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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2일, 세계은행은 현대사에서 가장 가파른 세계 송금 감소를 예측했다. 중·저소득국으로 들어가는 송금이 20% 급감한다는 전망이었다. 막 사상 최대인 5,540억 달러를 기록한 이들 나라의 송금 유입액이 4,450억 달러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마닐라, 다카, 두샨베, 산살바도르의 정부들은 전례 없는 재정 충격에 대비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020년 이들 나라에 공식 기록된 송금액은 5,400억 달러로, 수정 집계된 2019년 총액 5,480억 달러보다 고작 1.6% 줄었다.
예측은 실제 결과를 18%포인트 넘게 빗나갔다. 2021년에 송금은 완전히 회복했고, 다시 8.6% 성장하고 있었다. 모형대로라면 무너졌어야 할 조건에서 송금은 버텨 냈다.
경제학자 대부분이 같은 이유로 같은 예측을 했으니, 이 오판을 세계은행의 무능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예측과 결과 사이의 간극은 송금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 무언가를 말해 준다. 투자 자본은 심리가 바뀌면 가격을 다시 매기고, 원조는 정치 상황이 달라지면 방향을 틀 수 있으며, 외국인직접투자는 기대수익이 떨어지면 멈춘다. 송금은 해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고향의 가족 사이에 놓인 의무의 표현이다. 이를 실어 나르는 것은 송금 인프라와 돕고 싶은 마음뿐이고, 가족에 대한 의무는 앞의 세 흐름 어느 것보다 모형으로 담아내기 어렵다.
2024년 전 세계 이주민이 고향으로 보낸 돈은 약 9,050억 달러로, 한 해 전 8,650억 달러에서 늘었다.
그중 6,850억 달러가 중·저소득국으로 갔다. 이들 나라가 받은 외국인직접투자와 공적원조를 합친 것보다 많고, 부유한 공여국들이 한 해 원조에 쓰는 돈 전체의 대략 세 배다.
이 체제를 설계한 브레턴우즈 회의는 없었고, 그 돈이 어디로 갈지 정하는 조약이나 다자기구도 없다. 약 2억 명에 이르는 이주 노동자의 사적인 결정이 모여, 중·저소득국이 받는 가장 큰 외부 자금원이 된다. 리야드의 한 노동자는 이번 달 임금 중 얼마를 라호르로 보낼지 정하고, 모스크바의 한 건설 노동자는 2주 뒤 집세 낼 날이 오기 전에 두샨베의 가족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계산한다.
이토록 크고 끈질긴 체제가 중앙의 설계 하나 없이 자라났다는 사실은, 이 체제가 왜 작동하는지와 함께 왜 그 규모에 걸맞은 일을 혼자 힘으로는 해낼 수 없는지를 설명해 준다.
아무도 설계하지 않은 흐름
1990년 이후 송금의 증가를 보여 주는 숫자에는 단서가 붙는다. 세계 송금액은 1990년 700억 달러 미만에서 2024년 9,050억 달러로, 명목 기준 약 13배 늘었다. 이 궤적은 실재하지만 읽어 내기가 까다롭다. 초기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새로 보내진 돈이라기보다 원래 오가던 돈이 눈에 보이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 인프라가 나아지고 모바일 머니 플랫폼과 보고 의무가 생기면서, 예전에는 하왈라 네트워크와 봉투에 담긴 현금, 믿을 만한 중개인을 거쳐 오가며 한 번도 집계되지 않던 수십억 달러가 공식 통계 안으로 들어왔다. 1990년 수치는 과소 집계된 것이고, 어쩌면 심하게 그렇다. 2024년 수치는 그보다 완전에 가깝다.
그러니 성장의 이야기는 부분적으로 회계의 이야기이고, 둘을 섞으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 가려진다. 송금의 흐름은 크고, 또 커졌다. 동시에 그것은 과거 데이터가 시사한 것보다 늘 더 컸다.
그 점을 감안해도 남는 규모는 여전히 놀랍다. 2024년 최대 수취국은 약 1,290억 달러의 인도와 약 650억 달러의 멕시코였고, 중국, 필리핀, 파키스탄이 뒤를 이었다. 인도가 받는 송금은 인도가 유치하는 외국인직접투자보다 많고, 멕시코의 송금은 해외 관광 수입을 압도한다. 그러나 이 글의 논지에 더 많은 것을 알려 주는 사례는, 송금이 국민소득의 막대한 몫을 차지하는 작은 경제들, 경제가 그 돈을 중심으로 짜인 곳들이다.
타지키스탄에서 2024년 송금은 GDP의 약 48%에 해당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비율이며, 한 해 전 39%에서 올라간 것이다. 엘살바도르에서는 GDP의 24%였고, 그 돈의 약 92%가 미국에서 왔다. 레바논은 2024년에 58억 달러를 받았는데, 이는 명목 GDP의 17.7%이고 상당 부분이 걸프 지역에서 일하는 레바논인들이 보낸 돈이다.
이런 경제에서는 송금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가장 큰 수입원 가운데 하나이고, 가계 소비와 환율, 무역수지, 그리고 가계 지출에 붙는 세금을 통해 정부 재정까지 모두 송금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체제를 둘러싼 제도적 공백은 체제 자체에 내장돼 있다. 송금 하나하나가 두 개인 사이의 사적 거래이기 때문에, 송금은 국가가 자본을 배분하는 장치 바깥에 놓인다. 정부는 돈을 옮기는 업체에 인가를 내주고 이들을 감독하며, 국제 원칙은 그런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를 정해 두지만, 그 어느 것도 송금이 어디로 가고 어디에 쓰일지를 정하지는 않는다. 송금판 OECD 개발원조위원회는 없다. 조건을 다는 기구도, 그 돈을 우선 부문으로 돌릴 수 있는 장관도 없다. 그 부재가 효과를 설명한다. 돈은 필요한 사람에게 곧바로 가고, 이들 나라 상당수에서 돈이 줄어들기 마련인 부처들을 거치지 않는다. 그 부재는 한계도 정한다. 중앙에서 배분하는 주체가 없는 체제는 국가적 우선순위에 맞춰 이끌 수도 없고, 참여자가 스스로 택하지 않는 일을 하게 만들 수도 없다.
측정의 문제
런던에서 일하는 가나인 간호사가 휴대전화 앱을 눌러 아크라에 있는 어머니의 모바일 지갑을 충전하면 그 돈은 오늘날의 통계에 잡힌다. 1995년에 믿을 만한 운반인에게 같은 돈을 건넸다면 대개 어디에도 잡히지 않았다. 1990년 이후의 증가분 가운데 얼마가 새로운 돈이고 얼마가 늘 보내졌지만 집계되지 않던 돈인지는 누구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추세는 실재한다. 다만 원자료가 시사하는 것만큼 가파르지는 않다.
돈은 어떻게 움직이고, 얼마가 드는가
모스크바의 노동자와 두샨베의 가족 사이에는 송금 한 건 한 건에서 몫을 떼어 가는 금융 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3분기에 200달러를 고향으로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세계 평균 6.36%였다. 어떤 경로를 쓰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은행은 평균 14.99%를 받는 반면, 디지털 전용 송금업체는 3.54%로 대략 4분의 1 수준이다.
이 비율을 중·저소득국으로 보내지는 6,850억 달러에 적용하면 수수료는 한 해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송금액이 클수록 1달러당 비용이 낮아지므로 어림잡은 숫자다. 그리고 정책이 실패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돈이기도 하다.
이 비용은 지역마다 극명하게 다르다. 오랫동안 돈을 보내기에 가장 싼 지역이던 남아시아는 2025년 들어 가격이 다시 슬금슬금 올랐고, 그 자리를 중동·북아프리카·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아우르는 지역에 내주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여전히 가장 비싼 지역이고, 수수료가 송금액의 5분의 1 이상을 집어삼키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송금 경로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출발한다.
그 경로의 끝에서 돈을 받는 가족에게 수수료는 도착하는 금액에서 고스란히 빠진다. 걸프 지역에서 파키스탄과 이집트에 이르는 경로에서 수백 년 동안 운영돼 온 비공식 신용 기반 송금 네트워크, 하왈라는 그런 비용이 사람들을 어디로 떠미는지 보여 준다.
두바이의 노동자가 송금 중개인인 하왈라다르에게 현금을 건네면, 중개인은 카라치의 상대 중개인에게 연락하고, 그 중개인이 소액의 수수료를 뺀 같은 금액을 수취 가족에게 전달한다. 중개인들은 암호화된 장부와 역방향 거래, 네트워크 안의 평판 경제를 통해 셈을 맞추며, 시간을 두고 거래를 서로 상쇄한다. 국경을 물리적으로 넘는 돈은 한 푼도 없다.
하왈라는 본질적으로 범죄가 아니다. 제도권 은행이 너무 비싸거나 너무 느리거나, 수취 가족이 사는 농촌 지역까지 닿지 못하는 곳에서 그 빈틈을 메운다. 9·11 이후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방지 규정은 비공식 송금 네트워크를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대상으로 다루면서 많은 관할권에서 하왈라를 지하로 몰아냈다. 제도권의 대안이 여전히 너무 비싼 탓에, 하왈라는 이전보다 더 불투명하고 감시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살아남았다.
SDG 10.c: 아무도 지키지 못한 약속
201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세부목표 10.c는 이렇게 적고 있다. “2030년까지 이주민 송금의 거래 비용을 3% 미만으로 낮추고, 비용이 5%를 넘는 송금 경로를 없앤다.” 2025년 3분기 기준 세계 평균은 6.36%다. 시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평균부터가 2030년까지 모든 송금 경로가 밑돌아야 할 5% 선을 웃돈다.
디지털 전용 업체는 세계 평균 3.54%로 운영되고 일부 경로는 이미 3% 미만이니, 값싼 송금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것은 시장 구조 때문이다. 송금 사업을 하는 기존 대형 은행들은 경쟁이 제한된 경로에서 가격 결정력을 지키고, 디지털 도전자들의 진입을 앞당길 규제 변화에 맞서 효과적으로 로비한다. 비용 인하로 가장 분명한 이익을 얻을 수취국 정부는 협상 테이블에서 지렛대가 가장 약하다. 송금을 보내는 기관이 자국에 있지 않고, 그 가격 책정에 실질적인 관할권도 없기 때문이다. G8은 2009년 평균 비용을 5년 안에 5%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평균은 그 시한을 약 3%포인트 차이로 놓쳤고, 이후 한 번도 5%에 이르지 못했다. 2030년 3% 목표는 그보다 더 크게 빗나갈 참이다.
증거가 보여 주는 것
송금은 수취국 경제에 대해 경기 역행적으로 움직인다. 가뭄이나 허리케인, 통화 위기가 고향의 가족을 덮치면 송금은 대개 늘어난다. 게다가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국인직접투자는 정점에서 저점까지 40% 넘게 떨어졌지만, 개발도상국으로 가는 송금은 약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코로나19가 닥치고 모든 기관의 예측이 붕괴를 내다봤을 때, 송금은 1.6% 줄었다. 원리의 일부는 단순하다. 가족이 어려움에 처하면 이주민은 저축을 헐거나 자기 소비를 줄여서라도 송금을 늘린다. 2020년에는 다른 힘도 작용했다. 경기 부양 지출 덕분에 이주민을 받아들인 나라들의 경제가 예상보다 나은 상태를 유지했고, 예전에는 현금이나 비공식 경로로 오가던 돈이 기록되는 경로로 옮겨 갔다.
경기 역행성은 실재하지만 한계가 있다. 충격이 수취국에서 시작될 때만 통한다. 충격이 송금국에서 시작되면 원리가 뒤집힌다. 타지키스탄이 그 경로를 보여 준다. 러시아 경제가 위축되거나, 러시아 노동시장의 문이 좁아지거나, 루블이 주요 통화 대비 구매력을 잃으면, 타지크 노동자가 고향에 보낼 수 있는 돈의 실질 가치도 함께 떨어진다. 이 경제의 소득 중 그토록 많은 부분이 이주민이 러시아에서 버는 돈에 달려 있으므로, 위험은 되풀이된다. 송금이 제공하는 보험은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고, 두 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면 약해진다. 더 넓게 보면, 20개 경제에서 송금 변동의 약 3분의 2가 하나의 세계적 순환을 따른다.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신용이 경색되면, 여러 나라에서 송금 증가 속도가 한꺼번에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빈곤에 관한 증거는 탄탄하다. 1990~2005년 아프리카 33개국에서, GDP 대비 송금 비중이 10% 늘면 빈곤층 비율과 빈곤의 깊이가 모두 3% 가까이 줄었다. 1990~2021년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38개 주요 수취국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이 연구들은 송금이 송금 의존도가 높은 경제의 가계가 쓸 수 있는 빈곤 감소 수단 가운데 강력한 편에 속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원조보다 직접적이고, 원조의 효과를 그 규모에 못 미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조건부 요구에서도 자유롭다.
교육 효과도 그만큼 잘 입증돼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해외 송금을 받는 가구의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둘 가능성이 훨씬 낮았고, 송금 1달러가 아이들을 학교에 붙잡아 두는 효과는 다른 소득 1달러보다 훨씬 컸다. 도시에서는 적어도 열 배였다. 가족을 부양하라는 분명한 목적으로 보낸 돈은 보통의 소득과 다르게 쓰인다는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결과다. 30개국의 연구 수십 편을 종합해도 같은 양상이 확인된다. 송금을 받는 가구는 교육에 눈에 띄게 더 많이 지출한다. 다만 어디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동유럽과 동아시아에서는 효과가 사라지고, 다른 곳에서도 효과의 크기는 나라와 가구 구조, 이주 양상에 따라 다르다.
이 발견들을 꿰는 공통분모로 가장 유력한 것은 직접성이다. 공적원조의 상당 부분은 가구에 닿기 전에 공여국 관료 조직, 수원국 부처, 사업 시행 파트너, 현지 하청업체를 거치고, 단계마다 비효율과 착복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 송금은 그 모든 단계를 건너뛴다. 송금은 현금이나 모바일 머니의 형태로 특정한 한 사람에게 도착하고, 그 사람은 그 돈을 가족의 구체적인 필요에 쓴다. 바로 그 직접성이 송금의 한계이기도 하다. 가계로 곧장 가는 돈은 그것을 공공 제도로 바꿔 내도록 설계된 어떤 장치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할 수 없는 사람
송금이 작동하는 것은 노동자가 떠났기 때문이고, 그 똑같은 떠남이 두뇌 유출을 낳는다. 고향으로 보내지는 송금은 하나하나가 더는 그곳에서 일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달려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그런데 이 지역은 운영비 일부를 해외 원조로 충당하는 기관에서 공공 비용으로 의사를 길러 낸 뒤, 그 의사들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와 캐나다 병원, 미국 의료 체계로 내보낸다. 2018년부터 2021년 사이에만 가나의 보건 인력 3,000명 이상이 영국으로 떠났고, 이 유출은 오래된 일이다. 1985년부터 1994년 사이 가나에서 졸업한 의사 가운데 약 5분의 3이 해외에서 일하게 됐다. 의학 교육에 꾸준히 공공 투자를 해 왔는데도 가나에는 여전히 인구 약 4,000명당 의사가 한 명꼴이다.
가나가 가나 납세자의 돈으로 7년 이상 길러 낸 의사 한 명을 생각해 보자. 그는 이민을 떠나, 그가 없었다면 비용을 들여 자국인 대체 인력을 길러야 했을 영국 NHS 병원에서 일한다. 그는 고향에 매달 500달러를 보낸다. 실제 돈이고 실제 가족을 돕는다. 그러나 그 돈만으로는 의사를 한 명 더 길러 내지도, 그가 떠난 진료소에 사람을 채우지도, 남은 동료들의 짐을 덜어 주지도 못한다. 가계에 이 계산은 합리적이고 이롭다. 나라에는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한 곳이 최부유국 가운데 한 곳에 주는 보조금이다. 인적 자본으로 지불하고, 송금으로 아주 일부만 돌려받는 보조금이다.
숙련 이민자들이 그 차이를 현금으로 메우는지는 논란거리다. 수많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패널 자료에서 두뇌 유출이 클수록 송금 흐름은 작았는데, 숙련 이주민이 해외에 더 오래 머물고 가족을 데려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부유한 11개 목적국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고향에 더 많은 돈을 보내는데, 주로 더 많이 벌기 때문이다.
진지한 반론도 있다. 이민의 전망 자체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자격을 갖추도록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 일부가 결국 이민을 가지 않거나 해외에서 기술을 쌓은 뒤 돌아온다면, 송출국은 이민이라는 선택지가 없었을 때보다 더 큰 교육받은 노동력을 갖게 된다. 이것이 “두뇌 획득” 가설이며, 어느 정도 실증적 뒷받침이 있다.
두뇌 획득: 실제 사례와 그 한계
필리핀은 1970년대부터 해외 송출을 목적으로 간호 인력 양성을 의도적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국내 의료 수요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큰 간호 인력이 생겼고, 해외 송출과 국내 근무 양쪽에 투입할 수 있는 숙련 전문 인력의 공급원이 마련됐다. 해외의 필리핀 간호사들이 보내는 송금은 가계 소비를 떠받치고, 국내 의료 체계는 그러지 않았을 때보다 더 큰 잔류 인력의 혜택을 본다. 인도의 IT 부문도 비슷한 역학을 보여 준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실리콘밸리 이주는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그 네트워크가 훗날 귀환 이주와 인도 국내 기술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이들은 두뇌 획득의 실제 사례지만, 일반화되지는 않는다. 필리핀의 사례는 의도적인 국가 산업정책과 간호 교육의 특수한 성격(빠른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 기댔다. 인도 IT의 사례는 귀국자를 흡수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부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두 나라 모두 숙련 인력 이민에서 얻는 이익의 일부를 거둬들일 제도적 기반을 갖춘 중소득국이다.
두뇌 유출이 가장 심각한 나라들, 이를테면 인구 대비 의사가 극히 적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은 마닐라나 벵갈루루에서 이민을 하나의 전략으로 바꿔 놓은 그런 산업정책을 펼칠 능력이 가장 부족한 나라들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가계에 꾸준히 이로운 메커니즘이, 부분적으로는 그 가계에 필요한 제도를 세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 상당수를 빼내는 방식으로 이로움을 준다.
의존의 통화
네덜란드병이 자리를 잡는 곳에서는 두뇌 유출이 더 깊어진다. 가장 유능한 노동자를 잃으면서 동시에 생산 부문이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는 나라는, 인적 자본이 줄어드는 바로 그때 그 자본이 쓰일 수 있었던 경제 환경마저 나빠지는 것을 겪는다.
네덜란드병은 대규모 외화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교역재 부문이 속부터 비어 가는 메커니즘이다. 1970년대 네덜란드의 자원 횡재를 두고 처음 기록돼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석유 수입이든 원조든 송금이든 대규모 외화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경우라면 어디에나 적용된다. 경로는 이렇다. 외화 유입은 국내 수요, 특히 주택과 건설, 지역 서비스 같은 비교역재 수요를 늘린다. 비교역재 부문의 가격이 오른다. 실질환율이 절상된다. 농업과 제조업 같은 수출 부문은 자국 통화로 치르는 비용이 늘어나는데, 수입은 정해진 국제 가격에 외화로 번다. 경쟁력이 깎이고, 기업은 문을 닫거나 들어오지 않으며, 교역재 부문은 경제 전체에 비해 쪼그라든다.
송금이 이 메커니즘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실재하지만 이론보다 어지럽다. 아시아 개발도상국 32곳에서 1인당 송금이 많을수록 실질환율이 강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네덜란드병의 징후다. 그러나 이 효과는 송금이 경제 규모에 비해 작은 나라에서만 나타났다. 송금이 큰 나라에서는 오히려 통화가 약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네덜란드병은 송금 경제에 여전히 실재하는 위험이지만, 송금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가 반드시 걸리는 것은 아니다.
송금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인 타지키스탄은 또 다른 노출을 응축된 형태로 보여 준다. 통화 강세를 통해서가 아니라 바깥에서 밀려오는 노출이다. 송금이 GDP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고 그 압도적 다수를 러시아의 타지크 이주 노동자가 보내는 상황에서, 소모니의 실질 구매력은 상당 부분 러시아 건설 현장의 임금 수준에 따라 정해진다. 유가 폭락과 서방 제재 이후 2014~2015년 루블이 폭락하자, 이주민이 고향에 보낸 돈은 단 1년 만에 달러 기준으로 3분의 1이 줄었다. 경제가 실질 기준으로 계속 성장했기에 공식 성장률은 거의 꿈쩍하지 않았지만, 외부 충격은 송금 경로를 타고 가계 구매력으로 곧장 전해졌다.
송금이 실제로 실질환율을 끌어올리는 곳에서는 함정이 스스로를 강화한다. 교역재 부문은 송금이 적은 경제의 기업들은 겪지 않는 경쟁력 압박에 시달린다. 농산물 수출업자는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하고, 제조업체는 수출 시장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 구조에 도달하기 어렵다. 국내 경제는 송금 지출의 혜택을 보는 소비와 비교역 서비스 쪽으로 방향을 틀고, 역사적으로 구조 전환을 이끌어 온 교역재 활동에서 멀어진다. 국내에 생산적인 일자리가 드무니 더 많은 사람이 이민을 떠난다. 이민이 늘면 송금이 늘고, 송금은 환율을 더 끌어올린다.
정책 대응은 재정 정책으로서는 드문 방식으로 제약받는다. 정부는 평가절하를 할 수 있지만, 송금 흐름 자체가 정부가 조정하려는 환율을 움직이는 주된 동력 가운데 하나다. 교역재 부문을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펼 수도 있지만, 통화가 이미 밀려 올라간 곳에서는 그 부문의 기업들이 경쟁력 열위를 안고 있어서, 보조금이 그 열위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커야 한다. 디아스포라 채권이나 매칭 저축 프로그램으로 송금을 생산적 투자 쪽으로 돌려 보려 할 수도 있지만, 돈을 어떻게 쓸지는 이주민이 정하고, 금전적 유인이 소비 중심의 흐름을 자본 형성 쪽으로 크게 돌려놓는다는 증거는 부족하다. 국가는 자신이 만들지도 않았고 멈출 수도 없는 흐름의 결과를 관리하려 애쓰고 있다.
투표로 갈아치울 수 없는 의회
네덜란드병이 자리를 잡는 곳에서는 이미 손발이 묶인 국가의 정책 수단이 더 좁아진다. 주권의 함정은 별개의 논지다. 그 수단이 애초에 충분했던 적이 없고, 수년간 쌓인 송금 의존이 그 부족함을 굳혀 놓았다는 것이다. 이 논지가 묻는 것은, 한 나라 경제에서 가장 중대한 변수를 외국 의회가 뜯어고칠 수 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다.
수사적 약속이 아니라 실제 사업으로서의 개발에는 제도적 행위 능력이 필요하다. 배분과 규제, 정책에 관해 국가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이 실제로 효력을 갖게 하는 능력이다. 핵심 경제 변수가 다른 나라 경제의 임금 수준에 따라 정해지고, 그 나라의 이민 정책에 좌우되며, 자국이 규제하지 않는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지는 송금 서비스로 실려 오는 사적 흐름인 나라들은, 경제의 핵심 기능에 대한 제도적 행위 능력을 내준 셈이다. 이들은 수백만 건의 합리적인 개인 선택이 쌓인 논리를 통해, 그리고 바꿀 수 없는 조건에 국가가 적응해 온 과정을 통해 그것을 서서히 내주었다.
엘살바도르는 이 논지가 구체적인 날짜를 달고 현실이 된 곳이다. 송금은 엘살바도르 GDP의 약 24%를 차지하고, 그 약 92%가 미국에서 온다. 그러다 보니 엘살바도르 가계 소득의 큰 몫과 그 지출에서 걷히는 세수가 단 하나의 외국 경제에 묶여 있다. 2025년 7월 미국 의회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통과시켰는데, 여기에는 현금이나 우편환, 그와 유사한 실물 수단으로 자금을 댄 송금에 1%의 소비세를 물리는 조항이 들어 있으며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글로벌개발센터는 송금에 1%를 과세하면 엘살바도르가 국민소득의 0.6%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현금으로 자금을 댄 송금에만 과세하는 최종 법률은 그보다 좁은 기반에 부과된다.
엘살바도르에서 이 법에 표를 던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송금이 국민소득의 4분의 1 가까이에 이르는데도, 협상 테이블에 앉거나 결과에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행사한 엘살바도르 관리는 없었다.
이 세금에는 면제 조항이 있다. 미국 금융기관이 발행한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로 자금을 댄 송금은 제외되고, 은행비밀법 요건이 적용되는 계좌에서 보내는 송금도 제외된다. 따라서 그 영향은 엘살바도르 디아스포라 가운데 현금으로 송금하는 이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이들은 저소득층이고 은행 이용이 적은 쪽에 몰려 있으며, 면제 조항을 의미 있게 만드는 대안을 가질 가능성이 가장 낮다. 총액이 얼마든, 손실은 이미 근근이 버티는 가계에 떨어질 것이다.
레바논의 함정은 다르지만 구조적으로 비슷한 의존을 거쳐 작동한다. 레바논은 2024년 송금으로 58억 달러를 받았고, 이는 명목 GDP의 17.7%다. 그 돈의 상당 부분은 걸프 지역에서 번 돈이다. 그래서 레바논의 송금 소득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노동시장 정책, 유가 주기, 그리고 걸프 정부들이 주기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의존을 줄이는 사우디화나 에미라티화 같은 자국민 고용 정책에 민감하다. 베이루트는 그런 정책을 정하지도, 협상하지도 않는다. 그 결과에 적응할 뿐이다.
2019~2020년에 터진 은행 위기는 레바논의 송금 흐름을 재편했고, 그 방식은 이 나라의 처지를 드러낸다. 예금자들이 신뢰를 잃고 은행 부문의 손실이 720억 달러를 넘어서며 제도권 은행 체계가 무너지자, 송금은 결정적으로 비공식 경로로 옮겨 갔다. 레바논 디아스포라는 사실상 이 나라의 역외 대차대조표가 됐다. 리라가 가치의 98% 이상을 잃고 공식 저축이 돈을 돌려주지 않는 은행에 묶이자, 중산층 가족들은 송금으로 소비를 유지했다. 자신의 실패로 그 돈을 필요하게 만든 바로 그 정치 질서 안에서, 그 돈은 가계를 떠받쳤다.
타지키스탄의 주권 함정이 가장 적나라하다. 송금이 GDP의 48%에 이르고 그 압도적 다수가 러시아에서 오는 이 나라의 손익계산서는 러시아 경제 상황의 파생상품이다. 루블이 떨어지면 타지크 가계의 실질 소득이 떨어지고, 타지크 이주민을 가장 많이 고용하는 러시아 건설업이 둔화하면 송금도 둔화한다. 이 나라에는 대응할 만한 정책 수단이 없고, 모스크바의 경제가 변할 때 두샨베가 내세울 조약도 없다. 이 의존은 누가 계획한 것이 아니다. 경제 구조에서 자라났고, 그래서 오래간다.
타지키스탄, 엘살바도르, 레바논은 송금 의존을 개발 전략으로 설계하지 않았다. 이들은 제도의 실패로 이민이 개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된 나라, 이민자들이 의무감에서 그리고 그것이 효과가 있었기에 고향에 돈을 보낸 나라, 가계 차원에서 이 메커니즘이 실제로 효과를 내면서 생긴 경로 의존이 이제 경제생활 전체를 조직하는 나라들이다.
단계마다 개인의 결정은 합리적이었다. 그것이 모여 개발 전략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무언가가 만들어졌고, 이를 전략이라 부르는 것은 이 국가들에 없는 행위 능력을 전제하는 일이다. 이 국가들은 수십만 명의 자국 시민이 내린 결정과, 그 시민들이 옮겨 간 나라의 정부가 내린 결정의 결과를 관리하고 있다.
송금이 할 수 없는 일
2020년, 예측은 송금이 20% 줄어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6% 줄었다.
단순하게 보면, 이 돈의 흐름은 개발경제학이 75년 동안 만들어 내려 애써 온 모든 것이다. 직접적이고 대상이 분명하며, 조건부 요구도, 사업 주기도, 시행 파트너도, 장관의 서명도 없고, 공식 원조 체계를 거치는 돈이 새어 나갈 수 있는 착복의 틈도 없다. 돈은 특정한 한 사람에게서 특정한 한 가족에게로 가고, 그 가족에게 필요한 곳에 쓰인다. 그 차원에서 송금은 효과가 있다. 빈곤의 깊이가 줄고, 학교 중퇴율이 떨어지며, 다른 장치들을 무너뜨리는 충격을 가계가 견뎌 낸다.
그런 종류의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송금은 떠난 의사를 돌아오게 할 수 없고, 네덜란드병이 갉아먹었을지 모를 환율 경쟁력을 되살릴 수 없으며, 송금 자체에 세금을 매기는 법안에 표를 던질 수도 없다.
송금으로 지탱되는 가계 소비를 구조적 경제 전환으로 바꿔 낼 제도를 대신할 수도 없다. 저축을 동원하는 은행 체계, 투자를 끌어들이는 규제 환경, 산업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공무원 조직, 다음 세대의 공교육과 의료를 떠받칠 세수 기반 말이다.
송금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나라들, 이를테면 타지키스탄, 엘살바도르, 그리고 구조적으로 마비된 레바논은 바로 그런 제도가 가장 약한 나라들이다.
그런 제도를 세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떠났고, 그들은 고향에 돈을 보내고 있다. 그 돈은 가계 차원에서 실제로 좋은 일을 하지만, 그들을 대신해 제도를 세워 줄 수는 없다.
진지한 개발경제학이 붙들고 씨름해야 할 질문은, 그 제도를 세울 사람들이 해외에서 임금을 벌고 있을 때 그 제도는 어떻게 세워지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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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 사진.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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