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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는 짧았다. 노르웨이의 상호보험사 가드(Gard)가 이 문서를 게시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다음 날인 2026년 3월 1일이었다.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과 오만만에 대한 가드의 전쟁위험 확장 담보를 72시간 예고 후 해지한다는 통지였다. 어느 의회도 이를 승인하지 않았고, 어느 법원도 검토하지 않았다. 같은 날 국제P&I그룹의 다른 클럽들도 거의 똑같은 통지를 게시했고, 모두 3월 5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스쿨드, 노스스탠더드, 런던 P&I 클럽, 아메리칸 클럽도 그중에 있었다. 스쿨드는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재보험사들의 전쟁위험 인수 의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무렵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통행은 이미 무너진 뒤였다. 이란은 공습에 선박 공격으로 응수했다. 이틀 만에 유조선 최소 세 척이 손상됐고, 선원 한 명이 숨졌으며, 해협 주변에 약 150척의 선박이 발이 묶였다.
미사일과 드론이 바닷길을 비웠다. 그다음 보험 통지문들이 그 새로운 현실을 계약서에 옮겨 적었고, 전쟁위험 보험료가 어느 배가 아직 움직일 여력이 있는지를 한 척 한 척 가려냈다. 물어야 할 것은 이 기관들이 무엇이며, 이토록 극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고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나머지 날들에 무엇을 해 왔느냐다.
세 개의 열쇠
선박에 보험이 필요한 방식은 자동차와 다르다. 도시에 제대로 돌아가는 하수도가 필요한 방식에 가깝다. 그것이 없으면 시스템 전체가 멈춘다.
대양을 오가는 상선은 보통 서로 다른 세 겹의 보험을 두르고 항해한다. 그중 주요 항만 대부분에서 법으로 의무화된 것은 책임보험 하나뿐이다. 나머지 둘은 법령이 아니라 계약이 요구하며, 이 셋이 함께 선박이 교역할 수 있는 조건을 정한다.
선체기계보험은 선박 자체의 물리적 손상을 보상한다. 대부분의 독자가 보험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층이다. 적하보험은 배에 실린 화물을 보호하며, 대개 용선자나 화주가 계약 조건으로 요구한다. 세 번째 층인 선주책임상호보험, 곧 P&I(Protection and Indemnity)가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 보험은 제3자 책임을 담보한다. 선원의 부상과 사망, 유류오염 책임, 난파선 제거, 화물 손해 배상청구, 다른 선박과의 충돌 책임, 항만 시설 손상이 여기에 들어간다. 잠재적 위험 노출이 가장 크면서도 바깥에서는 가장 잘 보이지 않는 층이다.
상업 운항을 하려는 선박에게 P&I 담보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2017년 1월 해사노동협약(MLC) 개정안이 발효된 이후, MLC 적용 대상인 모든 선박은 인정된 제공자, 실제로는 P&I 클럽이 발급한 재정보증 증서를 갖춰야 한다. 이 증서는 체불 임금, 송환 비용, 사망·장해 보상에 대한 담보를 확인해 준다. 유럽과 북대서양 항만을 관할하는 파리 MOU와 아시아태평양을 관할하는 도쿄 MOU의 항만국 통제 당국은 이 증서를 일상적으로 점검한다. 인도는 자국 항만에 기항하는 총톤수 300톤 이상의 모든 상선에 검증 가능한 P&I 증서를 제시하도록 요구한다. 인도 해운 규제 당국이 2025년에 강화한 이 규정은 이제 2026년 3월부터 시행된 새로 제정된 2025년 상선법의 적용을 받는다.
다른 적격 보험이나 입증된 자가보험으로 대신하지 않은 채 P&I 층을 걷어내면 가장 먼저 항만 접근이 사라진다. EU 지침 2009/20/EC에 따라 보험 증서 없이 적발된 총톤수 300톤 이상의 선박은 항만에서 추방될 수 있다. 그러면 다른 모든 EU 회원국은 증서가 제시될 때까지 그 선박의 입항을 거부해야 한다.
이 보험을 발급하는 클럽과 신디케이트들은 지구상의 모든 상업 항해에 대해 집단적으로 거부권을 쥐고 있다. 어떤 조약도 그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상업 구조가 선주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남겨 두지 않는다.
로이즈 오브 런던과 로이드선급: 이름은 하나, 조직은 둘
로이즈 오브 런던은 신디케이트들이 선체보험, 적하보험, 전쟁위험보험을 인수하는 보험 시장이다. 로이드선급은 선박을 검사하고 기국을 대신해 구조·안전 기준을 인증하는 선급협회다. 두 조직은 1680년대 런던의 에드워드 로이드 커피하우스라는 역사적 기원을 공유하지만, 하는 일은 전혀 다르며 업무상 아무런 관계도 없다.
선체보험사는 선박이 국제선급연합회 회원 선급에서 “선급 유지” 상태를 지키도록 요구한다. 그 선급은 로이드선급일 수도 있고 DNV, ABS, ClassNK 같은 다른 선급일 수도 있으며, 선급을 잃으면 보험이 자동으로 종료될 수 있다. 선급협회의 구조 규칙이 법만큼이나 보험 시장을 통해서도 집행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로이드선급은 P&I 보험사가 아니며 P&I 클럽과 직접적인 관계도 없다.
열두 개의 클럽, 하나의 헌법
국제P&I그룹은 열두 개의 상호 해상보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상호”란 조합원인 선주와 용선자가 피보험자이면서 동시에 보험자라는 뜻이다. 이들은 위험을 함께 나눠 지고, 배상청구액이 보험료를 넘어서면 추가 분담금을 거둔다. 열두 클럽은 총톤수 기준으로 세계 외항 선복량의 약 87%를 담보하며 제3자 해상 책임보험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등록 본거지는 영국, 룩셈부르크, 스칸디나비아, 일본, 버뮤다, 미국에 걸쳐 있다. 가드와 스쿨드는 노르웨이 클럽이고, 스웨디시 클럽은 예테보리에서, 일본 P&I 클럽은 도쿄에서, 아메리칸 클럽은 뉴욕에서 운영된다. 2023년 2월 노스오브잉글랜드 P&I 조합과 스탠더드 클럽이 합병해 출범한 노스스탠더드는 그룹이 통합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지배구조는 그대로 유지돼 왔음을 보여 준다.
클럽들은 공동 풀 제도를 운영한다. 각 클럽은 풀에 해당하는 배상청구마다 첫 1,000만 달러를 자체 부담하고, 그 이상은 그룹의 풀링 협정에 따라 열두 클럽이 나눠 진다. 그 위에는 그룹 자체의 전속 재보험사와 대규모 상업 재보험 프로그램이 쌓여 있다. 클럽들이 일반 책임 위험에서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것은 이 풀 때문이다. 전쟁은 다르다. 클럽 규약은 전쟁위험을 핵심 P&I 담보에서 제외한다. 2026년 3월에 철회된 전쟁 확장 담보는 주로 용선자에게 판매된 것으로 풀 바깥에 있었고, 각 클럽이 같은 작은 로이즈·런던 시장에서 따로 재보험을 들어 두었다. 그 재보험사들이 72시간 예고로 걸프 지역 배상청구를 제외할 권리를 행사하자, 이런 담보를 보유한 클럽들은 모두 같은 주말 안에 똑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거의 똑같은 통지문은 재보험사들의 결정이 사슬을 따라 내려온 것이었다.
재보험 구조에서 클럽들 위에는 로이즈 시장과 세계 상업 재보험사들이 있다. 재보험사들이 어떤 해역에서 발을 빼면 클럽들의 인수 여력은 그 즉시 줄어든다.
군사 행동, 해적, 테러로 인한 손상을 뜻하는 선체 전쟁위험은 아예 P&I 담보 밖에 있다. 이는 전문 전쟁보험 인수업자에게서 별도 보험으로 사야 하는데, 무엇보다 로이즈와 런던 보험사 시장이 중심이고 가드의 상업 전쟁보험 사업 같은 북유럽 보험사들이 그 뒤를 바짝 따른다. 런던을 위해 위험 지도를 그리는 기구는 합동전쟁위원회(JWC)로, 로이즈시장협회와 국제보험인수협회의 합동 위원회다. JWC는 지정 해역 문서를 관리하는데, 정식 명칭은 “선체 전쟁·해적·테러 및 관련 위험 지정 해역”이다. 이 문서는 선주가 진입 전에 전쟁보험 인수업자에게 통보해야 하고, 인수업자가 항해마다 추가 보험료를 물릴 수 있는 해역을 명시한다.
분쟁이 불붙으면 위원회는 며칠 만에 목록을 다시 그릴 수 있다. 이 회람문을 작성한 정부는 없고, 승인하는 정부도 없다.
클럽들은 왜 모두 같은 날 움직였나
클럽들에게는 회의가 필요 없었다. 이들의 전쟁위험 확장 담보는 같은 좁은 시장에서 재보험에 들어 있었다. 공습이 시작된 주말, 그 재보험사들은 72시간 예고로 걸프 지역 배상청구를 제외할 권리를 행사했다. 클럽들은 그 주말 차례차례 같은 메시지를 받았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대부분이 “바이백” 담보를 내놓았다. 같은 보장을 새 가격에 되파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인 연대는 재보험 사슬이 작동한 결과였다.
이름 없는 통치
2026년에 일어난 일 가운데 새로운 것은 없었다. 이 통치는 수십 년 동안 매일, P&I 담보를 갖춘 모든 선박에서 작동해 왔다. 국제 조약 체제가 좀처럼 관철하지 못한 안전 기준과 환경 규정 준수, 선원 복지 요건을 집행하면서였다.
국제안전관리(ISM) 규약은 해상인명안전협약, 곧 SOLAS에 따라 상선에 의무화돼 있다. 이 규약은 문서화된 안전관리체제와 내부 감사, 외부 검증을 요구한다. 일차적인 집행은 원래 기국이 맡게 되어 있다. 선주의 국적과 상관없이 선박을 등록해 주는 개방형 등록국들은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3대 등록국인 파나마, 라이베리아, 마셜제도는 재화중량톤 기준으로 세계 선복량의 약 45%를 차지하며, 세 나라 모두 파리 MOU가 성적이 좋은 기국을 꼽은 “화이트리스트”에 올라 있다. 표의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일부 소규모 등록국은 등록 수수료가 기국과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운항사에게 규정 준수를 강제할 인력도 권한도 없다. 항만국 통제는 항만에 들어온 결함 선박을 억류해 그 공백의 일부를 메우지만, 그것도 운항 중인 선박에서 결함이 발견된 뒤의 일이다.
반대 방향에서, 곧 사고가 나기 전에 작동하는 집행자는 P&I 클럽이다. 안전관리체제에 결함이 있는 선박을 인수한 클럽은 그 선박의 관리 실패가 유류 유출, 선원 사망, 충돌 같은 사고를 일으킬 때 배상 책임을 고스란히 진다. 클럽들은 가입 전 상태 검사를 하고, 감사 기록 사본을 요구하며, 규정 미준수가 손실에 영향을 미친 경우 배상청구를 무효로 할 권리를 유보한다.
클럽들이 기준 미달로 판단한 선박의 인수를 거절할 수 있는 것은, 그러지 않으면 그 결과를 자신들이 떠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IMO 협약에 적힌 기준은 결국 보험사들의 손으로 집행된다.
P&I 클럽은 유류오염 책임을 담보하며, 2002년 프레스티지호 참사는 그런 책임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보여 주었다. 중유 약 6만 4,000톤이 갈리시아 앞바다에 유출돼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의 해안을 더럽혔다. 2019년 스페인 법원은 이 선박의 보험사인 런던 P&I 클럽에 8억 5,500만 유로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클럽의 책임한도 10억 달러 전액에서 이미 공탁한 기금을 뺀 금액이었다. 유출 후 20년이 지난 2024년 12월, 잉글랜드 항소법원은 이 판결을 잉글랜드에서 집행하는 것을 거부했고, 이 금액을 둘러싼 다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선원 복지도 다르지 않다. MLC의 2017년 재정보증 개정안은 선박이 송환, 체불 임금, 사망·장해 보상에 대한 담보를 확인하는 P&I 증서를 갖추도록 요구한다. 선주가 선원을 유기해 임금도 식량도 귀국할 길도 없이 외국 항구에 버려 두면, 명목상 책임은 기국에 있지만 기국은 관할권의 경계를 넘어 손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 선원 유기 데이터베이스에는 2020년 85건이 올라 당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은 이와 별도로 자체 통계를 내며, 2025년에는 한 해 동안 유기된 선박 410척, 선원 6,223명을 집계했는데, 사상 최악의 기록이었다. 2022년 10월, 홍콩의 한 선주가 싱가포르에 있던 양쯔 하모니호에 필리핀 선원 13명을 버려 두었다. 이 선박의 MLC 재정보증 증서는 스웨디시 클럽이 발급한 것이었고, 클럽은 최대 4개월분의 체불 임금과 선원 송환 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있었다. 2023년 4월까지 선원들이 받지 못한 돈은 약 43만 달러에 이르렀다. 클럽은 처음에는 법원 명령이 나올 때까지 지급을 미루다가 결국 지급했다. 이 선박과 같은 선주가 유기한 자매선을 합쳐, ITF는 선원 43명의 밀린 임금 약 100만 달러를 받아 냈다. 증서가 사라진 선주의 빚을 보험사의 의무로 바꿔 놓은 것이다.
이 체제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는 그것을 피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란과 러시아가 저마다 유조선 그림자 선단을 꾸린 것은, 이 통치 기능을 우회하는 유일한 길이 주류 해운 경제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평행 경제를 맨바닥부터 새로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자 선단: 자유와 노출
2025년 9월,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실어 나르는 더 넓은 의미의 “다크 플릿”에 대한 S&P 글로벌의 집계는 유조선 978척에 이르렀다. 세계 유조선 선복량의 5분의 1에 가까운 규모다. 선박이 새로 식별되거나 재분류되면서 집계는 달라지지만, 규모의 자릿수는 자료마다 일관된다. 이 선박들은 국제P&I그룹의 P&I 담보 없이 운항한다. IG 클럽들이 G7 가격 상한을 넘겨 팔리는 러시아산 석유처럼 제재를 위반하는 교역의 보험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낡은 선박을 굴리고, AIS(위치 추적 트랜스폰더)를 끈 채 다니거나 위치 정보를 적극적으로 위조하는 일이 잦으며, 편의치적 깃발 아래 등록돼 있다. 통치 체제로부터의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공동 재보험이라는 안전판을 잃고, 대부분의 주요 관할권에서 합법적인 항만 접근을 잃고, 표준 해사법에 기댈 구제 수단을 잃는다.
허가의 지도
지금까지 설명한 통치는 선박이 담보를 유지하는 지속적인 조건으로서 무엇을 갖추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한다. JWC 지정 해역은 여기에 지리를 더한다. 보험은 선박이 어디로 갈 수 있는지도 다스린다.
지정 해역에 들어가려는 선박은 전쟁위험 인수업자에게 미리 통보해야 하며, 추가 전쟁위험 보험료를 물 수도 있다. “위반 할증료(breach premium)”라고도 불리는 이 보험료는 통항 기간에 대해 선체 가액의 일정 비율로 매겨진다.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 인수업자들은 견적을 내지 않는다. 어떤 값으로도 전쟁보험을 구할 수 없는 선박은 상업적으로 항해를 계속할 수 없다. 출항을 막는 법은 없지만, 실제 효과는 같다.
ISM 감사를 모두 통과하고, 유효한 P&I 담보를 갖추고, MARPOL 오염 방지 규정을 충족하고, MLC 재정보증 서류까지 갖춘 선박을 생각해 보자. JWC가 그 선박의 예정 항로를 지정 해역에 올렸고 인수업자들이 견적을 내지 않는다면, 그 배는 그래도 상업적으로 항해를 계속할 수 없다.
목록의 지리적 범위에는 바다에서 벌어진 분쟁의 역사가 담겨 있다. 페르시아만과 아덴만은 수년째 지정 해역이다. 흑해 북부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역과 아조프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9일 전인 2022년 2월 15일 지정됐고, 3월에 범위가 넓어졌다. 아덴만과 홍해 남부를 아우르는 지정 해역은 후티의 상선 공격이 격화하던 2023년 12월 18일 북위 18도까지 북쪽으로 확대됐다. 2026년 3월 3일 발표된 JWC 회람 JWLA-033은 바레인, 지부티,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를 추가하고 걸프, 오만만, 인도양, 아덴만, 홍해 남부를 하나의 더 큰 지정 해역으로 통합했다.
지도는 그 뒤로도 계속 움직였다. 2026년 7월과 9월의 회람이 지도를 다시 그렸다. JWLA-033을 작성한 정부는 없었고, 이를 승인해야 했던 정부도 없었다.
국가가 내리는 금지령과 다른 점은 집행이다. 어떤 해역을 출입 금지로 선포한 정부는 그 선포를 물리적으로, 법적으로, 외교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JWC는 아무것도 집행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수업자들이 어떤 해역에 대한 견적을 멈추는 순간,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운항사라면 누구도 담보 없이 그곳으로 가지 않는다. 이 지도는 어느 정부의 지시도 받지 않고 민간이 그리며, 상업의 힘으로 집행된다.
어느 정부도 명령하지 않은 봉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시작된 세 사례가 이 체제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세 사례 모두에서 결국 어느 선박이 어떤 조건으로 교역할 수 있는지를 정한 것은 보험이었다.
이란, 2012년 — 정부의 무기가 된 보험
2012년 1월 23일, EU는 이란산 석유 수출에 대한 금수 조치에 합의하고 유럽의 P&I 클럽들이 이란 유조선의 보험을 맡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EU는 배를 한 척도 만들지 않았고 요격함을 한 척도 보내지 않았다. 이란 유조선이 교역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담보를 쥔 보험사들에게 손을 떼라고 했을 뿐이다. 보험 금지는 2012년 7월 1일 전면 발효됐고,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보험 제재를 특히 효과적인 조치로 꼽았다. 석유 구매자는 공급처를 바꿀 수 있지만, 인정된 책임보험이 없는 유조선은 다른 보험사를 쉽게 찾을 수 없다. 게다가 당시 국제P&I그룹 클럽들은 세계 유조선의 약 95%를 담보하고 있던 것으로 추산된다. 금수 조치, 미국의 금융 제재와 맞물려, 이 금지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2011년 하루 약 250만 배럴에서 2012년 약 150만 배럴로, 40% 가까이 줄이는 데 한몫했다.
홍해, 2023~2025년 — 느리게 조여 오는 봉쇄가 된 보험
2023년 11월부터 후티 세력이 홍해와 아덴만에서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머스크와 하파크로이트는 2023년 12월 중순 홍해 운항을 중단했고, MSC와 CMA CGM도 며칠 만에 뒤따르며 선박을 희망봉으로 돌렸다. 12월 18일 JWC는 홍해 지정 해역을 북쪽으로 넓혔다. 한 차례 통항에 드는 전쟁위험 보험료는 선박 가액의 0.1% 미만에서 2024년 2월 초 0.7~1%로 뛰었다. 가액 1억 2,000만 달러인 선박이라면 한 번 통항에 12만 달러가 안 되던 청구서가 최대 120만 달러로 불어난 셈이다. 2월까지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컨테이너 선복량은 82% 줄었고, 우회로 인해 아시아-유럽 항해는 열흘가량 길어졌다.
이 결정 가운데 어느 것도 정부가 명령하지 않았다. 공격이 먼저 있었고, 선사와 인수업자들이 며칠 만에 그 위험에 값을 매겼으며, 그 값이 어떤 배가 계속 홍해 항로를 택하고 어떤 배가 희망봉을 돌아갈지를 결정했다.
호르무즈, 2026년 — 통항의 값이 된 보험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군사 시설을 공습했다. 하루 만에 국제P&I그룹 클럽들은 걸프 지역 전쟁위험 확장 담보에 대한 72시간 해지 통지를 게시했고, 3월 3일 JWC는 회람 JWLA-033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정부가 조율하지 않았다. 클럽들은 한 단계 위, 곧 자신들의 전쟁위험 계약을 뒤에서 받치는 재보험사들이 내린 결정을 전달하고 있었을 뿐이며, 며칠 만에 대부분이 새 가격으로 바이백 담보를 마련했다.
가격은 곧 국적에 따라 갈렸다. 공습 며칠 만에 미국, 영국, 이스라엘과 연관이 있다고 여겨진 선박들은 중동 전쟁보험에 다른 선박보다 약 세 배의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테헤란이 그런 선박부터 노릴 것이라고 인수업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험에 근거한 것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그것은 어떤 정부도 표결한 적 없는, 국적에 매겨진 민간 할증이었다.
전쟁 전에는 하루 100척을 훌쩍 넘는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고, 해협으로는 하루 약 2,000만 배럴, 세계 소비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석유가 흘렀다. 2026년 4월에는 붐비는 날이라야 약 20척이었다. 4월 18일의 20여 척 통항은 3월 1일 이후 가장 많은 수치였다.
선체 전쟁보험은 그동안 내내 형식상으로는 구할 수 있었다. 용선자 책임을 비롯해 풀 바깥에 있는 배상책임 위험에 대해 합동전쟁위원회는 담보가 유지되지만 “이제 사안별로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즈 최고경영자 패트릭 티어넌은 3월 19일 블룸버그 TV에 선주들이 안전과 보안에 집중하고 있어 호르무즈 통항 보험 요청이 드물어졌다고 말했다. 전쟁 3주째, 로이즈시장협회(LMA)는 보험이 없어 선박들이 해협을 피한다는 보도에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담보는 구할 수 있으며, 선박을 막는 것은 안전 문제라는 것이었다.
LMA의 입장에는 정면으로 답할 필요가 있다. 1억 2,000만 달러짜리 선박이라면, 전쟁 전 선체 가액의 약 0.15~0.25%, 항해당 18만~30만 달러였던 걸프 전쟁위험 보험료가 3월 중순에는 약 5%로 올랐다. 한 번 통항에 약 600만 달러다. 담보는 형식상 구할 수 있었지만, 상업적으로는 가혹했다. 해협을 비운 것이 서류가 아니라 위험이었다는 LMA의 말은 옳다. 미사일이 먼저 날아왔고, 선주들은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선원들을 그곳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다음에 벌어진 일, 곧 어떤 배가 얼마를 치르고 움직였고 할증이 어느 국적에 가장 무겁게 떨어졌는지를 정한 것은 가격이었다.
곧 정부들이 최후의 보험자로 나섰다. 며칠 만에 미국은 국제개발금융공사를 통해 처브를 주간사 보험사로 하는 200억 달러 규모의 재보험 안전장치를 발표했고, 4월에는 처브와 다른 미국 보험사 여섯 곳이 200억 달러를 더 보태 그 규모를 400억 달러로 늘렸다. 인도는 국내 해상보험 풀을 위해 약 14억 달러 규모의 국가 보증을 승인했다. 5월에는 한국 금융당국이 국내 보험사 열 곳에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발이 묶인 한국 중소 선사들의 선박 열 척, 선가로 약 3,000억 원어치에 대한 통항 전쟁보험을 공동 인수하게 했다. 정부들이 급히 방법을 짜내야 했다는 사실은 해협에 대한 상업적 권한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보여 주었다. 그 권한은 수십 년 동안 민간 클럽과 인수업자들이 행사해 왔고, 그런 방식이 받아들일 만한지 질문을 받은 정부는 하나도 없었다.
정부가 보험자가 되어야 했을 때
2026년 3월 상업 시장이 걸프 해역의 값을 다시 매긴 뒤 몇 주, 몇 달 사이에 미국과 인도는 국가가 뒷받침하는 전쟁위험 제도를 만들었고, 한국은 국내 보험사들을 공동 인수 체제로 묶어 냈다. 경제가 걸프 해운에 기대는 정부들은 그곳으로 가는 길에 값을 매기는 민간 시장을 움직일 지렛대가 자신들에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은 선택지는 직접 보험을 인수하는 것뿐이었다.
가드의 짧은 통지는 1680년대 런던 에드워드 로이드의 커피하우스 이래 세계의 해상 위험에 값을 매겨 온 체제의 일상적인 작동이었다. 이 통지는 누구도 공식적으로 부여한 적 없는 권한으로 72시간 만에 전쟁 지역을 계약 조항으로 바꿔 놓았다.
JWC의 지정 해역을 승인하는 선출 기구는 없고, 클럽이 전쟁위험 확장 담보를 철회하는 것을 제약하는 조약도 없다. 어떤 선박이 어떤 해역에서 세 배의 보험료를 낼지는 어떤 민주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정해진다.
바다를 다스리는 기관들을 누가 다스리는가라는 물음에는 아직 답이 없다. 정부들은 전쟁이 이 체제를 시험대에 올리고 스스로 보험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이 물음을 실제로 마주했다.
생성형 AI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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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주요 출처 및 참고문헌
International Group of P&I Clubs. About the IG. Twelve clubs; approximately 87% of world ocean-going tonnage; US$10 million club retention. https://www.igpandi.org/about/
International Group of P&I Clubs. Group Clubs (member list and registered homes). https://www.igpandi.org/group-cl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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