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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7일,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지 열하루 만에 시카고 밀 선물은 14년 만의 최고가로 장을 마쳤다. 침공 전날보다 50% 가까이 높은 수준이었다. 늦여름이 되자 가격은 다시 내려왔고, 논평은 재빨리 나왔다. 시스템이 충격을 흡수했고, 대체 공급자들이 움직였으며, 시장이 스스로 바로잡았다는 것이었다.
이 가격 차트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전혀 다른 두 설명과 모두 맞아떨어진다. 첫 번째 설명에서 식량 시스템은 회복력이 있다. 교란은 대체를 부르고, 가격은 희소성을 알리며, 공급은 조정된다. 두 번째 설명에서 시스템은 운이 좋았다. 눈에 보이는 단 하나의 교란, 곧 우크라이나 흑해 수출 터미널의 폐쇄는 3개월 가까운 긴급 외교로 간신히 봉합됐다(튀르키예의 영향력과, 나름의 이유로 참여할 뜻이 있었던 러시아를 엮어 성사시킨 흑해 곡물 협정이다). 그사이 덜 눈에 띄는 두 번째 교란이 펼쳐지고 있었다. 벨라루스산 칼리에 대한 제재, 러시아산 공급을 둘러싼 전시의 불확실성, 그리고 전례 없는 유럽 가스 가격 충격이 몰고 온 비료 공급 위기였다. 이 위기는 전 세계 농민들이 2022/23 파종기에 쓸 투입재를 사야 하던 바로 그때 닥쳤다. 식량은 계속 움직였지만 비축분은 바닥을 향해 줄어들었고, 비용은 하류로 흘러가 다음 재배철의 가격에 스며들었다.
그러니 차트가 다시 내려왔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느 이야기가 맞는지 가릴 수 없다. 차트가 기록한 것은 압력이 누그러질 때까지 시스템이 버텼다는 사실뿐이다.
가정 위에 세운 구조
걱정할 것 없다는 쪽의 논리는 이렇다. 세계 밀의 대략 18~19%를 넘게 생산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생산량만 놓고 보면 중국이 1위지만 수출은 미미하다. 이 시스템은 수십 년 동안 소련의 가뭄, 미국의 금수 조치, 오스트레일리아의 홍수, 여러 지역 분쟁을 흡수해 왔다. 가격은 치솟았다가 물러난다. 기록은 이 논리를 뒷받침하고, 이 논리가 어느 정도 편안한 안일함을 누려 온 것도 그럴 만하다.
그러나 “분산되어 있다”와 “회복력이 있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전력망, 금융 네트워크, 공급망 같은 분산 시스템에는 중복 노드를 더하는 것으로는 관리할 수 없는 고장 모드이 있다. 상관된 고장, 곧 여러 노드가 하나의 근본적 취약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동시에 고장 나는 경우다. 찰스 페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구조적 조건을 밝혀냈다. 페로가 다룬 것은 원자로와 화학 공장이었지만, 그가 묘사한 메커니즘(구성 요소 사이의 긴밀한 결합, 그리고 고장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번져 나가는 복잡한 접점)은 독립적으로 보이는 구성 요소들이 공통의 위험에 노출된 곳이라면 어디에나 적용된다. 식량 시스템에는 이런 특성이 있다. 다변화된 공급처럼 보이는 것을 들여다보면, 실은 상관된 노출을 안은 공급이다. 페로의 주장은 이런 시스템에서 심각한 사고가 “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안전장치를 아무리 덧붙여도 머지않아 일어나고 만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가 닥칠 때 원인이 고장 난 구성 요소 하나인 경우는 드물다. 원인은 접점, 곧 두 시스템이 압박 속에서 맞물리는 자리에 있다.
식량 시스템 바깥에서 가장 가까운 비유는 2008년 금융위기다. 주택저당증권은 미국 주택시장 전역에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었다. 은행들은 메인주에서 캘리포니아주까지 곳곳의 증권을 보유했고, 이는 분산 투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모든 증권이 같은 근본 변수, 곧 전국 주택 가격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 변수가 움직이기 전까지 누구도 이를 집중 위험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변수가 움직이자 지리적 분산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스템은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무너졌다. 겉모습이 아무리 달라도 모든 노드가 같은 노출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곡물 공급은 수십 개국과 수백 개 교역로에 분산되어 있다. 제대로 된 질문은 그 공급원들이 고장 모드을 공유하는지, 곧 그것들을 교란할 수 있는 취약성이 어딘가에 몰려 있는지다. 이 질문은 세 층위에서 던져야 한다(곡물을 옮기는 상업 인프라, 곡물을 생산하는 지리,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투입재). 그다음에는 세 층위 모두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고장을 관리하려고 시스템이 마련해 둔 장치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네 회사, 하나의 파이프라인
세계 곡물 교역을 지배하는 네 회사 가운데 카길과 루이 드레퓌스 두 곳은 비상장 기업이다. 두 회사는 주요 재무 실적을 공개하지만, 상장사인 나머지 두 곳 ADM과 번지를 묶어 두는 주식시장 공시 규정은 전혀 적용받지 않는다. 게다가 넷 중 어느 회사도 교역량이나 거래 포지션을 상세히 보고하지 않는다. 이 네 회사를 한데 묶어 ABCD라고 부른다. 이들이 국제 곡물 교역에서 차지하는 합산 점유율 추정치는 폭이 넓다. 2012년 옥스팜은 세계 곡물 교역의 최대 90%로 보았고, 유럽의회를 위해 일한 연구자들은 2022년 이 네 회사가 필수 곡물·유지작물·단백질 작물 세계 교역의 대략 50~60%를 취급했다고 추정했다. 연도와 품목 범위, 방법론에 따라 국제 곡물 교역의 절반가량에서 거의 전부에 이르는 이 폭은, 시스템이 이 네 회사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스스로 수치화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이 거래업체들이 자신들이 무엇을 옮기는지 거의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이 결국 얼마로 밝혀지든 그보다 불투명성이 더 중요하다. ABCD 기업들은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곡물이 바다를 건너기 전에 거쳐 가는 물리적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거나 통제하기 때문이다. 생산 지역의 저장 사일로, 주요 하천 수계를 따라 늘어선 곡물 엘리베이터, 수출 지점의 항만 터미널이 그것이다. 이들은 물류망을 제공하고, 소규모 참여자들도 국제 곡물 교역에 나설 수 있게 해 주는 헤지와 금융 장치를 제공한다. 2022년 2월과 3월 우크라이나 흑해 터미널의 운영이 축소됐을 때처럼 이 기업들이 동시에 운영상 압박을 받으면, 시장은 이들을 우회하지 않고 그저 기다린다.
반독점의 본능은 문제를 잘못 읽는다. 시장 집중은 규제 당국이 깨뜨릴 수 있다. 인프라 집중은 인프라를 다시 짓지 않고서는 되돌릴 수 없고, 불투명한 인프라는 바깥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수 없다. 통합은 여전히 더 큰 집중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번지와 비테라는 2년에 걸친 규제 절차 끝에 2025년 7월 합병을 마무리했고, ABCD 기업들을 둘러싼 인프라 층은 한층 더 좁아졌다.
보이지 않는 대차대조표
2022년 가격 급등 당시 상품 파생상품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ABCD 가운데 비상장인 두 회사에는 그 변동성에 대한 자신들의 헤지 노출을 보고해야 할 주식시장 의무가 없었다. 시장 전반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이 가운데 한 회사에서 대형 금융 부실이 터진다면, 그 회사 자체의 교역 흐름이 흔들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상품 금융 시스템 전반에 연쇄적인 마진콜을 일으켜 곡물을 훨씬 넘어서까지 번질 수 있다. 이 기업들이 식량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상업적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데도, 2022년 그 노출이 얼마나 컸는지는 바깥에서 알 길이 없다.
밀 지대와 그 날씨
ABCD의 인프라를 어떻게든 우회할 수 있다 해도(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그 인프라가 떠받치는 공급 지리 자체가, 식량 안보 보도 대부분이 취하는 지정학적 틀로는 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집중되어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으로, 최근 몇 년간 세계 밀 수출의 대략 5분의 1에서 4분의 1을 차지했고 2023/24년에는 사상 최대인 5,550만 톤을 수출했다. 우크라이나도 주요 수출국이며, 캐나다의 프레리 밀 지대도 상당한 몫을 보탠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캐나다를 합치면 세계 밀 수출 물량의 대략 40~45%에 이른다. 과반에는 못 미치지만, 셋 중 어느 두 곳이라도 동시에 교란되면 세계 공급이 실질적인 압박을 받을 만큼 큰 집중이다.
비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유된 취약성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북반구 대륙성 기후로, 같은 여름 극한 고온 패턴에 노출되어 있다. 캐나다의 프레리 밀 지대는 갈수록 가뭄 변동성에 휘둘리는 강수 체계에 기대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서로 독립적인 기후 위험이 아니다. 북반구의 주요 곡물 생산 지역들은 같은 대기 역학에 함께 노출되어 있다. 제트기류 교란, 북극 증폭, 가뭄을 부르는 기압계의 북상이 그것이다. 이례적으로 덥고 건조한 북반구 여름 한 번이면 같은 재배철에 러시아 밀이 피해를 입고, 캐나다 봄밀 수확량이 줄고, 미국 겨울밀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공급 지도에서 안심이 되어 보이는 지리적 다변화가 기후적 독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010년 러시아 폭염은 이런 일이 한 나라에서 벌어지면 어떤 모습인지 보여 주었다. 러시아에서 130년 만에 가장 더웠던 그해 여름은 밀 생산을 약 3분의 1 줄였고, 정부의 수출 금지를 불렀으며, 시카고 밀 선물을 2년 만의 최고가로 밀어 올렸다. 그것은 한 나라, 한 철의 일이었다. 그리고 여러 곡창지대가 함께 무너질 확률은 이미 높아지고 있다. 1967~1990년과 1991~2012년을 비교하면, 주요 밀 곡창지대 모두가 동시에 작물에 피해를 주는 날씨를 맞을 연간 확률은 0.3%에서 1.2%로 올라간다. 이는 기록으로 확인된, 증가하는 확률이며 이름이 붙은 물리적 메커니즘도 있다. 증폭된 제트기류 파동이 여러 곡창지대 위에 한꺼번에 열을 붙잡아 두는 현상이다. 이런 패턴에 갇힌 여름에는 영향을 받은 지역 전체의 작물 생산이 평균 약 4%,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11%까지 줄었다.
2010년, 그리고 그 이후
2010년 러시아 폭염은 곡물 시장을 거쳐 2011년의 정치적 격변에 가닿았다. 러시아의 생산량이 급감했고, 수출 금지가 뒤따랐고, 시카고 밀 선물이 2년 만의 최고가를 찍었으며, 북아프리카와 중동 전역에서 식량 수입 비용이 치솟았다. 이 지역들은 이미 빵 보조금이 한계에 몰려 있었고, 가계가 가처분소득의 큰 몫을 식량에 쓰고 있었다.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에서 높은 식량 가격은 아랍의 봄 시위에 앞서 조성된 여건의 일부였다.
굶주림의 화학
상업 인프라가 한 층위에서 위험을 집중시키고 공급 지리가 두 번째 층위에서 위험을 집중시킨다면, 투입재 공급 체계는 세 번째 층위에서 위험을 집중시킨다.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인 대략 40억 명이 오늘날 살아 있는 것은 하버-보슈 공정 덕분이다. 이 공정은 대기 중 질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하며, 수소원으로는 주로 천연가스를 쓴다. 암모니아 대부분을 석탄으로 만드는 중국을 제외하면 이 공정은 주로 천연가스로 돌아가며, 세계 암모니아의 70%를 조금 넘는 양이 천연가스에서 출발한다.
가스 가격이 치솟으면 산업 규모의 질소 비료 생산은 경제성을 잃는다. 유럽에서 가스 가격은 2021년 내내, 그리고 2022년까지 올라 침공 전후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리고 이것은 2022년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야기는 1년 앞서, 아직 전쟁과는 아무 상관이 없던 에너지 가격 충격에서 시작됐다. CF 인더스트리스는 2021년 9월 빌링엄을 포함한 영국 공장 두 곳을 모두 멈췄고, 영국 정부와 긴급 합의를 맺은 뒤에야 빌링엄을 재가동했다. 세계 최대 비료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야라 인터내셔널은 같은 달 유럽 암모니아 생산 능력의 약 40%를 감축했다. 러시아가 침공했을 무렵 유럽의 질소 생산량은 이미 생산 능력을 크게 밑돌고 있었다. 비료 위기는 전쟁보다 먼저 왔고, 전쟁은 그것을 악화시켰다.
두 번째 투입재는 인산염이다. 모로코는 세계 인광석 매장량의 약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로코의 국영 광산 기업 OCP 그룹은 세계 최대의 인산염 수출 기업이다. 질소와 달리 인산염은 합성할 수 없다. 수백만 년에 걸쳐 쌓인 지질 매장층에서 캐내야 하며, 접근 가능한 고품위 매장량은 극도로 집중되어 있다. 인에는 하버-보슈 공정에 해당하는 것이 없다. 에너지와 대기로부터 인을 만들어 내는 공정은 없다. 라바트에서 내린 정책 결정 하나가 모든 대륙에서 식량을 기르는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 번째 투입재는 칼리다. 러시아가 세계 칼리 매장량의 대략 3분의 1, 캐나다가 약 5분의 1, 벨라루스가 약 8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세 나라를 합치면 세계 매장량의 대략 3분의 2이며, 2024년 세계 칼리 수출에서는 77% 가까이를 차지했다. 벨라루스산 칼리는 2021년 EU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루카셴코 정권이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민스크에 강제 착륙시킨 뒤 EU가 6월에 이를 제한했고, 워싱턴은 그해 8월 국영 생산업체 벨라루스칼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EU의 수입 금지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으며, 워싱턴은 2026년 3월 벨라루스칼리 제재를 해제했다. 러시아산 비료는 2022년 2월 이후 공식적으로 미국 제재에서 면제됐고 EU는 러시아산 칼리 수입에 쿼터로 상한만 두었지만(EU가 러시아산 곡물과 질소 비료에 높은 관세를 매긴 것은 2024년과 2025년에 와서였다), 벨라루스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낳은 공급 불확실성은 2022년 상반기 내내 칼리 가격을 끌어올렸다. 칼리 가격은 2020년 초부터 2022년 4월 사이 세 배 넘게 뛰었고, 그해 4월 염화칼륨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
질소, 인산염, 칼리가 모두 같은 시기에 극단적인 가격 수준에 이르렀다. 천연가스 가격이 질소 비용을 끌어올렸다. 벨라루스 제재와 러시아산 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칼리를 끌어올렸다. 2021년 중국의 수출 제한이 광범위한 원자재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인산염을 끌어올렸다. 평상시에는 이 투입재들의 가격이 저마다 고유한 수급 역학에 반응하며 따로따로 매겨진다. 에너지 충격과 지정학적 교란이 닥치면, 같은 근본 원인이 셋을 동시에 움직인다.
러시아의 이중 역할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이자 최대의 질소 비료 수출국이며, 세계 2위의 칼리 생산국이다. 워싱턴은 2022년 제재에서 러시아산 식량과 비료를 의도적으로 제외했고, 브뤼셀은 2024~25년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에 높은 관세를 물리기 전까지 러시아산 칼리 쿼터를 빼면 농산물 교역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쟁은 모든 층위를 한꺼번에 강타했다. 우크라이나 밀은 봉쇄에 갇혔고, 질소 가격은 가스 충격에 밀려 올랐으며, 칼리 가격은 벨라루스 제재와 러시아산 공급의 불확실성 탓에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나의 지정학적 방아쇠가 식량 시스템에 세 가지 충격을 동시에 일으켰다.
같은 방아쇠, 다른 얼굴
식량 시스템에는 세 개의 길목이 있다. 상업 인프라, 공급 지리, 투입재 공급이다. 이들은 구조적 취약성을 공유하므로, 셋이 동시에 고장 나는 데 극단적인 우연이 필요하지 않다. 같은 방아쇠가 셋을 한꺼번에 당길 수 있다.
첫 번째 방아쇠는 기후 극단 현상이다. 덥고 건조한 북반구 여름 한 번이면 캐나다 밀이 피해를 입고, 미국 옥수수 수확량이 줄고, 러시아 곡물 생산이 감소하고, 중국의 벼 재배 지역이 창장강 가뭄으로 압박을 받는 일이 동시에 벌어질 수 있다. 하천 유량이 줄어드는 곳은 각 나라와 지역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농업 체계들이다.
이 사건들을 잇는 것은 공교로운 타이밍만이 아니다. 제트기류 교란과 북극 증폭 같은 공통의 대기 역학이 여러 지역에 동시에 작용한다. 1967~1990년과 1991~2012년 두 기간을 비교하면, 주요 밀 곡창지대 모두가 동시에 작물에 피해를 주는 날씨를 맞을 연간 확률은 네 배가 됐다. 이 상승을 이끄는 것도 같은 대기 체계이며, 그 때문에 다변화되었다는 공급 지도는 하나의 위험 표면이 된다.
두 번째 방아쇠는 에너지 가격 충격이며, 그것이 식량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범위는 대부분의 설명이 인정하는 것보다 넓다. 천연가스 가격이 올리는 것은 질소 비료 비용만이 아니다. 선박 연료유 가격이 전반적인 에너지 환경을 따라가므로 해운 비용도 오른다. 식품 가공 비용(산업용 건조, 냉장, 포장)과 석유화학에서 나오는 합성 농약 비용도 마찬가지다. ABCD 기업들은 저장, 건조, 물류에 드는 늘어난 비용을 가격에 전가한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 식량 시스템의 비용 구조 전체가 차례로가 아니라 동시에 부풀어 오른다. 2021~2022년이 이를 보여 주었다. 비료 비용, 해운 비용, 식품 가공 비용이 같은 열두 달 동안 함께 올랐다.
세 번째는 지정학적 교란이며, 러시아가 가장 분명한 사례다. 식량 시스템의 서로 다른 세 층위에 걸친 단일 고장점이다. 서방 제재가 러시아산 식량과 비료를 대부분 비켜 갔는데도, 전쟁 하나가 밀 공급과 질소 비료 공급, 칼리 공급을 동시에 뒤흔들었다.
세 방아쇠는 서로 맞물리고 서로를 증폭하기도 한다. 바로 이 구조적 조건 때문에 식량 시스템의 노출은 일반적인 공급 위험과 질적으로 다르다. 기후 극단 현상은 에너지 수요를 끌어올리고, 에너지 수요는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린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에너지 공급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을 낳고, 그 긴장은 공급 제한과 제재를 낳는다. 공급 제한은 에너지 시장을 흔들고, 에너지 시장은 비료의 경제성을 흔든다. 이 결합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흐름에서 눈에 보였다. 2021년 유럽의 가스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침공보다 먼저 일어났고, 러시아산 가스 공급을 지정학적 도구로 만든 정치경제적 여건에 한몫했다.
식량 시스템에는 세 방아쇠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나리오를 위해 설계된 완충 구조가 없다. 전략 곡물 비축은 단일 지점의 교란에 맞춰 규모가 정해져 있다. 한 나라의 수확이 실패하면, 시장이 조정되는 동안 비축분이 빈자리를 메운다. 농업시장정보시스템(AMIS)은 2007~08년과 2010~11년의 가격 급등 이후 2011년 G20이 출범시켰고 로마의 FAO에 있는 사무국이 운영하며, 주요 농업 생산국들의 수급 균형표와 시장 평가를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그것은 정보 시스템이다.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 줄 수는 있지만 해결할 수단은 없다. G7의 식량 안보 공약은 자발적이다.
엉뚱한 재난에 맞춘 설계
이 기관들은 직전의 재난에 맞춰 보정되어 있다. 그 보정은 기관들이 위험을 모형화하는 방식에 내재한 구조적 특징이며, 정치적 의지가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미국 농무부는 중국이 물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곡물 비축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다만 중국 당국은 공식 수치를 발표하지 않으며 외부 추정치도 크게 엇갈린다. 인도는 대규모 완충 재고를 유지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의 긴급 조달 체계는 식량 원조를 신속히 확보할 수 있게 해 준다. 2011년 G20이 설치한 AMIS 신속대응포럼은 시장이 요동칠 때 주요 생산국과 소비국의 고위 관료들을 한자리에 모아 정책을 조율하며, 이 포럼의 공동 메시지는 이제 G20과 G7의 결정 모두에 반영된다.
이들이 하지 못하는 것은 동시에 일어나는 상관된 고장에 대응하는 일이다. 주요 수출 지역 모두가 함께 공급 압박을 받으면 동원할 대체 공급자가 없고, 다시 채워 줄 공급원 자체가 같은 조건에 처해 있으므로 비축분은 보충 없이 줄어들기만 한다. 비료 투입재 세 가지가 한꺼번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지면 모든 나라의 농민이 같은 순간 같은 비용 제약에 부딪힌다. AMIS의 시장 보고서는 문제를 보여 주지만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는, 긴급 곡물을 옮기는 데 필요한 물류 인프라도 평상시 상업 교역과 같은 비용 제약에 놓인다.
실패는 전적으로 기관들이 돌리고 있는 모형에 있다. 식량 안보 정책 입안자들의 표준 참고 자료인 ‘OECD-FAO 농업전망 2025-2034’는 자신의 기준 전망이 “예상되는 기상 및 수확량 추세, 그리고 특정한 거시경제·정책 가정 아래에서” 여건을 내다본다고 설명한다.
이 보고서가 1,000회의 확률적 불확실성 시뮬레이션을 돌리기는 한다. 그러나 그 시나리오들은 과거를 다시 틀 뿐이다. 시뮬레이션의 각 연도는 1995~2024년 가운데 한 해의 작물 수확량 편차를 빌려 오고 거시경제 변동은 따로 추출한다. 그래서 지난 30년이 우연히 만들어 낸 날씨 상관관계만 포착할 뿐이고, 정책 충격은 아예 빠져 있다. 비료 투입재 층위, 교역 인프라 층위, 기후 층위를 함께 강타하는 충격, 그것도 서로 맞물린 방아쇠가 몰고 오는 충격은 모형에 들어 있지 않다. 미국 농무부 세계농업전망위원회의 연례 기준 전망은 표준 가정 아래 품목 수준에서 범위가 한정된 교란을 모형화할 뿐, 여러 투입재와 여러 수출국에 걸쳐 동시에 일어나는 상관된 압박은 다루지 않는다. 이런 문서들이 정책 입안자들이 무엇을 가능하다고 믿는지를 빚어낸다. 이들의 사각지대는 구조적이다. 이들이 시험하는 충격은 날씨와 거시경제에서 올 뿐, 투입재 층위와 교역 층위가 같은 순간에 무너지는 데서 오는 일은 결코 없다.
흑해 곡물 협정은 즉흥 대응이 이룰 수 있었던 최대치다. 이 협정을 성사시키는 데는 튀르키예의 영향력, 유엔의 행정 역량, 러시아의 참여 의사, 그리고 3개월 가까운 긴급 외교가 필요했다. 2022년 4월 유엔 사무총장이 모스크바와 키이우에서 처음 제안한 때부터 7월 22일 이스탄불에서 서명하기까지였다. 협정은 이후 12개월 가까이 약 3,300만 톤을 실어 날랐고, 2023년 7월 17일 러시아가 이를 종료했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해상 회랑을 열었고, 2024년 2월에는 이 회랑을 통해 한 달에 사상 최대인 800만 톤(그중 500만 톤 이상이 농산물)을 실어 보내고 있었다. 비용과 위험은 더 컸고, 그마저도 우크라이나가 항로를 지켜 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도적 틀은 이를 성공적인 적응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흑해 곡물 협정이 다룬 것은 교란 하나였다. 동시에 벌어진 비료 비용 위기에는 그에 견줄 즉흥 대응이 없었다. 어떤 긴급 외교 합의도 천연가스를 싸게 만들거나 쓸모 있는 시간 안에 새 칼리 광산을 열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모형과 시스템
다시 가격 차트로 돌아가 보자. 그 급등과 하락이 보여 주는 것은 긴급한 압박 속에서 협상된 흑해 곡물 협정, 다시 채워지지 않고 소진되기만 한 비료 비축, 그리고 수입 의존국 농민들이 떠안은 투입재 비용 상승이다. 그 비용 상승은 재배철이 한 번 더 지나야 세계 가격 지수에 드러날 것이다.
식량이 계속 움직인 것은 동원할 수 있는 즉흥 대응이 모두 동원됐고, 교란이 하나씩 차례로 대응할 수 있는 순서로 닥쳤기 때문이다.
식량 시스템의 구조는 그런 순서를 보장하지 않는다. 네 거래 기업은 일부는 알 수 없는 내부 노출을 안고 있고, 주요 수출국들은 같은 대기 위험 지대에 놓여 있으며, 세 가지 비료 투입재는 저마다 소수의 나라가 쥐고 있고, 하나의 에너지 체계가 이 모두를 잇고 있다.
FAO는 식량 안보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미국 농무부는 수급 전망을 발표하며, G7은 태스크포스를 소집한다. 자체 모형의 기준으로 보면 이 기관들은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그 모형들은 시스템이 언제나 예전에 무너졌던 방식으로만 무너질 것이라고 가정한다. 날씨와 거시경제 변동은 과거 기록에서 끌어오고, 투입재 층위와 교역 층위는 버틴다고 본다.
지난 위기는 그 각본을 따르지 않았다. 봉쇄가 주요 밀 수출국의 항구를 막은 바로 그 몇 달 동안 가스 가격 충격과 주요 칼리 수출국에 대한 제재가 비료를 강타했고, 그 배후의 방아쇠들은 서로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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