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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5일, 독일은 가스화력발전소들을 그대로 돌리면서 마지막 남은 원자로 세 기, 이자르 2호기와 엠슬란트, 네카어베스트하임 2호기의 가동을 멈췄다. 전등은 깜빡이지 않았고 전력망은 버텼으며, 에너지 전문 매체 바깥에서는 알아챈 사람이 거의 없었다. 빠진 출력은 다른 전원들이 흡수했고, 원자로 폐쇄의 대가를 그토록 놓치기 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페인 원자력 업계 단체 포로 누클레아르(Foro Nuclear)가 공개한 PwC 스페인의 반사실적 분석은 독일이 2010년에 가동하던 원자로 17기를 전력망에 그대로 두어 그 출력이 화석연료 발전을 밀어냈다면 어떻게 됐을지를 모델링했고, 2024년 독일 발전량의 94%가 무배출 전력이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측정된 현실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 2024년 독일이 전력망에 공급한 전력의 약 15%를 화석 가스가 담당했고 2025년에는 그 비중이 16%로 올랐으며, 석탄은 여전히 22%를 웃돌았다. 2026년 1월 베를린은 브뤼셀과 합의해 대부분 가스화력인 신규 설비 12GW를 입찰에 부치기로 했다. 애초에 원했던 20GW에서 줄어든 규모이고, 이 발전소들은 2040년대에 들어서도 한참 동안 화석 가스를 태울 예정이다.
기후를 유럽의 거의 어느 나라보다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나라가 전력망에서 석탄과 가스를 더 밀어낼 수 있었던 무탄소 발전 설비를 걷어내고 둘 다 계속 태웠으며, 이는 20년에 걸쳐 유지되고 도덕적 성취로 찬양받은 의도적인 정책이었다. 미국은 발전소 하나씩 같은 거래를 해 왔고, 스페인은 같은 거래를 할 일정표를 아직도 쥐고 있다.
보이지 않는 원자로들
원자력을 둘러싼 공론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같은 참사에 머물거나, 아니면 미래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소형모듈원자로, 핵융합처럼 자금이 끊기지 않고 물리학이 협조해 준다면 언젠가 지어질지도 모르는 기술들 말이다. 이미 존재하고, 2025년 태양광이 따라잡기 전까지 수력을 제외한 어떤 단일 전원보다 많은 저탄소 전력을 생산하던 기술에는 관심이 훨씬 덜 쏠린다.
2024년 말 기준 31개국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417기로 이루어진 세계 원전 설비는 그해 사상 최대인 2,667TWh의 전력을 생산했다. 같은 해 풍력이나 태양광이 생산한 양보다 많았다. 다만 태양광이 워낙 빠르게 늘고 있어 2025년에는 원자력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한 집계로는 이미 앞질렀으며, 엠버는 2026년에 태양광과 풍력이 모두 원자력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본다. 절대 발전량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지만, 원자력이 세계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로 1996년의 17.5%에서 내려와 40년 만의 최저치다. 비중이 떨어진 것은 1996년 이후 세계 전력 수요가 두 배 넘게 늘어나는 동안 원자력 발전량이 거의 제자리였기 때문이다. 그 증가분은 거의 전부 가스와 석탄, 그리고 최근에는 재생에너지가 채웠다.
미국 원전의 설비이용률은 약 91%다. 1년 내내 최대 출력으로 돌렸을 때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의 약 91%를 실제로 공급한다는 뜻이며, 이는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 높다. 이 발전소들은 바람을 기다리지 않고, 해가 져도 멈추지 않는다. 미국 원전은 보통 18~24개월을 가동한 뒤에야 핵연료 교체를 위해 멈추며, 그동안 밤낮없이 무탄소 전력을 생산한다.
원전 설비는 늙었다. 가동 중인 설비용량의 약 3분의 2, 원자로 300기 가까이가 30년 넘게 돌아갔고, 선진국 원자로의 평균 연령은 36년을 넘는다. 세계원자력협회는 노후화가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래된 원자로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로 57기를 보유한 프랑스는 유럽에서 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전력망 가운데 하나를 갖고 있다. 각 전원의 전 과정 배출량을 따지면 2024년 킬로와트시당 이산화탄소 환산 약 40그램으로, 330그램이 넘는 독일과 대비된다.
이 청정에너지는 모두 지금 이 순간 전력망에 연결돼 있고, 인력이 배치돼 있으며, 가동 중이다. 이를 가장 흔하게 위협하는 것은 경제다. 원자로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으면서도 돈을 잃을 수 있다.
스프레드시트 위의 죽음
유럽 대부분과 미국의 상당 지역,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다른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자유화된 전력 시장에서 발전사업자는 주로 도매 현물가격으로 수입을 올린다. 이 가격은 한계비용, 즉 특정 시점의 수요를 맞추는 데 필요한 가장 비싼 발전소의 비용으로 정해진다. 원전은 자본비용이 매우 높지만, 그 돈은 이미 들어간 매몰비용이다. 우라늄이 싸기 때문에 연료비는 매우 낮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고정 운영비가 상당하다. 인건비(대형 원전 한 곳이 상시 인력 수백 명을 고용한다), 정비, 규제 준수, 폐기물 처리, 보안이 그것이다. 이 비용은 발전소가 돌아가든 멈춰 있든 똑같다. 언제든 발전할 수 있는 상태로 있기 위한 값이다.
값싼 천연가스, 그리고 피크 시간대에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한계비용 제로의 재생에너지에 밀려 도매가격이 떨어지면, 원전의 수입은 문을 열어 두는 데 드는 비용 아래로 내려간다. 한 시간 더 돌리는 것은 이익이다. 원전의 한계비용은 전력망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더 문을 열어 두는 것은 손해다. 연료비와 그 밖의 운전 비용을 빼고 나면 그해 벌어들이는 돈이 더는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비경제적인” 원전이란 전기를 싸게 생산하면서도, 그것을 생산하려고 그 자리에 있는 비용을 감당할 만큼 시장에서 벌지 못하는 발전소다.
참여과학자모임은 2018년 미국 원전의 3분의 1 이상이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폐쇄가 예정돼 있다고 집계했다. 연간 부족분을 합하면 약 8억 1,400만 달러였다. 미국 에너지 시스템 전체로 보면 작은 금액이지만, 무탄소 기저부하 전원에 보상할 장치가 없는 규제 완화 시장에서는 발전소를 하나씩 차례로 쓰러뜨리기에 충분했다.
2013년 이후 미국에서 원자로 13기가 문을 닫았다. 미국 원전 설비용량의 10% 가까이다. 버몬트 양키는 2014년, 필그림은 2019년, 인디언 포인트는 2021년에 폐쇄됐고, 세 곳 모두 엔터지가 운영했다. 운영사는 매번 값싼 천연가스 탓에 낮아진 도매 전력 가격과 늘어나는 운영비를 이유로 들었다. 인디언 포인트의 경우 폐쇄는 2017년 뉴욕주와 맺은 합의의 일부이기도 했다. 뉴욕주는 10년 동안 이 발전소의 운영 허가 갱신에 맞서 싸워 왔다. 버몬트 양키와 필그림은 엔터지가 폐쇄를 발표하기 3년 반도 채 안 된 시점에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20년 운영 허가 갱신을 받았다. 안전 규제 기관인 NRC는 두 발전소가 앞으로 20년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안전 규제 기관도 따지지 않는 도매 전력 가격은 두 발전소가 남겨 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메커니즘은 과거의 폐쇄에서 멈추지 않는다. 스페인에서는 2035년까지 원자력을 모두 끝내겠다는 정부 계획 때문에 가동 중인 원자로 7기가 여전히 정치적 카운트다운에 올라 있다. 가장 먼저 문을 닫을 예정이던 곳은 알마라스로, 시한은 2027년과 2028년이었다. 중동 위기가 몰고 온 새로운 에너지 가격 충격이 닥치고 나서야 마드리드는 물러섰다. 2026년 8월 알마라스에 2030년 6월까지 유예를 주었지만, 단계적 폐지 자체는 그대로 두었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만든 45U조 생산 세액공제가 2032년에 만료된다. 연장되지 않으면 경쟁적 도매시장에 전력을 파는 발전소들은 앞서 원자로 13기를 문 닫게 한 경제적 위험에 다시 노출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 3월 원전의 조기 폐쇄를 경고했지만, 이를 막을 권한은 없다.
운전비가 싼 발전소는 어떻게 손해를 보는가: 메리트 오더
전력 시장은 한계비용이 싼 발전기부터 차례로 급전한다. 풍력과 태양광의 한계비용은 사실상 0이다. 일단 지어 놓으면 연료가 공짜다. 이들이 발전하면 시장 청산가격이 내려간다. 재생에너지가 발전하지 않을 때는 보통 가스발전소가 가격을 정한다. 원자력은 그 중간에 있다. 연료가 싸서 한계비용은 낮지만, 인력과 정비, 규제 준수, 보안에 드는 고정비는 높다. 값싼 가스와 비용 제로의 재생에너지가 1년 중 충분히 많은 시간 동안 도매가격을 원전의 총운영비 아래로 끌어내리면, 원전은 생산하는 메가와트시 하나하나의 한계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데도 손실을 낸다. 현물가격은 다음 한 단위의 에너지에 값을 치른다. 미국 동부의 PJM 같은 일부 시장은 발전 가능 상태를 유지하는 대가로 용량요금을 더해 주지만, 탄소 가격이나 주 정부 프로그램이 개입하지 않는 한 어느 쪽도 무탄소라는 이유로 발전소에 돈을 주지는 않는다. 이런 설계는 밤낮없는 무탄소 발전이라는 주된 가치가 가격에 드러나지 않는 발전기라면 무엇이든 저평가한다.
빈자리를 채우는 문제
원전이 문을 닫으면 무언가가 그 전기를 대신 생산해야 한다. 풍력과 태양광만으로는 원자력이 하던 일을 재현할 수 없다. 출력이 날씨에 달려 있어서, 비가 오든 해가 뜨든 밤낮없이 돌아가는 원자로의 출력을 맞추려면 저장 설비나 송전망, 또는 다른 안정적 전원이 함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연구된 폐쇄 사례에서 그 공백은 대부분 화석연료가 메웠다.
뉴욕주의 인디언 포인트는 2기가와트급 발전소였다. 마지막 원자로는 2021년 4월 30일에 멈췄고, 2호기는 그보다 1년 앞서 가동을 중단했다. 2022년이 되자 천연가스와 이중연료 발전소가 뉴욕 전력망 전력의 절반 이상을 공급했다. 폐쇄가 시작되기 전인 2017년의 약 40%에서 오른 것이다. 이 지역의 가스화력발전소 세 곳, 베이온과 CPV 밸리, 크리켓 밸리가 공백을 메우려고 새로 지어지거나 증설됐고, 이들은 함께 인디언 포인트 정격용량의 약 90%를 연소 발전으로 대체했다.
인디언 포인트가 사라진 탓에 2022년에는 발전소가 계속 돌아갔다면 나오지 않았을 이산화탄소가 약 800만 톤 더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510만 명의 나라 코스타리카가 1년 동안 화석연료로 내뿜는 이산화탄소 총량과 거의 맞먹는 양이다.
이 패턴은 미국 전역에서 나타난다. 한 계량경제학 추정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원전 폐쇄 사례에서 원전 하나가 문을 닫으면 주 단위 1인당 연간 탄소 배출량이 평균 6~8% 늘어난다. 화석연료 발전, 그중에서도 특히 석탄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뉴욕, 펜실베이니아도 원자로를 폐쇄한 뒤 같은 흐름을 보였다. 세 주 모두 재생에너지가 늘었지만, 공백의 대부분은 천연가스가 메웠다.
독일은 같은 이야기를 가장 큰 규모로 보여 준다. 원전을 유지했다면 거의 완전히 무배출이었을 모델 속 전력망이 한쪽에 있고, 다른 쪽에는 여전히 가스와 석탄을 태우는 현실의 전력망과 대부분 가스화력인 신규 설비 12GW를 입찰에 부치는 정부가 있다. 2023년 이후 재생에너지가 늘고 수요가 줄면서 독일의 석탄 소비는 줄었지만, 원자로가 공급할 수 있었던 1테라와트시 하나하나가 아직 돌아가는 가스와 석탄을 더 밀어냈을 것이다. 이 선택은 배출량 계산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충분히 알면서 10년 넘게 거듭 내려졌다.
피해는 탄소에서 그치지 않는다. 연구진은 미국의 원전 전체가 퇴역하고 그 출력을 기존 석탄·가스·석유 발전소가 대신하는 경우를 모델링했다. 원자력을 화석연료 발전으로 대체하면 초미세먼지와 지표 오존이 늘어난다. 연구진은 늘어난 대기오염만으로 해마다 조기 사망자가 5,200명 더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무배출 발전소가 연료를 태우는 발전소로 바뀌었기 때문에 호흡기·심혈관 질환으로 숨지는 사람들이다. 대체 발전이 1년 동안 내뿜는 배출량이 일으키는 기후 피해는 110억~1,800억 달러로 추산됐다.
구제책과 그 한계
뉴욕주는 2016년 무배출 크레디트(Zero-Emission Credit) 제도를 처음 도입해, 전력회사들이 주 내 원전으로부터 무탄소라는 속성에 대한 보상으로 크레디트를 사들이도록 했다. 이 제도 덕분에 지나, 나인마일 포인트, 피츠패트릭이 계속 가동됐다. 엑셀론은 크레디트 덕분에 계속 운영할 재정적 여건이 마련되자 엔터지로부터 피츠패트릭을 사들였다. 2026년 1월 주 공공서비스위원회는 이 제도를 2049년까지 연장했다. 뉴욕주 북부의 이 원자로 4기는 이제 뉴욕주 무배출 전력의 40% 이상을 공급한다. 결국 뉴욕주는 북부의 원전을 살리는 제도를 만들면서 남부에서는 인디언 포인트 폐쇄를 축하했고, 그 뒤 가스가 인디언 포인트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일리노이도 비슷한 모델을 도입했다. 연방 차원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45U조 생산 세액공제가 2032년까지 기존 원전에 킬로와트시당 최대 1.5센트를 지원한다. 경제성 때문에 문을 닫는 일을 막으려고 명시적으로 설계된 공제다. 2026년 상반기 45U조 세액공제는 공제액 1달러당 평균 약 0.96달러에 거래됐는데, 양도 가능한 세액공제 시장의 모든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었다.
캘리포니아의 마지막 원전인 디아블로 캐니언은 2016년 PG&E와 환경단체들이 맺은 합의에 따라 2024~2025년에 폐쇄될 예정이었다. 뉴섬 주지사는 2022년 9월 이 결정을 뒤집는 법안 SB 846에 서명했다. 2026년 4월 NRC는 20년 운영 허가 갱신을 승인해 원자로들이 2044년과 2045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했다. 다만 2030년 이후에도 운영하려면 여전히 캘리포니아주 의회의 표결이 필요하다.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2025년 5월 벨기에 의회가 102 대 8로 2003년 원전 단계적 폐지법을 전면 폐기했다. 이 법은 신규 원자로 건설도 금지했었다. 법이 폐기되면서 수명 연장과 신규 건설의 문이 다시 열렸고, 정부는 전원 구성에서 원자력 4GW를 목표로 세웠다.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어, 2025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원자력 에너지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굳히기 위한 행정명령 4건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이미 지어진 원자로에서 출력을 더 짜내는 출력 증강을 5GW 규모로 추진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여기 열거한 개입은 모두 특정 발전소를 위해 만들어졌고, 그것을 낳은 정치에 기대고 있다. 용량시장은 발전 가능 상태에 돈을 치르고 유럽의 탄소 가격은 경쟁하는 화석연료의 비용을 높이지만, 기존 원전에 무탄소 발전의 대가를 으레 지불하는 주요 도매시장은 없다. 구제할 때마다 별도의 정치 싸움과 입법, 보조금 장치가 필요하다. 45U조 세액공제는 연장이 보장되지 않고, 행정명령은 다음 행정부가 철회할 수 있다. 정치적 자본을 들여 이 싸움에 나설 후원자가 없는 곳에서는 발전소가 문을 닫는다. 그리고 일단 문을 닫으면 그 결정을 되돌릴 선택지는 사실상 사라진다.
“나중에 언제든 다시 돌리면 된다”의 대가
미시간주의 팰리세이즈는 2022년 5월 문을 닫았고, 해체 절차에 들어간 뒤 재가동하는 미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가 되려 하고 있다. 이 시도를 떠받치는 것은 홀텍이 갚아야 하는 대출인 15억 2,000만 달러 규모의 에너지부 대출 보증과 미시간주가 내놓은 3억 달러다. 애초 2025년 말로 약속됐던 재가동은 작업자들이 균열이 생긴 증기발생기 전열관 수천 개를 수리하는 사이 2026년으로 밀렸다. 2026년 8월 말 마침내 핵연료 장전이 시작됐지만, 연료 집합체 하나가 노심 안에서 기울어진 채 놓이면서 중단됐다. 10월 중순까지도 홀텍은 재가동 날짜를 밝히지 못했다. 2018년 수익을 내지 못하던 미국 원전을 모두 손익분기점으로 되돌려 놓았을 연간 8억 1,400만 달러는 팰리세이즈 한 곳의 재가동에 투입하기로 한 공적 자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물론 팰리세이즈 자금의 대부분은 보조금이 아니라 대출이다. 발전소가 일단 멈추면 전문 인력이 흩어지고, 핵연료가 빠지고, 설비가 열화되고, 규제상의 지위가 바뀐다. 그래서 재가동은 단계마다 NRC의 새 승인이 필요한, 수년에 걸친 10억 달러 단위의 건설 사업이 된다. 폐쇄된 원자로의 압도적 다수는 재가동을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폐쇄는 사실상 영구적이다.
원자력은 왜 스스로를 변호하지 못하는가
문제는 이미 잘 기록돼 있다. 경제적 메커니즘은 밝혀져 있고, 배출 영향은 메가톤 단위까지 측정돼 있으며, 정책 수단도 존재하고 구체적인 사례에서 성공적으로 쓰였다. 그런데도 정치의 대응은 막으려는 폐쇄를 여전히 뒤쫓고 있다.
원자력 업계가 대중 앞에서 취하는 기본자세는 방어다. 안전에 대한 두려움에 안전 데이터로 답하는데, 이는 기존 원전에 대해 안전이 따져야 할 문제라고 인정하는 셈이다. 원전을 계속 열어 둬야 하느냐고 누군가 물으면 업계는 원자로-년당 노심 손상 확률로 답한다. 대중에게 그것은 손상에 관한 이야기로 들린다. 업계 단체도 기후 논리를 펴기는 한다. 미국의 원전은 미국에서 가장 큰 단일 무탄소 전력원이고, 이를 닫으면 그 발전량을 가스에 넘겨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의 가장 두드러진 옹호자들은 업계 바깥에서 나왔다. 제임스 핸슨 같은 기후과학자, 에너지 모델 연구자, 그리고 이 문제로 소속 단체와 결별한 비주류 환경운동가들이다.
여기에 조직적인 반대 세력도 있다. 시에라 클럽은 원자력에 대한 자신들의 반대가 “단호하다”고 밝히며, 기존 원전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선임 분석가 모히트 차브라는 2021년 6월 이 단체가 “노후한 디아블로 캐니언 원자력발전소를 퇴역시키려고 수년간 노력해 왔다”고 썼다. NRDC는 같은 해 인디언 포인트 폐쇄를 반겼다. 인디언 포인트에서 이 단체들이 싸워 얻어 낸 폐쇄가 직접 가져온 결과는 천연가스 연소 증가와 탄소 배출 증가였다. 명목상 그들이 반대하는 결과다. 디아블로 캐니언이 같은 운명을 피한 것은 오로지 2022년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폐쇄 합의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2026년 3월 NRDC는 방향을 틀었다. 아이오와주 드웨인 아널드 원자로 재가동의 초기 단계인 운영 허가 이전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NRC에 제출한 것이다. 다만 재가동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마니시 바프나 대표는 이 단체 역사상 처음으로 개별 원전을 지지하는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서는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아이오와의 석탄 발전량은 32% 급증했고, 주 내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단 1년 만에 24% 늘었다. 수년간 개별 발전소 폐쇄 운동을 벌여 온 단체로서는 범위가 좁고 단서가 잔뜩 붙은 변화였다.
이 모든 것의 밑바닥에 있는 정치적 비대칭은 구조적이다. 원전 폐쇄는 조직되고 자금을 갖춘 환경운동 지지층을 만족시키면서도 눈에 보이는 비용은 전혀 지우지 않는다. 배출 증가는 전력망 전체로 흩어지고, 나중에야 발전 통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전 유지에도 조직된 지지자들이 있다. 주로 조합원들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조합들이며, 일리노이에서는 이들이 원전 구제법 두 건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들의 이해관계는 지역적이고, 전기요금 납부자들은 기저부하를 위해 행진하지 않는다. 원전 하나를 살리려면 여전히 주지사나 의원이 정치적 자본을 써 가며 반대자들과 싸워야 한다. 반대자들은 그들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그들을 겨냥한 캠페인을 벌이고, 이 문제를 안전 문제로 몰아갈 것이다.
정부들은 배출 영향을 직접 발표할 만큼 잘 알면서도 스스로 내건 탈탄소 목표에 어긋나게 행동하는데, 이 비대칭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원전을 계속 열어 두는 정치적 비용은 한곳에 집중되는 반면, 닫는 데 따르는 기후 비용은 넓게 흩어져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사이 원전은 계속 늙어 간다. 운영 허가 연장이 승인되면 20년을 벌 수 있지만, 20년짜리 허가 연장을 20년의 무탄소 발전으로 바꿔 줄 정치적 장치는 세계 어디에도 거의 없다.
스페인은 독일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스페인 최대 원전인 알마라스는 서부 에스트레마두라의 메마른 평원에 자리하고 있다. 2기가와트급인 이 발전소는 나라 전력의 7% 이상, 400만 가구가 쓸 만큼을 생산한다. 2026년 여름까지만 해도 1호기는 2027년, 2호기는 2028년에 문을 닫을 예정이었다. 이 날짜들은 원자로의 상태와 아무 관계가 없었다. 2035년까지 스페인의 원자력을 모두 끝내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정한 정치적 시간표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베르드롤라, 엔데사, 나투르지는 3년의 유예를 요청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문제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새로운 에너지 가격 충격이 닥치고 나서야 마드리드는 이를 받아들였다. 2026년 8월 정부는 알마라스의 운영 허가를 2030년 6월까지 연장했다. 아스코, 반데요스, 코프렌테스, 트리요는 여전히 단계적 폐지 일정에 올라 있으며, 모두 2035년까지 불이 꺼질 예정이다.
알마라스가 번 시간은 3년이 채 안 된다. 마드리드가 다시 움직이지 않는 한 스페인은 2030년, 안전 규제 기관이 막 운전을 승인한 발전소를 끌 것이고, 무언가 다른 것이 나라 전력의 7% 이상을 생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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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출처 및 참고문헌
World Nuclear Association, World Nuclear Performance Report 2025. Nuclear generation reached a record 2,667 TWh in 2024; global average capacity factor 83%; older reactors among the best performers. https://world-nuclear.org/news-and-media/press-statements/world-nuclear-performance-report-2025-nuclear-delivers-record-breaking-year-in-electricity-generation
IAEA, Nuclear Power Reactors in the World (RDS-2/45), 2025. 417 operational reactors in 31 countries; 298 reactors (264.3 GWe) over 30 years; France 57 reactors. https://www-pub.iaea.org/MTCD/Publications/PDF/RDS-2-45_web.pdf
Ember, Global Electricity Review 2025. Nuclear 9% of global generation; hydro 14.3%, wind 8.1%, solar 6.9%. https://ember-energy.org/latest-insights/global-electricity-review-2025/
Ember, Global Electricity Review 2026. Solar generation up 30% to 2,778 TWh in 2025, drawing close to nuclear; solar and wind expected to overtake nuclear in 2026. https://ember-energy.org/latest-insights/global-electricity-review-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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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uclear News, “Government approves extended operation of Almaraz plant,” August 14, 2026. Licence extended to June 2030; 2035 phase-out of the remaining fleet unchanged. https://wnn.world-nuclear.org/articles/government-approves-extended-operation-of-almaraz-p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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