. “해안의 굴곡”에는 안정된 지시 대상이 없었다. 해안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굽이쳤다. 조약은 그 질문에 이미 답이 나왔다고 가정했고, 78년 뒤 풀리지 않은 그 답 때문에 캐나다는 바다로 나가는 출구에 대한 권리를 잃었다.

오키노토리시마는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700킬로미터 떨어진 필리핀해에 있는 산호 노두 두 개다. 만조 때 드러나는 바위는 다 합쳐 약 10제곱미터, 작은 침실 하나 정도의 넓이다. 일본은 이것을 섬이라고 주장한다. UNCLOS상 섬으로 인정되면 200해리 EEZ가 생긴다. 일본 전체 육지 면적보다 넓은 약 40만 제곱킬로미터의 바다다.

UNCLOS 제121조 3항은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은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일본의 입장은 오키노토리시마가 암석이 아니라 섬이라는 것이다. 이 입장을 뒷받침하려고 일본은 두 노두를 콘크리트 방파제와 티타늄 그물로 감쌌다. 조수와 침식에 잠기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다. 언론 추산으로는 비용이 대략 5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이다.

중국과 한국은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두 나라는 2009년 유엔에 보낸 공식 외교 서한에서 오키노토리시마를 제121조 3항에 따른 암석으로 규정했고, 일본이 그 주변에 그려 놓은 대륙붕에 대한 권리도 없다고 밝혔다. 두 나라 모두 노두 자체에 대한 일본의 주권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툼은 노두가 무엇을 낳느냐를 두고 벌어진다.

섬이냐 암석이냐는 UNCLOS의 이분법은 애초에 다루도록 설계되지 않은 상황과 마주친다. 국가가 지형을 공사로 손질해 법적 범주 안에 붙잡아 두는 상황이다. 오키노토리시마에서 문제는 측정 축척이 아니다. 콘크리트는 노두를 조수 위에 붙잡아 둔다. 하지만 노두가 사람의 거주나 경제활동을 유지하게 만들 수는 없다. 중국과 한국이 노두가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세 번째 사례에서는 해안이 움직이고, 법에는 그대로 있으라는 요구가 떨어진다. 2021년 8월 6일 선언에서 투발루, 키리바시, 마셜 제도부터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까지 태평양도서국포럼 18개 회원국 정상 전원은, 일단 설정되어 유엔에 통보된 자국의 해양 수역이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선이 물리적으로 옮겨 가더라도 줄어들지 않고 계속 적용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선을 그은 기준이 된 물리적 지형이 가라앉거나 옮겨 가거나 사라지더라도 기선은 고정된 채로 남는다는 것이다. 선언은 이 모순을 숨기지 않는다. 해수면 상승과 해양 수역의 관계를 UNCLOS 기초자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물리적 변화와 상관없이 수역을 유지해야 할 이유로 법적 안정성과 안보, 예측 가능성을 내세운다.

이 생각은 그 뒤 주류가 되었다. 2025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는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이 움직이는 경우, 기선과 바깥 한계가 일단 적법하게 설정되었다면 UNCLOS가 국가에 그 해도와 좌표를 계속 갱신할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는 권고적 의견을 냈다. 2026년 9월에는 유엔 회원국들이 해수면 상승에 관한 유엔 선언을 합의로 승인해 공식 채택을 위해 총회로 넘겼다. 선언은 해안선이 후퇴하더라도 UNCLOS에 따라 설정된 해양 수역을 유지할 수 있다고 확인한다.

투발루 정부는 자국 EEZ의 어업 입어권을 팔아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 해수면이 오르면서 기선이 해안선과 함께 물러나면 EEZ가 줄고, 수입도 함께 준다. 포럼 선언은 해양 경계를 한 시점에 얼려 두고, 그 아래의 물리적 현실이 녹아 사라지는 동안에도 그 자리에 붙잡아 둔다.

ICJ의 1951년 판결과 포럼 선언은 측정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 법적 기관이 방법론 하나를 골라 승인하는 것이다. 1951년 재판소는 직선기선을 골랐고, 지리와 오랜 관행으로 이를 정당화했다. 2021년 선언은 시간적 고정을 택하고 그 사실을 대놓고 말한다. 물리적 사실이 법적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하지 않으면서, 결론은 어쨌든 유지된다고 못 박는다. 5년도 안 되어 세계 최고 법원과 유엔 회원국들이 사실상 여기에 동의했다.

자를 쥔 사람은 누구인가

방법을 밝히지 않고 발표된 해안선 수치는 자기 의미의 절반을 잃은 셈인데도, 해안선에는 측정 가능한 길이가 하나 있고, 그 숫자로 좋은 출처와 나쁜 출처를 가를 수 있다는 가정이 워낙 깊이 박혀 있어서, 방법론 없이 수치를 인용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UNCLOS는 해도의 선택을 연안국에 맡긴다. 축척에 따라 달라지는 선을, 그 선이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가장 큰 이해가 걸린 당사자에게 넘기는 셈이다. 노르웨이는 해안의 복잡함을 보존하기보다 대체함으로써 직선기선의 이득을 보았다. 셰르고르의 가장 바깥쪽 지점들을 잇는 선은 저조선을 따라 그린 선보다 어업 한계를 더 먼 바다로 밀어냈다. 오키노토리시마의 일본은 지형 자체에 손을 댄다. 방파제를 쌓아 노두 두 개를 섬이라는 범주 안에 붙잡아 둔다. 어느 경우든 국가는 가장 많은 바다를 안겨 주는 해안 해석을 주장한다.

같은 정의의 문제는 개별 토지 소유자에게 더 가까운 국내 해안 관리에도 스며 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홍수보험요율지도는 오랫동안 해안선을 고정된 지형으로 다뤄 왔다. 2023년 4월 전면 시행된 리스크 레이팅 2.0은 해안 침식을 보험료 산정 요소로 넣었지만, 이를 해안과의 거리에 따른 조정으로 적용한다. 요율의 침식 요소는 해안에서 100미터 이내에서 선형적으로 줄어든다. 미래의 해안선은 예측하지 않으므로 지도는 움직이지 않는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해안선 관리 계획은 그 반대를 택하고, 그 선택을 드물 만큼 분명히 밝힌다. 지방의회와 기관들로 이뤄진 연안 그룹이 계획을 세우고, 잉글랜드에서는 환경청이 승인한다. 계획은 20년,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세 시기에 걸쳐 움직이는 해안선을 예측하고, 각 정책 단위에 네 가지 관리 방안 가운데 하나를 배정한다. 현 해안선 유지, 해안선 전진, 관리된 후퇴, 적극적 개입 없음이다. 한 지역사회에 대한 지정은 시기마다 다를 수 있다. 계획은 가까운 시기에 지키던 곳을 50년 시점에는 후퇴시키고 100년 시점에는 포기할 수도 있다. 누군가의 집이 자리한 정책 단위에는 어느 시기를 읽느냐에 따라 세 가지 서로 다른 정책이 붙을 수 있다.

국제 해양법과 국내 해안 관리는 대체로 측량이 만들어 낸 선을 지리를 읽은 결과로 다룰 뿐, 누가 그 측량을 골랐는지, 어떤 축척이었는지는 좀처럼 기록하지 않는다.

법원은 과학적 불확실성을 전문가 증언으로 다룬다. 방법을 기록에 남기고 반대신문에 열어 둔다. 존재하는 양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릴 때는 이 방식이 통한다. 망델브로는 1967년, 해안선에는 읽어 낼 안정된 길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리처드슨의 자

리처드슨은 국경 측정값이 서로 모순된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이유도 알아냈다. 측정 길이는 자의 길이에 달려 있었고, 해안과 국경처럼 불규칙한 선에는 확정할 수 있는 길이가 아예 없었다. 그에게 없었던 것은 자연이 왜 곡선을 그렇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론이었고, 그는 국경 문제를 풀지 못한 채 1953년 9월 세상을 떠났다. 그 이론을 내놓은 것이 망델브로의 논문이다. 리처드슨이 재던 곡선들은 프랙털 차원이 1보다 컸고, 그래서 리처드슨이 쓴 자의 전 범위에 걸쳐 측정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측정 길이가 계속 늘어난다. 길이가 한없이 늘어나는 것은 이상화된 수학적 곡선에서뿐이다.

리처드슨의 국경 길이 검증이 멈춘 원인이 기하학이었다면, 이 문제를 발견한 사람이 그 첫 번째 주요 희생자였을지도 모른다.

해양법은 그 뒤로 지도 제작자가 쓸 법한 어떤 축척에서도 자리를 잡지 않는 해안과 타협해 왔다. 각 연안국이 자기 해도를 고르게 하고, 이제 바다가 해안을 옮기고 있으니 선은 그어진 자리에 그대로 두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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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출처 및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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