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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이란과의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으로는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 지나갔다. 3월 이 해협을 통한 걸프 지역의 수출은 10분의 1로 떨어졌지만, 세계에서 석유가 바닥나지는 않았다. 전쟁 전의 공급 과잉, 우회 송유관, 추가 공급, 줄어든 수요가 구멍의 대부분을 메웠다. 나머지는 재고가 치렀다. 가장 크게 상쇄한 것은 수요 감소였고, 그 감소분의 30% 가까이가 중국이었다. 원유는 다시 흐르고 있다. 그러나 경유와 취사용 가스는 뒤처져 있고, 재고는 5억 900만 배럴 줄어든 상태이며, 공격은 늘어나고 있다.

2026년 10월 하순,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의 최고경영자 셰이크 나와프 알사바는 자국이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만큼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 쿠웨이트에는 제트 연료와 경유를 실어 나를 유조선이 더 필요했다. 그의 발언이 보도된 10월 2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망자를 낸 공격이 잇따르자 브렌트유는 4% 올라 배럴당 113달러 가까이에서 마감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그 전 이틀 동안 사우디의 얀부항을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이란 국영 TV는 밤사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일곱 척이 불이 붙거나 기뢰에 손상됐으며 그중 네 척은 석유를 옮겨 싣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이란의 주장을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원유는 돌아왔는데, 유가는 여전히 오르고 있었다. 원유 수출은 정제 연료 공급보다 빨리 회복됐고, 그 공백을 메우느라 헐어 쓴 비축분은 다시 채워지지 않았다.

거의 모두에게 닫힌 해협

호르무즈는 페르시아만 어귀의 좁은 바다의 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이란의 석유가 이곳으로 빠져나간다. 2024년에는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하루 약 2,000만 배럴이 이곳을 지났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교역량의 5분의 1도 같은 길을 지났고, 대부분 카타르산이었다. 원유의 84%, LNG의 83%가 아시아로 향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합동 공습을 감행했다. 3월 해협을 통과한 걸프 지역의 수출량은 하루 평균 230만 배럴로 전쟁 전의 10분의 1이었고, 그나마 빠져나간 물량의 70% 이상이 이란 몫이었다. 그달 이란의 수출은 전쟁 전 수준을 유지한 반면, 다른 걸프 산유국들은 하나같이 극심한 손실을 입었다. 해협은 그것을 닫은 나라만 빼고 거의 모두에게 닫혀 있었다.

10월 하순까지 차질은 거의 8개월째 이어졌다. 평소라면 호르무즈를 지났을 수십억 배럴이 지나가지 못했는데도 세계의 석유는 바닥나지 않았다.

구멍의 크기를 재다

해협 봉쇄로 사라진 양을 재는 방법은 두 가지이고, 둘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첫 번째는 수출을 센다. 8월에도 해협을 지나는 물동량은 전쟁 전보다 하루 1,310만 배럴 적었고, 선진국들의 에너지 감시 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그달 말까지 이 수로를 통한 수출 손실이 누적 28억 배럴에 가깝다고 집계했다.

두 번째는 생산을 센다. 실어 보낼 수 없는 석유는 저장해야 하는데, 걸프의 저장고는 빠르게 찼다. 짐을 실을 수 있거나 실으려는 배는 거의 없고 국내 탱크마저 차오르자, 걸프 산유국들은 유정을 닫아 3월에 생산량을 하루 최소 1,000만 배럴 줄였다. 원유 생산 중단 규모는 5월에 하루 1,090만 배럴로 정점을 찍었다. 10월에 이르러, 유조선을 추적하는 데이터 업체 케플러는 전쟁 발발 이후 중동의 원유·콘덴세이트 생산 손실이 20억 배럴을 넘었으며, 10월 6일 기준으로 2월 대비 하루 약 500만 배럴이 여전히 멈춰 있고 그 상당 부분이 이란산이라고 추산했다. 10월 하순 케플러가 집계한 원유 생산 부족분은 하루 약 270만 배럴이었다.

IEA의 설명은 그 구멍을 메운 것으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이들은 서로 다른 기간에 걸쳐 조금씩 다른 기준점에서 측정된 값이라, 딱 떨어지는 합계를 이루기보다는 숨통을 틔워 준 원천들의 순위를 보여 준다.

첫째는 누구도 총을 쏘기 전부터 있던 완충재였다. 석유 시장은 하루 100만 배럴이 넘는 공급 과잉 상태로 전쟁에 들어섰다. 2025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평균 하루 140만 배럴, 하반기에는 200만 배럴 넘게 웃돌았고, 그 초과분은 저장고로, 특히 중국의 저장고로 들어갔다. 2026년 1월 세계의 관측 석유 재고는 82억 1,000만 배럴로 2021년 2월 이후 최고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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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우회로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반도를 가로질러 홍해 연안의 얀부까지 원유를 보낼 수 있고, 아랍에미리트는 해협 바깥 오만만에 면한 푸자이라까지 송유관으로 보낼 수 있다. 이 두 항구의 수출량은 2월 하루 410만 배럴에서 6월 780만 배럴로 늘었다가,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이 있은 뒤 8월에는 550만 배럴로 다시 줄었다. 개전부터 8월까지 우회로는 호르무즈 수출 손실분 가운데 5억 배럴 이상을 상쇄했다.

우회 송유관이 실어 나를 수 있는 양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은 1980년대 초에 건설됐으며, 걸프 연안 부근의 아브카이크 처리 시설에서 얀부까지 약 1,200킬로미터를 오롯이 사우디 영토 안에서 달린다. 정격 용량은 하루 500만 배럴이지만, 2019년 아람코는 천연가스액 수송관 일부를 원유용으로 전환해 일시적으로 700만 배럴까지 끌어올렸다. 2026년 5월 아람코는 송유관이 그 최대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중 하루 약 200만 배럴은 사우디 서해안의 정유소로 들어가므로, 수출에 돌릴 수 있는 양은 약 500만 배럴이다.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행 송유관은 하루 최대 180만 배럴을 실어 나른다. 2025년 6월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비상시 호르무즈 우회에 돌릴 수 있는 두 시스템의 미사용 용량이 하루 약 260만 배럴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지리가 두 번째 한계를 더한다. 얀부에서 아시아로 가는 직항로는 남쪽으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데, 이곳에서는 이미 2024년에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석유 흐름이 차질을 빚었다. 대신 북쪽으로 수에즈를 거쳐 가면 항해 거리가 거의 세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새 우회 설비는 2027년에야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나머지 모든 나라였다. 8월 말까지 걸프 밖 산유국들은 개전 이후 누적 4억 2,000만 배럴을 더 생산했다. 2월부터 8월 사이 증산 폭이 컸던 곳은 미국, 브라질, 카자흐스탄으로, 각각 하루 44만~52만 배럴을 늘렸다.

넷째는 수요 감소였다. 3월부터 8월까지 세계 석유 수요는 2월보다 평균 하루 580만 배럴 적었고, 누적으로는 10억 배럴 넘게 줄었다. IEA는 이 수요 반응을 공급 측 조정과 “똑같이 중요한” 것으로 본다. IEA의 집계에서 수요 감소는 단일 항목으로는 가장 큰 상쇄 요인이었다.

다섯째는 재고였고, 남은 공백은 무엇이든 재고가 메웠다. IEA는 9월 평가에서 2분기에 하루 220만 배럴, 3분기에 17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을 추산했다. 이 부족분은 우회로와 신규 공급, 수요 감소가 제 몫을 다한 뒤에도 남은 구멍이며, 탱크를 헐어 메워졌다. 8월까지 관측 재고는 개전 시점보다 5억 700만 배럴 줄었다. 그중 3억 배럴 이상은 IEA 회원국들이 3월 11일 합의한 공동 조치에 따라 방출된 비상 비축유였는데, 이는 IEA 역사상 여섯 번째이자 단연 최대 규모의 공동 조치였다.

교통정리의 상당 부분은 가격이 맡았다. 3월에는 유가가 사상 최대의 월간 상승 폭을 기록했다. 4월 중순 실물 인도용 북해산 원유는 배럴당 약 130달러에 거래돼 전쟁 전보다 약 60달러 높았고, 정유사들이 걸프에 갇힌 화물을 대체하려 앞다퉈 나서면서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앞질렀다. 4월부터는 비상 비축유가 풀리고, 우회로가 용량껏 채워지고, 다른 산유국들이 증산하고, 걸프의 일부 물량이 회복되고, 수요가 누그러지면서 가격이 한동안 내려갔다.

덜 쓴 것인가, 덜 산 것인가

“수요 감소”라고 하면 수백만 명이 차를 덜 몰고 요리를 덜 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실제로 일부는 정확히 그랬다. 하지만 가장 큰 단일 몫은 중국에서 나왔는데, 중국의 수요는 사용자에게 인도된 연료를 센 값이 아니라 추정치다. IEA는 정유 생산량과 연료 순수입량을 바탕으로 몇 가지 조정을 거쳐 중국의 겉보기 수요를 계산한다.

이 척도로 보면 중국의 수요 감소 폭은 어느 나라보다 컸다. 석유 수입과 정유 가동, 연료 인도량이 모두 전쟁 전 수준을 크게 밑돌았고, 8월까지 여섯 달 동안 중국의 겉보기 수요는 2월보다 하루 170만 배럴 적었다. IEA의 집계에서 중국은 세계 수요 감소분의 30% 가까이를 차지했다.

중국은 또 가격이 치솟자 원유를 훨씬 덜 샀다. 중국의 해상 원유 수입은 2월 하루 1,150만 배럴에서 6월 600만 배럴로 줄었고, 덕분에 아시아의 다른 원유 수입국들이 받던 압박이 상당히 누그러졌다.

중국은 비축분도 끌어다 썼는데, IEA는 이를 수요 감소가 아닌 재고 항목 아래 별개의 세 번째 양으로 센다. 중국은 2025년에 원유 재고를 하루 평균 110만 배럴씩 늘려 12월에는 14억 배럴 가까이 쌓았고, 전쟁 전인 2026년 초에도 계속 비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8월까지 부유국 모임인 OECD 밖에서 줄어든 원유 재고 1억 500만 배럴 가운데 65%가 중국의 지상 탱크에서 나왔다. 9월 중국의 육상 재고는 케플러 기록상 가장 빠른 속도로 줄었다. 이 인출분은 대부분 정유사와 트레이더가 보유한 상업 재고에서 나왔고, 국가 전략 비축유는 대체로 손대지 않은 채 남았다.

첫 아홉 달 전체로 보면, 봄 이후의 인출은 앞서 쌓아 둔 물량을 다 쓰지 못했다.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의 원유 수입과 국내 생산을 합친 양은 여전히 정유소 처리량을 하루 24만 배럴 웃돌았다.

중국 밖의 수요 감소에 대해 IEA는 중동의 제한 조치, 아시아의 배급과 절약 명령, 다른 지역의 공급 부족과 고유가를 원인으로 꼽으며, 일부 구매자는 구매를 미뤘다고 본다. 수요 감소는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첫째는 행정적인 것이었다. 중동에서는 전쟁으로 석유화학 가동과 항공 운항에 제한이 걸렸다. 아시아에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덜 쓰라고 명령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총리가 3월 9일 사무직의 주 4일 근무제를 발표하고 모든 학교를 2주간 휴교했으며, 신드주는 관용차 연료를 절반으로 줄였다. 필리핀과 스리랑카는 주 4일 근무제나 추가 공휴일을 도입했고, 방글라데시는 대학 방학을 앞당겼다.

둘째는 물리적 부족이었다. 어떤 연료는 그냥 없었다. 인도는 취사용 병 가스인 액화석유가스(LPG)를 특히 상업·산업용 사용자에게 배급하고, 대체 취사 연료를 허용했다. 나프타, LPG, 에탄을 원료로 쓰는 아시아의 석유화학 공장들은 가동을 줄였는데, 그 폭이 설비 용량의 10~30%에 해당했다고 전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2분기에 이 세 원료의 인도량은 1년 전보다 하루 180만 배럴, 경유와 난방유를 아우르는 연료군인 가스오일은 110만 배럴 줄었다. 그 분기 세계 석유 수요는 전년 대비 하루 약 500만 배럴 줄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감소를 기록했다.

셋째는 미루기였다. OECD 국가들에서 수송 외 용도로 쓰이는 가스오일은 상당 부분이 난방유인데, 가계와 기업이 탱크 채우기를 미루면서 7월까지 다섯 달 동안 그 인도량이 전년 대비 8% 줄었다. 미루기가 더 어려운 경유의 인도량은 정부의 가격 완화 조치에 힘입어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여름 동안 사지 않은 난방유도 겨울이 오기 전에는 결국 사야 한다.

그러니 IEA 집계에서 가장 큰 상쇄 요인은 집으로 돌려보내진 파키스탄 학생들과 가스를 배급받은 인도 사업체들에게는 실재하는 것이었고, 그중 30% 가까이는 중국의 겉보기 수요 감소였다. 2026년 전체로 IEA는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26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해협을 비집어 열다

원유는 평화 협정 없이, 허가와 봉쇄와 우회책이 뒤얽힌 즉흥적인 체계를 거쳐 돌아왔다.

이란은 처음부터 통행을 통제했다. 3월 하순에는 선박을 심사하고 있었다. 혁명수비대가 승인된 선박에 통과 코드와 항로를 내주면, 이란 선박이 라라크섬 주변의 이란 영해를 지나도록 호위했다. 말레이시아, 중국, 이집트, 한국, 인도의 선박은 이란이 “우호적”이라 부른 나라들과의 협상 끝에 통과가 허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란 의원은 일부 선박이 통과 대가로 200만 달러를 냈다고 말했고, 로이즈 리스트는 최소 두 척이 중국 위안화로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독자적인 봉쇄를 더했다. 4월 중순부터 미 해군은 이란의 항구를 봉쇄했는데, 이는 해협이 아니라 이란의 수출을 겨냥한 별개의 조치였다. 봉쇄는 6월 17일 양국 정부가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해제됐고, 이로써 60일간의 협상 기간이 열렸다. 그 기간 원유 흐름은 거의 세 배로 늘었지만, 케플러의 표현대로 “양해각서는 석유를 움직였을 뿐, 해협을 되살리지는 못했다.” 미국은 7월 14일 봉쇄를 재개했다.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 해협을 지난 선박은 하루 약 다섯 척으로, 전쟁 전 하루 약 100척보다 95% 가까이 적었다. 10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이중 봉쇄가 벌어지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도 통항은 합의가 아닌 관행을 통해 회복됐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유조선 운영사들은 밤에, 미군이 보호하는 오만 연안 근처의 항로로, 위치 송신기와 휴대전화를 끈 채 해협을 통해 석유를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해협 바깥 오만만에서 그들은 석유를 아시아로 실어 갈 다른 유조선에 넘겼다. 9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만 연안을 따라 이런 선박 간 환적을 점점 더 많이 활용했다. 10월 1일 케플러는 해협이 합의가 아니라 호위와 야간 통항, 환적을 통해 “운영상으로 비집어 열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첫 호송단을 맞은 기뢰

유조선을 호위해 걸프를 통과시키는 일은 전에도 시도된 적이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던 1984년 이라크가 선박 공격을 확대하면서 그해에만 상선 71척이 공격을 받았는데, 전쟁 첫 3년 동안 공격받은 배는 48척이었다. 공격으로 이란의 석유 수출은 절반으로 줄고 걸프의 해운은 4분의 1 감소했으며, 런던 로이즈는 유조선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배들은 계속 항해했다. 1987년 3월 7일 레이건 행정부는 쿠웨이트 유조선 11척에 성조기를 달고 미 군함으로 호위하기로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송단이 올 것을 예상하고 항로에 기뢰를 깔았다. 7월 24일, 그 첫 호송 작전에서 선적을 바꾼 유조선 브리지턴호가 파르시섬 부근에서 이란의 M-08 접촉 기뢰에 부딪혔다. 폭발로 선체에 50제곱미터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 배는 가라앉지 않았고 승선자 가운데 사망자는 없었다.
잔잔한 바다 위에 일렬로 늘어선 유조선 네 척. 가장 가까운 배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온다
1987년 8월 22일 페르시아만에서 미 해군의 호위를 받는 미국 국적으로 바꾼 쿠웨이트 유조선들. 앞에서부터 가스킹, 오션시티, 시아일시티, 브리지턴호

물량이 뒤따랐다. 9월 걸프의 원유 수출은 생산이 회복되고 재고가 풀리면서 하루 440만 배럴 급증한 1,390만 배럴로, 전쟁 전 수준의 4분의 3을 넘었다. 해협을 지나는 석유 흐름은 모두 합쳐 하루 1,090만 배럴로 늘었다. 9월 초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췄던 동서 송유관이 수리를 거쳐 9월 22일까지 부분적으로 재가동되자, 우회로를 통한 수출은 하루 560만 배럴에 이르렀다. 10월 초 케플러는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생산이 여전히 멈춰 있는데도 중동의 원유 수출이 일시적으로 전쟁 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집계했다. 10월 하순 이란을 제외한 중동 산유국의 원유 공급은 하루 1,680만 배럴로 2025년 평균을 웃돌았고, 미국의 봉쇄 구역 밖 해상에 떠 있는 이란산 석유는 0으로 떨어졌다.

구매자들도 함께 돌아왔다. 인도의 중동산 원유 수입은 9월 하루 약 300만 배럴로 전쟁 전 수준을 되찾았다. 중국 기업들은 9~11월 선적분으로 사우디 원유를 최소 8,000만 배럴 사들인 것으로 추산됐고, 중국의 중동산 수입은 9월 하루 350만 배럴에서 10월에는 500만 배럴을 넘어설 기세였다. 10월 5~11일 한 주 동안 이란과 무관한 선박 최소 104척이 해협을 건넜는데, 이는 전주보다 17% 적지만 8월 주간 평균보다는 31% 많은 수치였다.

이 모든 수치는 무엇을 세느냐에 달려 있다. 케플러가 총 통과량이라고 부르는 가장 넓은 호르무즈 지표는 해협을 건넌 것으로 확인된 물량에, 오만만에서 선박 간에 넘겨졌지만 아직 선적항을 추적하지 못한 석유를 더한 것이며, 가장 최근의 일별 수치는 잠정적인 하한값이라 확인이 들어오면서 대개 올라간다.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이란과 연관이 없는 선박만 센다. 송신기를 끈 선박은 뒤늦게 잡히거나 아예 잡히지 않는다. 9월 초 미국 관리들은 하루 동안 약 1,800만 배럴을 실은 선박 40척이 미국의 호위 아래 통과했다고 말했는데, 케플러가 그날 센 선박은 11척이었다. 10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전보다 더 많은 석유가 해협을 지나고 있다고 썼다. 가장 최근의 온전한 한 달인 9월에 대한 IEA의 집계는 하루 1,090만 배럴로, 전쟁 전에는 약 2,000만 배럴이었다. 케플러의 잠정 총 통과량 추정치는 10월 18일 하루 2,850만 배럴에서 이튿날 430만 배럴로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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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진 배럴들

원유 수출은 정제 연료보다 빨리 회복됐다. 9월 걸프가 실어 낸 정제 제품은 전쟁 전 하루 470만 배럴에서 190만 배럴로, LPG는 150만 배럴에서 67만 배럴로 줄어 있었다. 케플러는 경유와 제트 연료 같은 이 지역 경질 정제 제품의 흐름이 전쟁 전의 절반 정도라고 봤다. 10월 쿠웨이트의 석유 수장이 말한 공백이 바로 이것이다. 원유 수출은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제트 연료와 경유를 실을 유조선은 모자랐다.

경유는 그 공백의 대가를 보여 준다. 도매 경유 가격은 9월 중순 싱가포르에서 배럴당 200달러를 넘었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약 22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3분기 세계가 쓸 수 있는 경유와 가스오일은 1년 전보다 하루 170만 배럴 적었다. IEA가 2026년에 예상하는 석유 수요 감소분의 4분의 1이 경유이며, IEA는 고갈된 가스오일 재고가 정상적인 계절 변동 이상으로 다시 채워지는 일은 2027년 하반기 이전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LPG는 부족이 어떻게 부엌까지 닿는지 보여 준다. 인도는 걸프 LPG 수출의 45% 이상을 가져간다. 2025년 인도가 쓴 LPG의 약 3분의 2가 걸프산이었고, 인도 LPG의 90% 가까이는 가정의 취사와 난방에 쓰인다. 인도에는 이렇다 할 LPG 저장 시설이 없어서, 화물 하나를 놓치면 곧바로 소비가 타격을 받는다. 3월 인도의 LPG·에탄 수요는 합쳐서 1년 전보다 12.5% 적었다. 6월부터 걸프의 LPG 수출은 유조선들이 화물을 걸프 밖으로 실어 날라 해상에서 옮겨 싣는 방식으로 회복됐다. 그러다 10월의 공격으로 이 셔틀 운송은 9월 하루 43만 2,000배럴에서 10월 상반월 하루 17만 7,000배럴 속도로 줄었는데, 마침 아시아의 계절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이었다.

상점들이 늘어선 먼지 낀 길을 따라 사람들과 빨간색·노란색 LPG 가스통이 길게 줄지어 있다
2026년 3월 인도의 LPG 부족 사태 때 구자라트주 메사나에서 빈 취사용 가스통을 들고 줄을 선 사람들

비상 비축유는 원유만큼 취사용 가스의 공백을 메워 주지 못했다. 3월의 비상 비축유 방출은 대부분 원유였고, 유럽의 기여분은 주로 정제 제품이었다. 원유 자체도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봄에 우회 송유관은 경질유만 실을 수 있어서, 사우디·아랍에미리트·이라크·쿠웨이트의 중질유는 사실상 걸프에 갇혔다.

가스 사정이 가장 나빴다. 3월 카타르의 라스라판 LNG 시설이 공격을 받았고, 당시 카타르에너지의 최고경영자 사드 셰리다 알카비는 카타르 수출 능력의 17%가 3~5년 동안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9월 들어 카타르 에너지 장관을 겸하는 알카비는 복구에 약 3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히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할 수 없기 때문에” 카타르의 수출이 “아주 적다”고 말했다. 카타르에너지는 3월 이후 매달 불가항력을 선언해 왔다. 9월 카타르의 LNG 수출은 160만 톤으로 개전 이후 최대였지만, 여전히 전쟁 전 평균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10월 중순 기준으로 그달 수출은 60만 톤에 그칠 추세였다. 10월 22일 카타르에너지는 미국산 LNG를 사들이는 장기 계약에 서명했고, 분석가 알렉스 먼턴은 이를 호르무즈에서 항행의 자유가 끝내 돌아오지 않을 위험을 카타르가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었다.

누가, 무엇으로 치렀나

소비자들은 가격으로, 배급으로, 그리고 정부 예산을 통해 대가를 치렀다. 파키스탄은 처음에 농민과 운송업에 표적 보조금을 지급했다가, 위기가 길어지면서 이를 줄여야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세계 물가 상승률을 4.7%로 예상한다.

일부 산유국은 줄어든 수익으로 대가를 치렀다. 4월까지 주요 산유국 가운데 석유 수출 수익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이라크였고, 장기 봉쇄를 버텨 낼 재정 완충 장치도 매우 빈약했다. 10월 IMF는 전쟁 전 6.1% 성장이 예상되던 카타르 경제가 2026년 15.6% 위축되고, 중동·중앙아시아 전체도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많이, 혹은 더 비싸게 판 이들도 있었다. 호르무즈 차질로 미국 석유에 대한 세계 수요가 늘면서 4월 미국의 석유 수출은 하루 1,36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 수익은 3월에 97억 달러에서 190억 달러로 거의 두 배가 됐다. 사우디 아람코의 1분기 순이익은 25% 뛴 325억 달러였다.

물량이 회복된 뒤에도 남은 비용이 하나 있다. 보험료가 오르면서 9월 유조선 운임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정유사에 원유를 인도하는 비용도 올랐다. 케플러의 말을 빌리면, 구매자들은 중동산 배럴에 다시 접근할 수 있게 되더라도 “분쟁 이전의 인도 비용은 되찾지 못한다”.

선원들은 또 다른 종류의 비용을 짊어진다. 10월 21일 보도된 IMO 집계에 따르면 10월 중순까지 개전 이후 선원 24명이 숨졌고, 약 6,000명이 여전히 발이 묶여 있었다. 10월 14일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GFS 프라이드호가 발사체에 맞은 뒤 해협 부근에서 침몰했고, 선원 21명은 대피했다. 9월 23일 공격을 받은 벌크선 케이프다오호는 몇 주 뒤 해협 부근에서 가라앉았다. 그 공격으로 선원 한 명이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얇아진 완충재

2008년 케이틀린 탤미지는 해협에 대한 이란의 위협을 평가하면서, 이란이 군사 역량을 제대로 연계할 수 있다면 해협 통항을 “한 달 이상” 멈추거나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26년의 차질은 8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걸프의 원유 수출은 10월에 전쟁 전 수준에 닿았고, IMF는 여전히 세계 경제가 2025년 3.5%에 이어 2026년에 3.1% 성장할 것으로 본다.

그 성장률은 봉쇄의 대가를 재는 수치가 아니다. 이 전망은 호르무즈가 2027년 3월부터 점차 다시 열려 그해 10월이면 전쟁 전 상황이 회복되고, 2026년 유가가 평균 배럴당 96달러라는 가정 위에 서 있다. 세계는 완충재를 써 가며 충격을 흡수했고, 10월에 이르러 그 완충재는 훨씬 얇아져 있었다. 9월 말 세계 관측 재고는 전쟁 전보다 5억 900만 배럴 적었고, 육상 재고는 적어도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에 가까웠다. 10월 중순까지 IEA 회원국들은 비상 비축유 약 3억 3,000만 배럴을 방출했으며, G7이 10월 2일 넉 달에 걸쳐 방출하기로 약속한 나머지 약 1억 배럴도 경유를 앞당겨 내놓는 방식으로 마저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10월 IEA는 석유 수급이 연말까지 공급 부족을 이어 갈 것으로 예상하며 “시스템에 남은 완충 장치가 계속 잠식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원유 구매는 가을 들어 다시 늘었다. 브렌트유가 80달러 아래로 내려갔던 8월 초에 잡아 둔 화물 덕분에, 10월 중국의 수입은 3월 이후 최대인 하루 1,00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19일까지 한 주 동안 중국의 육상 원유 재고는 2주 연속 늘어 11억 9,200만 배럴이 됐다.

그리고 회복은 포화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IEA는 10월 중순 이를 “취약하다”고 했다. 10월 상반월에만 최소 28건의 공격이나 보안 사고가 일어나, 벌써 전쟁 기간 중 월간 최다를 기록했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이 격화하자 미국은 비긴급 정부 인력과 그 가족에게 사우디를 떠나라고 명령했고, 사우디 아람코는 직원들에게 다란 본사를 떠나 원격으로 근무하라고 지시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을 새로 공습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과 테헤란이 협상을 하고 있기는 한지조차 논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1일 미국이 이란과 협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다른 보도들은 협상단이 여전히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해협을 놓고 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월 23일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전쟁이 1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116.72달러로 마감해, 4월 29일 이후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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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a Martin. “세계는 호르무즈 석유 충격을 어떻게 흡수했나.” Eikleaf, 2026년 10월 24일, 업데이트 2026년 10월 25일. https://www.eikleaf.com/ko/how-the-world-absorbed-the-hormuz-oil-sh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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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밤의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 – NASA, Wikimedia Commons

1987년 8월 22일 어니스트 윌 작전 호송 선단 – U.S. Navy, Wikimedia Commons

2026년 구자라트주 메사나의 LPG 가스통 대기 줄 – Wikimedia Commons (사진: Nizil Shah, CC BY-SA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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