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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틀 곡물거래소(Corn Exchange) 건물 정면에는 분침이 두 개 달린 시계가 있다. 하나는 빨간색, 하나는 검은색이다. 빨간 바늘은 그리니치 평균시를 가리킨다. 검은 바늘은 브리스틀의 지방 평균시를 가리키는데, 런던에서 서쪽으로 경도 약 2도 떨어진 도시답게 경도의 기하학이 요구하는 대로 약 10분 늦다. 시계 자체는 1822년에 만들어졌다. 두 번째 분침은 철도 시대에 덧붙여졌다. 1840년 11월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가 시간표를 런던 시간으로 통일한 뒤의 일로, 이 때문에 브리스틀의 승객과 철도 직원들은 갑자기 자기 도시가 쓰지 않는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바늘 두 개짜리 시계가 그 해법이었다. 지금이 몇 시인지, 그리고 철도는 지금을 몇 시로 여기는지를 함께 알려 주었다.
시간은 보통 중력이나 태양의 위치만큼 단단하게 느껴지지만, 그 시계에서 빨간 바늘은 검은 바늘보다 조금도 더 정확하지 않다. 특정한 행정 목적에 더 편리할 뿐이다. 이 시계는 곧바로 질문 하나를 던진다. 영국의 한 도시와 그 도시를 지나는 철도의 시간을 맞추는 데 분침이 두 개 필요했다면, 전 세계의 시간을 맞추려면 무엇이 필요하며, 그것은 누가 정하게 될까?
1870~1880년대 미국의 역에 내린 승객들은 같은 문제를 대륙 규모로 겪었다. 철도 회사마다 대개 본거지 도시의 시간을 저마다 썼고, 붐비는 역에는 그 역을 지나는 노선마다 따로 시계가 걸리기도 했는데, 그중 어느 것도 그 도시 자체의 시간과 맞지 않았다. 1883년 말까지 북아메리카에는 서로 다른 지방시가 144개 넘게 있었고, 열차를 갈아타는 여행자는 다음 열차가 그중 어느 시간을 쓰는지 따져 봐야 했다.
답이 어떤 모습일지는 누가 어디에 기준점을 정할지, 그리고 그것을 누구에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었다.
시계가 합의되기 전의 세계
인류 역사 대부분 동안 지방 태양시는 아무 말썽도 일으키지 않았고, 정확하기도 했다. 하루가 특정한 장소의 일(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장을 열지)을 중심으로 짜여 있을 때, 바로 내 밭 위의 태양은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기준이었다. 마을 교회의 시계를 지방 정오에 맞춘 것은, 정오란 경도 1도 떨어진 다른 교회 위가 아니라 바로 그 교회 위에서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차이가 문제 될 만큼 하루에 멀리 이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철도가 이를 바꿔 놓았다. 두 시간에 60마일을 갈 수 있게 되자 출발지와 도착지 사이에 쌓인 지방 태양시의 차이는 열차 운행 일정에서 으뜸가는 문제가 되었다. 1840년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가 런던 시간으로 전환한 데는 런던 시간이 브리스틀 시간보다 과학적으로 낫다는 근거가 전혀 없었지만, 시간표 하나가 두 가지 지방시로 동시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다른 철도들이 뒤를 따랐고, 1847년 철도정산소(Railway Clearing House)는 모든 철도에 그리니치 시간을 쓰라고 권고했다. 10년 이상, 자기 시간을 고수하는 도시들은 두 시간을 함께 표시해야 했다. 시계공들은 런던 시간용 분침을 하나 더 단 문자판을 만들었다. 1855년이 되자 교회와 시청을 비롯한 거의 모든 공공 기관이 시계를 철도 시간에 맞춰 두었다. 낡은 문자판에 런던 바늘을 더한 브리스틀 곡물거래소의 시계는 이 시기의 유물이다. 하나의 시간으로 돌아가던 옛 세계는 쪼개졌고, 그것을 다시 짜 맞출 뚜렷한 원리는 어디에도 없던 때였다.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의 그레이트 톰 종은 지금도 같은 시차에 맞춰 울린다. 매일 저녁, 방문객의 시계로는 오후 9시 5분인 시각에 이 종은 옛 칼리지 통금을 알리며 101번 울린다. 설립 당시의 스튜던트(Student) 100명에게 한 번씩, 그리고 1663년에 추가된 스튜던트 한 명 몫으로 한 번 더 울리는 것이다. 종이 그 시각에 울리는 까닭은 태양시로 따지면 옥스퍼드가 그리니치보다 5분 서쪽에 있고, 칼리지가 종을 옛 옥스퍼드식 셈법의 오후 9시에 맞춰 두었기 때문이다. 이 시차는 사소해 보일 만큼 작고 고풍스러워 보일 만큼 오래되었지만, 브리스틀 시계와 같은 현상이다. 표준화 이전 세계의 잔재가, 그것을 건드릴 만한 이유를 아무도 찾지 못했기에 남아 있는 것이다.
대륙이 동서로 워낙 넓어 문제가 훨씬 빨리 심각해진 북아메리카에서 표준화 이전의 혼돈은 고풍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철도 노선마다 자기 운영에 맞는 시간을 썼고, 노선이 만나는 곳에서는 시계끼리 충돌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철도 회사들은 마침내 1883년 11월 18일 자기들만의 질서를 강제했다. 이른바 “정오가 두 번 있던 날”로, 이날 대륙 전역의 역 시계가 몇 개의 표준 시간대에 맞춰 다시 설정되었다.
전 지구적 해법의 기술적 설계도 철도에서 나왔다. 스코틀랜드 태생의 캐나다 기술자로 평생 철도와 함께 일한 샌드퍼드 플레밍은 1879년 2월 8일 캐나다 연구소(Canadian Institute)에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지구를 경도 15도씩 24개의 동일한 시간대로 나누고, 모두 하나의 본초 자오선에서 셈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그 본초 자오선을 태평양, 곧 그리니치에서 정확히 180도 떨어진 대척 자오선에 두었다. 우아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신중한 제안이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셈을 시작함으로써 플레밍은 그리니치 자체를 세계의 0점으로 지목하지 않고도 보편적 체계를 내놓을 수 있었다.
플레밍은 0도 자오선을 고르는 일이 외교 행위임을 알고 있었다. 대척 자오선은 주로 망망대해를 지나며, 육지라고는 러시아 동북단과 피지의 섬 몇 개, 남극 대륙만 가로질렀다. 그래도 그 선은 여전히 그리니치를 기준으로 정의된 것이었다. 1884년 워싱턴에서 영국 대표인 천문학자 존 카우치 애덤스는 이 점을 직설적으로 짚었다. 그리니치 맞은편의 선도 그리니치 자체만큼이나 한 나라의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플레밍의 장치는 문제를 누그러뜨렸을 뿐 해결하지는 못했고, 다른 이들이 다툴 여지를 남겨 두었다.
1880년 법령(시간 정의)법
영국의 표준시 전환은 느리고 어수선했다. 대부분의 철도가 그리니치 시간을 도입한 뒤에도 지방 법원과 지역 상거래는 여전히 지방시에 따라 움직였다. 브리스틀 자체는 1852년 9월 14일 공공 시계를 그리니치 평균시로 바꾸었지만, 법은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
1880년 8월 2일 국왕 재가를 받은 법령(시간 정의)법이 이 법적 모호함을 해소했다. 의회 법률이나 증서, 그 밖의 법률 문서에 나오는 시간 표현은 달리 명시하지 않는 한 이후로 그레이트브리튼에서는 그리니치 평균시(아일랜드에서는 더블린 평균시)를 뜻하게 되었다. 1880년 법은 철도가 이미 강제한 현실에 법체계를 맞춘 것이었다. 1840년부터 1880년까지 40년 동안 영국은 두 종류의 공식 시간과 함께 살았다. 기차를 타느냐 법정에서 증언하느냐에 따라 같은 시각이 법적으로 다를 수 있었다.
중립적이지 않았던 회의
1884년 10월, 25개국 대표가 체스터 A. 아서 대통령의 초청으로 워싱턴 D.C.에 모였다. 플레밍이 열어 둔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였다. 공식 명칭이 국제 자오선 회의인 이 모임의 핵심 목적은 단 하나였다. 세계의 본초 자오선, 곧 모든 시간대를 계산하고 모든 항해도의 방향을 잡는 기준이 될 경도 0도를 정하는 일이었다.
결과는 겉보기에 결정적이었다. 결의안 2호는 22 대 1로 통과되었다. 프랑스와 브라질은 기권했고, 산토도밍고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런던 남동부의 왕립 천문대를 지나는 그리니치 자오선이 세계의 본초 자오선이 되었다.
그리니치를 지지하는 논거는 그 자오선이 파리 자오선보다 더 정확하게 측정되었다거나, 왕립 천문대의 천문학자들이 파리 천문대보다 뛰어나다는 주장에 기대지 않았다. 논거는 상업적이었다. 이를 가장 분명하게 말한 사람은 미국 해군의 샘프슨 중령으로, 그는 캐나다의 샌드퍼드 플레밍이 내놓은 수치를 인용했다. 세계 선박의 70퍼센트 이상이 이미 그리니치를 항해 기준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자오선을 택하면 세계 상선과 해군 함대 대부분이 이미 쓰고 있는 해도와 항해표를 새로 그리고, 항해사들을 다시 훈련시켜야 했다.
프랑스 대표 A. 르페브르와 쥘 장센(파리 물리천문대를 이끌던 천문학자)은 꽤 힘 있게 반론을 폈다. 그들은 “중립적” 자오선을 제안했다. 아조레스 제도나 베링 해협을 지나는 지리적 선으로, 유럽도 아메리카도 가르지 않고 어느 나라의 수도나 천문대도 지나지 않으니 어느 나라의 과학계에도 특권을 주지 않는 선이었다. 프랑스에는 저항할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약 2세기 동안 자국 표준이던 파리 자오선을 기준으로 만든 해도가 약 2,600장이나 있었다. 그뿐 아니라 프랑스의 입장은 미터법을 만들던 시절 그들이 고집했던 주장, 곧 미터는 어쩌다 국제적으로 채택된 프랑스 단위가 아니라 지구 둘레에서 끌어낸 자연의 단위라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었다. 두 번 모두 프랑스는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기준을 원했고, 두 번 모두 이미 그것을 쓰는 모든 이에게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을 바꾸기 싫어하는 세계의 저항에 부딪혔다.
구조적 문제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것은 장센의 반론이었다. 회의는 가장 합리적인 자오선이 아니라, 상업 기반 시설이 이미 그쪽으로 모여 있는 나라들에 가장 편리한 자오선을 고르고 있었다. 그 선택이 옳은 것인지 그저 편리할 뿐인지는 자리 잡은 관행을 버리는 비용을 얼마나 무겁게 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 결과에서 얻을 것이 가장 적은 프랑스는 그것을 거의 쳐주지 않았다. 기권함으로써 프랑스는 막을 수 없는 결과에 지지를 보내기를 거부했다.
돌이켜 보면 그리니치 쪽 논거에는 과학이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기성 천문대, 즉 정부가 운영하고 전 세계와 전신으로 연결된 항구적 자오선이라는 기술적 논거도 분명히 내세웠다. 그러나 결정적인 논거는 먼저 채택했다는 사실에 있었다. 세계 선박 대부분이 이미 그리니치를 쓰고 있었고, 다른 어떤 선택도 전환 비용을 그 배들에 떠넘기게 될 터였다. 이는 어느 정도는 힘의 우위에 관한 논리다. 세계 선박 대부분이 이미 쓰던 표준은 실질적인 이점이었지만, 그 이점을 쌓아 올린 것은 1884년에 항로를 장악하고 있던 쪽이었다.
프랑스의 긴 지연, 그리고 더 긴 저항
프랑스는 1911년 3월 9일 법률로 비로소 그리니치 기준 시간을 채택했고, 이 법은 3월 10일에서 11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시행되었다. 그때조차 법률은 “그리니치”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공식 문구는 프랑스 법정시를 “9분 21초 늦춘 파리 평균시”로 규정했다. 산술적으로는 정확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날이 선 이 표현은 파리가 일차 기준이고 그리니치는 거기서 파생된 보정값이라는 허구를 지켜 냈다.
이 문구는 1978년 8월 9일 시행령이 “협정 세계시”로 바꿀 때까지 법전에 남아 있었다. 프랑스는 회의 이후 94년 동안, 마침내 그리니치 시간을 채택하고 나서도 67년 동안 그 이름을 부르지 않은 셈이다.
한 나라, 한 시계: 단일 시간대의 이데올로기
1884년 회의는 0도 자오선 문제를 해결했다. 한 나라가 시간대를 몇 개 써야 하는지, 그 경계를 어떻게 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질문들은 이후 수십 년 동안 국가들의 몫이 되었고, 국가들이 내놓은 답은 정치적이었다. 1940년대 후반 2년 간격을 두고, 전혀 다른 정치 체제에서 출발한 두 사례가 같은 답에 이르렀다.
중화인민공화국은 공산당이 권력을 굳힌 지 몇 달 만인 1949년에 단일 국가 시간대인 베이징 시간(UTC+8)을 선포했다. 1949년 이전 중국은 서류상으로는 서쪽 끝의 UTC+5:30부터 동북부의 UTC+8:30까지 다섯 개 시간대로 나뉘어 있었다. 이 체계는 1918년에 제안되어 1948년에야 공식 채택되었고, 주로 연안 지역에서만 지켜졌다. 이를 하나의 표준으로 통일하기로 한 새 정부의 결정은 국가 통합이라는 더 큰 흐름의 일부였다. 이 결정은 잘 기록된 단일 법령으로 공포된 적이 없고, 모든 곳에 한꺼번에 적용되지도 않았다. 티베트는 적어도 1959년 3월 봉기 때까지 자체 라싸 시간인 UTC+6을 유지했다. 그 효과는, 그리고 십중팔구 의도 역시, 시계를 주권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었다.
중국 서쪽 끝에서 그 지리적 결과는 혹독하다. 신장의 카슈가르는 동경 약 76도에 있다. 베이징 시간은 그보다 44도 더 동쪽인 동경 120도 자오선을 기준으로 하므로, 태양으로 보면 카슈가르는 국가 시계보다 세 시간 가까이 늦다. 겨울이면 카슈가르의 해는 베이징 시간으로 오전 10시 무렵에야 뜬다.
신장의 위구르인들은 수십 년 동안 나란히 돌아가는 대응책을 지켜 왔다. 베이징 시간보다 두 시간 늦은 UTC+6의 신장 시간은 베이징 시간이 무시하는 태양의 현실에 맞추려는 실용적 방편으로 지역 전역에서 쓰여 왔다. 중국 정부는 1986년 2월 이 지역의 민간 용도로 이를 공식 인정했고, 자치구 정부와 일부 지방 당국은 일정을 두 시간으로 함께 발표한다. 이 지역의 한족 주민은 거의 모두 베이징 시간을 쓴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는 두 개의 시간 표준이 동시에 돌아가며, 그 경계는 중국에서 가장 첨예한 민족적·정치적 경계선을 따라 나 있다.
인도는 다른 길로 같은 체제에 이르렀고, 그 바탕은 식민지 시대에 놓였다.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도시 미르자푸르 바로 서쪽을 지나는 동경 82도 30분 자오선을 기준으로 한 UTC+5:30은 1906년 1월 1일 인도의 철도와 전신에 시행되었다. 다만 봄베이와 캘커타는 수십 년 동안 자체 지방시를 유지했다. 독립한 인도는 1947년 9월 1일 이를 나라 전체의 단일 공식 시간으로 삼았다.
인도는 서쪽의 구자라트에서 동쪽의 아루나찰프라데시까지 경도로 29도 가까이 걸쳐 있다. 나라 한쪽 끝에서는 반대쪽 끝보다 해가 두 시간 가까이 일찍 뜨므로, 단일 시간대는 어떤 지역의 일광을 다른 지역보다 우대할 수밖에 없다. 인도 표준시(IST)의 기준 자오선은 인도 중북부를 지난다. 아삼에서 아루나찰프라데시에 이르는 동북부는 사실상 영구적인 태양 시차 속에서 살아간다. 해는 일찍 뜨지만 시계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이 지역은 자기 일광과 어긋난 일정으로 돌아간다. 벵갈루루의 에너지 연구자 딜리프 아후자와 D. P. 센굽타는 IST를 전국적으로 30분 앞당겨 UTC+6으로 하면 해마다 20억 킬로와트시가 넘는 전력을 아낄 수 있으며, 그 대부분은 공급하기 어려운 저녁 피크 시간대에서 나온다고 추산한다. 이 권고는 실행되지 않았다.
차를 재배하는 아삼 지역에서 채택된 해법은 비공식적이고 실용적이다. 차 농장들은 노동자들이 바간 시간(아삼어로 차밭을 뜻하는 말에서 따와 차이바간 시간이라고 쓰기도 한다)이라 부르는 시간으로 돌아가는데, 이 시간은 IST보다 한 시간 빠르다. 바간 시간으로 명목상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노동자는 IST로 치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 셈이다. 바간 시간에는 그 자체로 법적 지위가 없다. 농장을 운영하던 영국인 농장주들에게서 물려받은 관습이며, 차밭들은 이 시간에 따라 교대 근무를 짠다. 이 관습이 살아남은 것은 인도 중부의 자오선에 맞춘 공식 시간이 태양의 하루가 훨씬 일찍 시작되고 끝나는 공동체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신장과 아삼 모두에서 중앙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단일 시간대를 택했고, 나라의 지리적 변두리에 사는 주민들은 공식 시간이 다른 곳에 맞춰져 있기에 나란한 시간 관행을 지키거나 새로 만들어 냈다.
네팔의 15분짜리 차별화
네팔은 인도 표준시보다 15분 앞선 UTC+5:45를 쓴다. 1980년대 중반에 채택한 시차다. 기준 자오선은 동경 약 86도 15분으로, 가우리샹카르산 근처를 지난다. 이것이 지리적 근거다. 정치적 해석도 자연스레 떠오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 기록은 없다. 한쪽은 UTC+5:30을, 다른 한쪽은 UTC+8을 쓰는 거대한 두 이웃 사이에 갇힌 작은 내륙 주권국가는 결과적으로 어느 쪽과도 결코 같지 않은 시계를 갖게 된다.
15분은 국경을 넘나드는 일정을 짜기에 불편하고, 그 대가로 얻는 지리적 정확성도 크지 않다. 카트만두의 지방 평균시는 약 UTC+5:41이므로, 이 시차는 수도의 태양과 11분이 아니라 4분 어긋날 뿐이다.
우리가 끝내 바꾸기를 그만두지 않는 시계
중국과 인도는 국경을 둘러싼 분쟁을 안은 신생 국가였고, 영토의 일체성을 내세우는 여러 도구 가운데 하나로 시계를 동원했다. 유럽연합은 전혀 그런 경우가 아닌데도 그 시계 역시 다툼의 대상이다. 유럽의회가 시계 바꾸기를 멈추자고 표결한 지 7년이 넘었지만, 유럽연합의 시계는 여전히 바뀐다.
2018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EU가 일광 절약 시간제(서머타임), 곧 봄에 시계를 앞당기고 가을에 되돌리는 연 2회의 관행을 폐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공개 의견 수렴을 벌였다. 반응은 집행위원회가 공개 의견 수렴에서 받아 본 것 가운데 사상 최대였다. 응답 460만 건이 들어왔고, 그중 84퍼센트가 폐지를 지지했다.
2019년 3월 26일 유럽의회는 410 대 192로, 2021년에 계절별 시간 변경을 끝내고 각 회원국이 여름 시간과 겨울 시간 가운데 무엇을 영구히 유지할지 스스로 고르게 하자고 의결했다. 그리고 계획은 바로 그 선택 앞에서 멈춰 섰다.
서머타임을 폐지하려면 모든 회원국이 영구 여름 시간과 영구 겨울 시간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유럽의 지리상 모두에게 똑같이 맞는 답은 있을 수 없다. 영구 여름 시간을 택하면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스웨덴 북부에서는 한겨울 전후 몇 주 동안 해가 오전 10시가 지나서야 뜬다. 틸 뢰네베르크를 비롯한 시간생물학자들은 일과가 시작될 때 아침이 어두우면 체내 시계가 사회적 시계와 더 어긋나며, 이 불일치가 수면과 건강의 악화와 연관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도만으로 문제가 정리되지는 않는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는 영구 겨울 시간 쪽으로 기우는 반면, 라트비아 정부와 에스토니아 의회의 EU 위원회는 이웃 나라들이 같은 시계를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영구 여름 시간을 지지했다.
더 남쪽의 나라들은 셈법이 다르다. 그중 상당수는 관광에 크게 기대고 있다. 영구 여름 시간이면 사계절 내내 해 지는 시각이 한 시간 늦춰지고, 레스토랑 테라스에는 저녁 햇빛이 한 시간 더 든다. 의견 수렴 응답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 독일은 그럼에도 회원국 전반의 폭넓은 조율 없이는 결정을 내리기를 꺼려 왔다. 동쪽과 북쪽 이웃들이 다른 시간 체계에 머물러 국경을 따라 새로운 시간 경계가 생긴다면 영구 여름 시간을 채택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2019년 이후 이 제안은 이사회에서 회원국들 손에 머물러 있다. 이사회는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한 번도 입장을 채택한 적이 없고, 2026년부터 시간 변경을 없애자던 스페인의 2025년 추진도 무위로 끝났다. 2025년 이사회 의장국이던 폴란드는 영구 여름 시간을 EU 전역에서 2년간 시범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회원국들은 대신 더 많은 근거를 요구했고, 2026년 2월 집행위원회는 각 선택지가 단일 시장과 에너지, 교통, 보건, 그리고 이웃 나라 사이에 새로 생길 시간 경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피는 연구에 착수했다. 결과는 연말까지 나올 예정이다.
1884년 회의가 하나의 본초 자오선으로 정리된 데에는 상업적 지지층을 등에 업은 분명한 기존의 답이 있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서머타임 논쟁에서 기존의 답은 연 2회의 전환 그 자체다. 의회가 폐지를 의결했어도, 회원국들이 대안에 합의할 때까지 그것은 법으로 남는다. 연구가 무엇을 밝혀내든, 그 연구가 뒷받침할 선택은 시계를 어느 나라들의 지리에 맞출 것인가다.
시계를 바꾸지 않는 다수
중국, 인도, 일본은 서머타임을 시행하지 않는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부분, 동남아시아 대부분, 남아시아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서머타임을 아무 문제 없이 운영하는 나라도 많지만, 인류 대부분은 서머타임을 한 번도 도입하지 않았거나 오래전에 폐지한 나라에 산다.
어느 쪽 영구안을 택하든 EU의 시계는 이 다수에 합류하게 된다.
시계가 감추는 것
정부가 시계에 관해 내리는 모든 결정은 동시에, 공식적인 하루를 누구의 태양일에 가장 가깝게 맞출지에 관한 결정이다. 1947년 IST를 단일 국가 시간으로 확정하면서 인도는 동북부가 자신과 맞지 않는 기준 자오선의 비용을 떠안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이사회의 회원국들은 그에 맞먹는 비용을 자신들 가운데 누가 떠안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브리스틀 곡물거래소 시계에 바늘이 두 개였던 것은 브리스틀과 런던이 태양에 대해 서로 다른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니치와 철도 시간, 행정적 편의를 상징하는 빨간 바늘은 40년에 걸친 철도 확장이 이미 현실에서 승리를 안겨 준 뒤인 1880년에 법에서도 이겼다. 검은 바늘, 곧 브리스틀 고유의 평균시이자 그것을 쓰던 도시에는 정확한 측정값이었던 시간은 진기한 구경거리, 곧 시장 건물 정면에서 아직도 돌아가는 시계 역사의 한 조각이 되었다.
이제 대부분의 시계는 하나의 시간만 보여 주며, 그중 많은 시계는 전 지구적 표준인 협정 세계시(UTC)에 동기화된 서버에서 받은 시간을 숫자로 표시한다. 그 표준조차 아직 협상 중이다. 2022년 국제도량형총회는 늦어도 2035년까지, 현재 윤초 체계가 허용하는 0.9초보다 UTC가 지구 자전과 더 크게 벌어지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2026년 10월 회원국들은 2027년 5월 20일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표결했다. 그날 이후로는 윤초가 더는 삽입되지 않으며, 누군가 바로잡기 전까지 시계가 태양과 최대 꼬박 한 시간까지 벌어지는 것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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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출처 및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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