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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이 마지막으로 낸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곧 2019년 말에 발표된 2020년판에서 법원을 통해 상거래 계약을 집행하는 데 걸린 기간은 코펜하겐 기준으로 잰 덴마크가 485일, 브라질이 801일이었다. 브라질 수치는 양대 상업 도시인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의 가중평균이다. 두 나라 모두 제대로 돌아가는 법체계와 상사 법원, 재산권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갖추고 있다. 이 비교에 한해서라면 공식 제도의 인프라는 대체로 엇비슷하다. 그런데 결과는 크게 벌어진다.
그 316일은 법원이 분쟁을 해결하고 그 결과를 집행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잰다. 차이의 일부는 법원의 자원과 절차에서 오고, 격차의 일부는 대체 효과를 반영한다고 볼 만하다. 정직한 거래에 대한 비공식적 기대가 엷을 때 추가로 돌려야 하는 공식 장치 말이다. 신뢰가 있었다면 필요 없었을 단계 하나하나가 시간과 비용을 보탠다. 검증, 실사,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변호사에게 넘기는 일, 거래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한 보험. 이런 단계 대부분은 법원 통계에 아예 잡히지도 않는다. 신뢰가 엷은 곳에서는 정직한 거래에 대한 기대가 공짜로 해 주었을 일을 결국 법원이 떠맡는다.
법원 수치가 보여 주는 것은 표준적인 상사 사건이 일단 제기된 뒤의 모습이다. 그보다 앞 단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저신뢰 환경에서 모든 거래에 녹아 있는 위험 프리미엄, 한때라면 직업 규범이 다스렸을 일을 검증하려고 존재하는 준법 감시 체계, 고신뢰 경제의 기업이라면 필요 없을 겹겹의 계약상 보호 장치. 이런 비용은 어디에도 “신뢰 할증료”로 찍히지 않는다. 덴마크 수치에 이런 비용이 없다는 것도 누군가 세어 보니 작더라는 뜻이 아니다. 정직한 거래를 전제할 수 있는 곳에서는 그 가운데 상당수가 아예 발생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상업 활동의 공식적 간접비를 재는 데는 정밀한 도구를 만들어 놓고도, 그 간접비가 애초에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에는 거칠고 좀처럼 들여다보지 않는 계기판만 두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바닥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대차대조표에서 빠뜨린 것
신뢰가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은 새롭지 않다. 케네스 애로는 1972년에 이를 분명하게 말했다. “사실상 모든 상거래에는 그 안에 신뢰라는 요소가 들어 있다.” 애로의 요점은 시장의 작동에 관한 것이었다. 모든 것을 검증할 수 없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그래도 날마다 수백만 번 거래하면서 마비되지도, 소송에 빠지지도 않는 것은 서로에게 신뢰를 내주기 때문이다. 신뢰를 내주는 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 대안은 그렇지 않다.
올리버 윌리엄슨은 그 대안의 경제적 논리를 규명하는 데 20년을 바쳤다. 1970~1980년대에 걸쳐 발전한 거래비용경제학은 지배구조, 계약 설계, 수직 통합에 관한 결정이 기회주의, 즉 거래 상대가 계약의 빈틈을 악용할 위험에 대한 대응임을 보여 주었다. 그 위험이 낮은 곳에서는 단순한 시장 계약으로 충분하다. 위험이 높은 곳에서 기업은 감시와 검증, 공식적 집행에 투자하거나 해당 활동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어느 쪽이든 간접비를 늘린다. 윌리엄슨 자신은 “신뢰”라는 단어를 피했지만, 기회주의는 신뢰를 거울에 비춘 상이다.
애로도 윌리엄슨도 쉽게 해내지 못한 것은 집계였다. 개별 거래에는 신뢰 프리미엄이 붙을 수도, 붙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이를 국민경제 수준에서 깔끔하게 측정하거나, 계약 집행 일수를 넘어 신뢰와 관련된 마찰의 총량으로 덴마크와 브라질을 비교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자본 축적, 노동 공급, 기술 변화, 제도의 질 위에 세워진 거시경제 성장 모형은 이 모든 투입 요소 아래 깔린 신뢰 수준을 대체로 고정된 상수로 취급했다. 실제로는 그 수준이 움직이는데도 말이다.
실증의 돌파구는 1997년에 열렸다. 스티븐 낵과 필립 키퍼는 29개 시장경제의 설문 신뢰 지표를 비교해, 평균 신뢰 수준이 1인당 GDP 및 투자율과 강하게 상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뢰가 10%포인트 높아지면 성장률이 0.8%포인트 높아지는 관계가 나타났다. 성장경제학에서는 1%포인트에 못 미치는 차이도 수십 년이 지나면 큰 격차로 쌓인다. 중요한 것은 일반 신뢰, 곧 응답자가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는지였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이란 자기 관계망 밖의 사람, 모르는 사람을 뜻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여기서 조직에 관한 함의를 끌어냈다. 독일이나 일본 같은 고신뢰 사회는 협력의 문제가 비공식적으로 해결되었기에 전문 경영인이 이끄는 대기업을 키울 수 있었다. 저신뢰 사회는 공식적 검증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규모를 키울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작은 가족 중심 구조에 묶였다. 이 주장은 어떤 문화가 무엇을 이룰 운명인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회적 조건에서 어떤 종류의 생산 조직이 가능한지에 관한 것이다.
로버트 퍼트넘의 기여는 처음에는 한 편의 글로, 이어서 책으로, 일반 신뢰가 촘촘한 시민 결사의 네트워크에서 자라난다고 주장한 데 있다. 그리고 책에서는 정책 논의가 대체로 무시하는 구분 하나를 대중화했다. 결속형 사회자본과 교량형 사회자본의 구분이다.
학계는 30년 전부터 이 메커니즘을 알고 있었고, 1997년에는 실증적 뒷받침도 탄탄했다. 그런데도 신뢰는 여전히 경제정책의 변두리에 머물러 있다. 통계학자들은 신뢰를 측정하는 법을 안다. OECD는 2017년 신뢰 측정 지침을 펴냈고, 뉴질랜드 재무부는 사회적 결속을 국부의 일부로 계산한다. 그러나 주류 성장 전망은 신뢰를 관리해야 할 변수로 다루지 않는다. 상업의 공식 인프라 전체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는지를 결정하는 그것이, 실제로는 대차대조표 바깥에 놓여 있다.
측정의 문제
세계가치관조사의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 문항에는 두 갈래의 방법론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 첫째는 설문 응답이 실험으로 측정한 신뢰, 즉 사람들이 낯선 이에게 돈을 맡길지를 실제로 결정하는 신뢰 게임에서 측정한 신뢰와 상관되는가 하는 문제다. 상관된다. 그래서 이 지표는 무난한 외적 타당도를 갖는다. 둘째는 다른 종류의 문제다. 응답자에게 “대부분의 사람”에 대해 물으면 상당수가 낯선 사람 일반보다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어느 정도 떠올리며 답하는데, 이 때문에 문항이 무엇을 포착하는지가 흐려진다. 어느 비판도 이 지표를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재검증에서도 잭과 낵이 밝힌 신뢰와 성장의 관계는 매우 견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낵과 키퍼의 원래 추정치는 표본에 어떤 나라가 들어가느냐에 더 민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비판 모두 점추정치를 신중하게 다뤄야 할 이유다. 검증을 거치고도 살아남는 것은 방향에 관한 발견이다. 여러 측정 방식에 걸쳐, 일반 신뢰가 높을수록 경제 성과도 좋다는 상관관계다.
쇠퇴, 엇갈림, 만성 결핍
신뢰의 쇠퇴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흔히 함께 거론되는 나라들에서 신뢰의 실패는 세 가지 서로 다른 형태로 펼쳐지고 있으며, 이들을 나란한 사례로 다루면 드러나는 것보다 가려지는 것이 더 많다. 경제적 피해의 모습도 저마다 다르고, 빠져나갈 길이 있다면 그 길도 저마다 다르다.
미국은 장기 쇠퇴의 사례다. 1972년에는 미국인의 46%가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고 답했지만, 2018년에는 그 비율이 34%로 떨어졌고, 그 뒤로는 회복하기보다 그 낮은 수준에서 대체로 정체되어 있다. 또 다른 장기 조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1990년 무렵에는 미국인의 약 절반이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했지만, 2017년에는 37%였다. 퍼트넘의 수치는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 58%였던 비율이 1993년에는 37%로 떨어졌는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생기기 훨씬 전의 일이다. 이 쇠퇴는 흔히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술이 발명되기 전에 이미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인과관계에 대한 논쟁은 그다음 일이다.
영국은 쇠퇴 사례가 아니다. 적어도 정치 담론이 암시하는 방향으로는 그렇다. 2022년 영국인의 46%가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관측 사상 최저치였던 1999년의 29%에서 오른 수치다. 영국의 대인 일반 신뢰는 지난 20년 동안 크게 올랐고 지금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비교 대상 24개국 가운데 영국보다 점수가 높은 나라는 다섯 곳뿐이었고, 노르웨이, 중국, 스웨덴이 그 선두였다.
떨어진 것은 제도 신뢰다. 대부분의 정치 논평이 주목하는 의회, 정부, 정치 지도부에 대한 신뢰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의회에 대한 신뢰는 2018년 32%에서 2022년 23%로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 기간에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의회 위기와 코로나19 봉쇄 기간의 처신을 둘러싼 폭로가 있었다. 대인 신뢰와 제도 신뢰는 서로 다른 개념이며, 영국에서 둘은 같은 사회 안에서 거의 같은 기간에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크게 갈라졌다.
브라질은 세 번째 경우다. 브라질의 일반 신뢰는 1990년대 초 이후 세계가치관조사의 모든 차수에서 10% 아래에 머물렀고, 이 조사 계열에는 거기서 떨어졌다고 할 만한 더 높은 수준이 나타나지 않는다. 같은 결핍이 제도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2022년 4월 조사를 바탕으로 한 OECD의 브라질 공공기관 검토에서 연방정부를 높게 또는 다소 높게 신뢰한다고 답한 브라질인은 약 4분의 1에 그쳤고, 의회는 14%에 불과했다. 2025년에는 연방정부에 대한 신뢰가 38%로 올라 OECD 평균인 40%에 가까워졌지만, 브라질의 정치·행정 기관 대부분은 여전히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에델만이 2026년 28개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가치관이 다르거나, 사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거나, 정보원이 다른 사람을 신뢰하기를 꺼리거나 망설였다. 에델만의 지표는 새것이지만 그 밑에 깔린 흐름은 새롭지 않다. 미국에서 대인 신뢰가 떨어져 온 조사 기록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인 신뢰와 제도 신뢰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 유형의 대인 일반 신뢰와 의회, 정부, 법원, 언론에 대한 제도 신뢰의 구분은 대중 담론이 인정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낵과 키퍼, 그리고 잭과 낵의 경제학 연구는 주로 대인 일반 신뢰에 기대는데, 투자 및 성장과 상관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에델만과 대부분의 정치 여론조사 기관이 주로 측정하는 것은 제도 신뢰다. 둘은 관련은 있지만 서로 다른 개념이다. 제도의 질이 일반 신뢰를 형성하므로 제도 신뢰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눈여겨볼 경고 신호다. 하지만 영국은 그것이 정해진 운명이 아님을 보여 준다. 둘은 수십 년 동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둘 다 추적해야만 한 사회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제도적 대체의 비용
대체의 메커니즘은 복잡하지 않다. 비공식적 신뢰만으로 거래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면 공식 제도가 나선다. 암묵적 합의 대신 법적 계약이, 직업 규범 대신 준법 감시 부서가, 당연시하던 선의 대신 감시 체계가, 기대하던 호혜 대신 보험이, 평판 대신 감사가 들어선다.
이 가운데 공짜인 것은 없다. 그리고 그 값으로 사들이는 것의 상당 부분은, 신뢰였다면 훨씬 싸게 막았을 문제를 관리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다.
고신뢰 환경이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계약에 드는 법률 비용, 공급업체의 청렴성을 검증하는 준법 감시 인력, 채무불이행이 이미 알려진 위험인 환경에서 거래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보장하는 보험료. 국민계정은 이 모든 것의 바탕에 있는 서비스를 다른 서비스와 똑같이 산출로 집계하며, 보험은 대략 보험료에서 지급된 보험금을 뺀 값으로 잡는다. 이를 경제 전체로 합하면 경제 활동에 붙는 구조적 세금이 된다. 생산으로 장부에 오르고, 수백만 건의 거래에 흩어져 있으며, 그 가운데 얼마가 오로지 신뢰가 없어서 존재하는지 보여 주는 항목은 어디에도 없는 세금이다.
그래도 세금은 엄연히 존재하고, 만성적인 저신뢰 경제에서는 그 규모가 크다. 정확히 얼마인지 수치로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다시 법원으로 돌아가 보면, 계약 집행의 공식 비용은 두 나라에서 거의 같았다. 덴마크는 청구액의 약 23%, 브라질은 22%였다. 부담은 316일이라는 시간 차이에 실려 있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묶여 있는 자본, 미뤄지는 사업 결정이 그것이다. 아무도 정직한 거래를 기대하지 않아 아예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거래들은 어떤 공식 데이터에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잭과 낵의 성장 모형에서 저신뢰 환경은 투자율을 떨어뜨린다. 이 예측은 폭넓은 국가 횡단면 자료에서 상당한 뒷받침을 얻는다. 신뢰 결핍은 비용을 보탤 뿐 아니라 애초에 자본을 투입하려는 의지 자체를 꺾는다. 낵과 키퍼의 국가 간 데이터도 같은 점을 보여 준다. 신뢰가 낮은 나라일수록 투자율이 일관되게 낮고, 이는 자본스톡 감소로, 다시 장기 성장 둔화로 누적된다. 그러면서도 그 밑에 깔린 메커니즘은 어디에도 하나의 항목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1993년, 로버트 퍼트넘은 실제 사례 하나를 내놓았다. 공식 구조가 같고 자원이 비슷하며 헌법적 틀도 유사한 이탈리아 지방정부들을 비교한 퍼트넘은, 북부 지역이 남부 지역보다 제도 성과와 경제적 결과에서 훨씬 앞선다는 것을 발견했다. 북부는 남부보다 시민 네트워크가 촘촘하고 일반 신뢰가 높았다. 공식 제도는 양쪽이 같았지만 작동 방식은 크게 달랐다. 대체 논증에 비추어 읽으면, 북부가 비공식적으로 얻은 협력을 남부는 감시와 공식 절차에 기대어 얻어야 했다.
이 지적 계보는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에드워드 밴필드는 가족에 대한 충성은 강하고 시민적 신뢰는 거의 없는 상태, 곧 “비도덕적 가족주의”를 남부 이탈리아 후진성의 구조적 조건으로 묘사했다. 35년 뒤 퍼트넘은 밴필드가 직관으로 파악했던 것을 새롭게 다듬고 계량화했으며, 같은 메커니즘이 여전히 같은 격차를 설명했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신뢰를 핵심 변수로 쓰지 않는다. 그러나 두 사람이 묘사하는 메커니즘, 즉 시민들이 엘리트의 장악에 맞서 조율하지 못하는 곳에서 착취적 제도가 생겨나고 지속된다는 메커니즘은 낮은 일반 신뢰가 정치경제학에서 띠는 모습으로 읽을 수 있다.
일반 신뢰가 높은 곳에서는 시민들이 공유된 기대를 중심으로 조율하고 제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낮은 곳에서는 조율에 비용이 많이 들고 미덥지 못하며, 엘리트의 장악은 쉬워지고, 착취적 제도는 스스로를 유지하게 된다. 인과관계는 양방향으로 흐른다. 착취적 제도는 신뢰를 더 갉아먹고, 이는 포용적 거버넌스의 조건을 악화시키며, 이것이 다시 신뢰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든다.
빠져 있는 것을 측정하기
지금은 비즈니스 레디(Business Ready)로 이어진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 프로젝트는 공식적 계약 집행 비용에 관한 가장 체계적인 국가 간 데이터를 제공한다. 일 단위 소요 시간, 청구액 대비 비용 비율, 절차적 질 지수다. 이 수치는 분쟁이 생긴 뒤에 보이는 것을 담는다. 담지 못하는 것은 분쟁이 생기기 전, 저신뢰 환경에서 활동하는 데 따르는 비공식적 간접비다. 추가 실사, 더 높은 거래 상대방 위험 프리미엄,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진 계약, 끝내 일어나지 않은 거래. 이 숨은 부분은 한 번도 집계되지 않는다. 그리고 경제 이론은 그것이 클 수 있다고 말한다. 잭과 낵의 모형에서 저신뢰 경제는 서로의 주장을 검증하는 데 자원을 쏟아붓고, 그 결과 투자를 덜 한다. 이론의 예측대로 이 숨은 간접비가 신뢰가 엷은 곳에서 더 무겁다면, 공식적 집행 데이터만으로 한 비교는 고신뢰 경제와 저신뢰 경제 사이의 실제 격차를 과소평가하게 된다.
일반 신뢰 없는 강한 집단 결속은 왜 사태를 악화시키는가
제도적 대체에 관한 논증을 여기서 멈추면 뻔한 결론이 나온다. 신뢰를 재건하면 사중손실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흔히 나오는 처방은 공동체를 강화하고, 시민적 유대를 복원하고, 지역 결사를 장려하고, 사회의 결을 다시 짜는 것이다. 널리 제안되는 처방이지만, 퍼트넘 자신의 구분이 그것이 왜 자주 실패하는지 짐작하게 해 준다.
결속형 사회자본은 가족, 종교 공동체, 민족 집단, 이웃처럼 비슷한 사람들을 잇는다. 교량형 사회자본은 낯선 사람, 다른 집단의 구성원, 아무런 사전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을 잇는다. 성장 연구에서 중요한 신뢰는 교량형에 더 가깝다. 시장 건너편의 낯선 이에게 협력을 내밀려는 의지다. 낵과 키퍼의 발견은 이 점에서 구체적이다. 공식적인 시민적 유대의 밀도를 담는 단체 가입 지표는 그 자체로는 더 나은 경제 성과와 연관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 지표는 연관되었다. 결속형 자본은 그것만으로는 일반 신뢰를 낳지 못하며, 특정 조건에서는 오히려 일반 신뢰를 가로막는다.
부패는 높은 내집단 신뢰와 낮은 일반 신뢰가 결합한 곳에서 번성한다. 로트스테인과 유슬래너는 그 논리를 차근차근 짚는다. 불평등은 특수 신뢰, 즉 가까운 관계망 안의 강한 유대와 외부인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건이 바로 부패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조건이다. 부패한 관계에는 당사자들 사이에 최소한의 신뢰가 필요하고, 이는 내집단의 유대가 공급한다. 동시에 그 관계에는 바깥에서 책임을 묻는 압력을 만들어 낼 일반 신뢰가 없다. 크리스티안 비에른스코우는 그 사슬의 첫 고리를 채웠다. 그가 여러 나라에 걸쳐 검증한 수많은 후보 설명 가운데, 소득 불평등과 민족적 다양성을 뜻하는 사회적 양극화는 낮은 일반 신뢰를 견고하게 예측하는 몇 안 되는 요인으로 두드러졌다.
역시 이탈리아에서 나온 마피아는 실제로 작동하는 신뢰 구조다. 네트워크 안에서는 계약이 확실하게 집행되고, 무임승차 문제는 실행될 것이 분명한 위협으로 해결되며, 내부 협력 수준은 높다. 마피아에 없는 것은 일반 신뢰다. 고신뢰 네트워크가 주변의 저신뢰 환경에서 수탈하고, 이 수탈이 통하는 것은 더 넓은 사회가 저항을 조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속형/교량형의 언어로 말하면 내부 신뢰는 최대, 외부 신뢰는 최소이고, 그 경제적 결과는 심각한 기능 장애다.
이스털리와 러빈은 민족 분열이 아프리카의 저조한 성장 기록을 상당 부분 설명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분열된 사회일수록 너무 적은 교육, 왜곡된 외환시장, 높은 재정적자, 취약한 기반시설 같은 더 나쁜 정책을 택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설명은 경쟁하는 집단들이 공공재에 합의하지 못하고 대신 지대를 놓고 다툰다는 것이며, 이는 교량 없는 결속에서 예상되는 파벌주의 그대로다. 민족적 다양성과 성장은 여러 경로로 얽혀 있고 인과적 주장에는 이론이 있지만, 이 패턴은 결속형/교량형 논리가 예측하는 바와 맞아떨어진다.
일반 신뢰의 쇠퇴에 대한 대응으로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고, 공동체 유대를 재건하고, 내집단 연대를 장려한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종류의 신뢰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특정 조건에서는 정반대의 결과, 즉 저신뢰 환경 속의 고신뢰 파벌을 낳는다. 강한 내부 유대와 약한 외부 유대의 이런 결합은 지대 추구와 제도 장악이 자라나는 사회적 토양이다. 경제적 협력에 중요한 것은 가장 만들어 내기 어려운 신뢰다. 알지 못하고, 사전 관계도 없고, 사회적 압력으로 제재할 수도 없는 사람과 정직하게 거래하려는 의지 말이다. 공동체를 세우면 결속형 자본이 늘어난다. 교량형 자본은 특정한 시민적 조건에서 부수적으로만, 그것도 들쭉날쭉하게 생겨날 뿐이다.
신뢰 회복은 왜 선거 주기보다 오래 걸리는가
폴 슬로빅은 신뢰 회복에 관한 모든 논의의 한가운데 놓인 비대칭성을 짚어 냈다. 신뢰는 대개 일관된 경험이 쌓이면서 천천히 만들어진다. 무너지는 데는 한 번의 사고로 충분할 수 있다. 신뢰할 만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확인 사례가 아주 많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뒤집는 데는 비교적 적은 수의 관련된 부정적 사례면 된다. 기관에 관한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빨리 퍼지고 더 무겁게 내려앉으며, 부정적 신뢰 사건은 지나치게 크고 오래가는 영향을 남긴다.
2008년 금융위기는 몇 달 만에 선진국 전반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은행과 규제 당국에 대한 대중의 태도로 측정한 그 피해의 일부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 가톨릭교회의 학대 추문은 아일랜드, 폴란드, 미국처럼 교회가 주요 신뢰 기관이었던 나라들에서 신뢰 붕괴를 불러왔고, 공식 사과와 제도 개혁도 그 붕괴를 되돌리지 못했다. 국민이 법적 처벌이 따르는 규칙을 지키는 동안 파티를 연, 기록으로 확인된 코로나19 봉쇄 기간 영국 정부의 행태는 사람들이 이미 품고 있던 의심을 확인해 주었다. 규칙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다르게 적용된다는 의심이다.
그 확인은 한 주기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제도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일반화된 모델을 갱신한다. 그리고 규칙이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새로운 증거를 요구하는 대신 기존의 믿음을 강화한다. 이 방향으로 한 번 갱신된 모델이 되돌아오려면, 앞으로 나아갈 때보다 훨씬 많은 반대 증거가 필요하다. 제도의 신뢰성 차원에 적용하면 슬로빅의 비대칭성은 복리로 불어난다.
지배적인 정책 대응은 메커니즘을 잘못 짚는다. 문제는 거의 언제나 소통의 문제로 설정된다. 투명성을 높이고, 정정을 내고, 허위 정보에 대응하고, 성과를 더 효과적으로 알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질 자체가 일반 신뢰를 인과적으로 끌어올린다.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부패 행위를 막는 능력으로 정의한 질이 서로 다른 제도에 참가자들을 노출시키고, 신뢰 게임으로 신뢰를 측정했다. 더 나은 제도는 더 많은 신뢰를 낳았다. 그리고 부패가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의심만으로도, 실제로 부패가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조차 신뢰가 떨어졌다. 이 실험이 메시지 전달과 개혁을 맞붙인 것은 아니지만, 정책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신뢰는 제도가 하는 일을 따라간다.
시간의 차원에서 민주정치는 구조적 문제에 부딪힌다. 신뢰를 재건하려면 선거 주기를 웃돌 수도 있는 기간 동안 일관된 제도 성과가 이어져야 한다. 민주국가는 몇 년마다 전국 선거를 치른다. 선거 경쟁의 유인 구조는 그 시간 단위에 맞춰 결과를 내도록 짜여 있다. 다음 선거 전에 혜택이 눈에 보이는 정책, 한 의회 임기 안에 효과가 드러나는 개혁. 신뢰 회복에 필요한 투자는 그 투자를 결정한 정치인들이 공직을 떠나고 한참 뒤에야 혜택을 낸다. 선거의 유인과 신뢰의 역학은 애초에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신뢰가 재건되는 속도보다 얼마나 더 빨리 무너지는지는 기존 연구로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비대칭성은 방향이라는 의미에서는 잘 입증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재건 기간이 학술 문헌에서 추정되는 일은 드물며, 과거 쇠퇴의 속도는 반전에 얼마나 걸려야 하는지에 대해 별로 말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회복은 정치 일정을 넘어설 수 있고, 어떤 선거제도도 그런 회복에 보상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유일한 회복은 느렸다. 1999년의 저점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데 영국은 20년 넘게 걸렸다.
소셜미디어와 증폭의 문제
1960년부터 1993년까지 이어진 미국의 신뢰 쇠퇴는 웹이 등장하기 수십 년 전에 시작되었고, 전적으로 소셜미디어 이전의 일이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에 놓는 설명으로는 그 기술이 존재하기 전에 일어난 30년간의 침식을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소셜미디어가 아무 영향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소셜미디어가 작용하는 가장 그럴듯한 메커니즘은 증폭이다. 예전에는 신문과 방송의 주기를 거쳐야 퍼지던 부정적 신뢰 사건이 이제는 몇 시간 만에 전 세계 청중에게 닿는다. 그래서 부정적 사건이 과도한 영향을 미친다는 슬로빅의 비대칭성이 더 빠른 속도와 더 큰 규모로 작동한다. 소셜미디어가 쇠퇴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의 가장 그럴듯한 역할은 제도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사례 하나하나가 청중에게 닿는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소셜미디어를 근본 원인으로, 허위 정보 대응 정책을 주된 처방으로 다루는 것은 증폭기만 손보고 그 밑의 제도적 역학은 그대로 두는 일이다.
미끄러짐을 멈추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 증거가 말하는 것
증거가 가리키는 것은 붕괴보다는 지속적이고 누적되는 부진이다. 이 부진은 문제를 정치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는 다룰 수 없는 자기 강화적 역학을 통해 작동한다. 정치인들은 유능하든 아니든 다른 문제를 풀고 있기 때문이다.
로트스테인과 유슬래너는 사회적 함정을 묘사한다. 불평등과 부패는 일반 신뢰를 깎아 먹고, 낮은 신뢰는 불평등을 줄여 줄 보편적 정책을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신뢰를 무너뜨린 조건이 그대로 남는다. 앞서 설명한 대체 비용은 이 고리에 경제적 차원을 더한다. 저신뢰 경제는 더 많은 돈을 들이고도 더 적은 일을 해내기 때문이다. 이런 고리가 어느 시점에 새로운 균형으로 내려앉기를 멈추고 스스로 지속되는 과정이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록이 보여 주는 것은 회복이 가능하지만 느리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신뢰는 1981년 43%에서 1999년 29%로 바닥을 친 뒤, 20년이 넘게 걸려 46%로 올라왔다. 그 회복은 의회에 대한 영국인의 신뢰가 떨어지는 와중에 일어났으므로, 정부가 의도적으로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자신들의 틀을 미국을 포함한 부유한 나라에도 적용한다. 여기서 새로운 것은 그 틀을 일반 신뢰를 통해 읽는 일이다. 일반 신뢰가 포용적 제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착취적 장악을 위한 정치적 조건이 나아진다. 로비, 규제 포획, 연합 관리 같은 평범한 정치경제의 경로를 통해 엘리트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지배구조를 심을 수 있고, 시민들이 저항을 조율하지 못할 때 더 효과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 효과적인 조율에는 지금 무너지고 있는 바로 그 일반 신뢰가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이 이 패턴의 초기 단계를 밟고 있는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고신뢰 북유럽 사회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는 수십 년 동안 생산성과 1인당 소득에서 높은 위치를 대체로 지켜 왔고, 이 나라들의 일반 신뢰 점수는 꾸준히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 천연자원이나 인구 구조만으로는 이 프리미엄이 설명되지 않으며, 신뢰가 그 일부를 이룬다고 보는 것이 그럴듯하다. 알강과 카위크는 미국 이민자 후손이 조상의 출신국에서 물려받은 신뢰를 추적해, 20세기에 걸쳐 신뢰가 성장에 상당한 인과적 효과를 미쳤음을 발견했다. 미국의 신뢰가 낮아진 수준에 머물고, 영국에서 제도 신뢰의 하락이 그동안 재건한 대인 신뢰를 갉아먹기 시작한다면, 경제학 문헌이 시사하는 결과는 이렇다. 지속적으로 더 높은 거래비용, 더 낮은 투자율, 더 낮은 제도의 질, 그리고 신뢰가 있으면 값싸고 대체에 기대면 비싸지는 생산적 협력의 역량 약화.
신뢰 쇠퇴에 관한 공론은 거의 전적으로 양극화, 허위 정보, 민주주의의 후퇴, 리더십의 실패 같은 정치적·사회적 용어로 짜여 있고, 대응도 그 틀을 따른다. 메시지 관리, 연합 구축, 투명성 이니셔티브, 허위 정보 대응 캠페인.
이 가운데 경제적 비용, 회복의 비대칭성, 그리고 선거의 시간 단위에 맞춰진 도구와 훨씬 더 느리게 진행될 수 있는 과정 사이의 불일치를 다루는 것은 거의 없다.
물리적 인프라에는 감가상각 일정과 유지보수 예산이 따라붙는다. 도로와 전력망이 국민계정에 오르는 것은, 언젠가 누군가가 유지보수하지 않은 인프라는 망가지고 그 고장이 유지보수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한다는 것을 따져 보았기 때문이다. 회계의 틀은 눈에 보이는 것을 담도록 만들어졌다.
사회적 신뢰는 인프라처럼 작동한다. 신뢰는 상업의 공식 인프라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는지, 거래가 정상적인 비용으로 성사되는지, 제도가 에너지 대부분을 집행에 쏟지 않고도 제 기능을 하는지를 결정한다. 그런데도 통상적인 대차대조표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재무부는 신뢰 하락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는다. 중앙은행은 신뢰의 궤적을 생산성 전망에 넣지 않는다. 20세기에 걸쳐 발전한 GDP 회계 체계는 정교한 도구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금리와 재정승수, 자본 완충을 놓고 논쟁했고, 그것들을 관리하려고 중앙은행과 재정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모든 도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결정하는 그것은 거의 측정되지 않은 채 남겨졌고, 그래서 관리되지도 않았다.
그 인프라가 닳아 갈 때 가리킬 만한 단 하나의 사건은 없다. 모든 상업적 상호작용에 붙는 간접비가 불어나고, 거래해 볼 만한 사람들의 범위가 좁아질 뿐이다. 그것은 정체로 나타나고, 세계화나 자동화 탓으로 돌려지며, 다른 문제를 위해 설계된 도구로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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